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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진 뉴스레터 05호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님께 전하는 글진 geulzine의 뉴스레터 05호 FEATURE STORY 4월의 빗소리_농장 시뮬레이션 게임 가슴이 철렁했다는 표현은 너무 진부하다. 그렇지만 이처럼 정확한 표현은 없다. 문자 속 “불합격”이라는 단어만 유난히 선명해 보였다. 또 탈락이다.   하긴 면접 전부터 기분이 이상했다. 오후 3시 면접에 적어도 5분 전에 와 있으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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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빗소리 _ 농장 시뮬레이션 게임

4월의 빗소리 _ 농장 시뮬레이션 게임

가슴이 철렁했다는 표현은 너무 진부하다. 그렇지만 이처럼 정확한 표현은 없다. 문자 속 “불합격”이라는 단어만 유난히 선명해 보였다. 또 탈락이다.   하긴 면접 전부터 기분이 이상했다. 오후 3시 면접에 적어도 5분 전에 와 있으라는 문자가 왔다. 공지가 없어도 15분 전에는 면접장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 나는 35분 거리의 면접장에 가기 위해 2시

By 이표(李表) - 표류일지
살포시 부는 봄바람

살포시 부는 봄바람

흙 속에 오래 머물러 있던 나는 살랑이는 봄바람을 타고 조용하게 새싹이 솟구쳐 오르는 순간을 꿈꾸고 있다. 노란색 꽃이 될지, 붉거나 자주색 꽃이 될지, 어떤 모습으로 피어날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조심스럽게 바깥으로 나가보려 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어쩌면 나는 화려한 꽃이 아니라 오래 자라는 나무일지도 모르니까. 계절을 몇 번이나

By 이지선 - 햇살 좋은 창가
제도 샤프 : 순수의 깜지와 몰입의 시간

제도 샤프 : 순수의 깜지와 몰입의 시간

나는 연필을 좋아한다. 나무와 흑연의 향기, 종이 위에 스치는 서걱거림, 공들인 시간만큼 조금씩 닳아가는 그 감각. 그러나 연필에게는 치명적 단점이 있었다.  쉽게 뭉툭해진다는 것.  끝까지 샤프할 수 없다는 것.  이름처럼 샤프한 샤프의 등장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샤프의 선택권이 넘치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누군가 인생 샤프를 꼽으라고 하면 나는 망설임 없이 ‘제도

By 서사이 - 도구의 사생활
세이, 유월 그리고 호야

세이, 유월 그리고 호야

더듬더듬 어두운 공간에서 동공이 확장되어 물체의 윤곽이 또렷해지길 기다렸다. 끝없는 까만 복도 안에 우린 숨을 죽였다. 유월이 내 옆에, 호야가 내 품에 있었다. 경계 자세로 몸이 잔뜩 굳어 있는 호야를 가방 안에 넣었다. 어두운 복도를 유월과 나는 되도록 빨리 숨을 죽이며 발소리도 없이 움직였다. 까만 복도 끝에 있는 문 사이로

By 이안 -이 안의 숏텐츠
비린 햇살

비린 햇살

4월의 햇살은 투명해서 숨을 곳이 없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참새의 부리에선 어제 누군가 뱉어낸 무관심이 뚝뚝 떨어진다 가장 작은 허기가 가장 낮은 곳을 쪼아대며 연명하는 정오의 비린내   길 위엔 제 몸의 무늬가 된 낡은 목줄을 감은 개 한 마리 체온을 기억하는 코끝이 온갖 것이 뒤섞인 바람 속에서 미열의 품을 찾아 킁킁거린다

By 마침 - 명프로젝트 & 시필
당신의 성적 판타지가 궁금한 이유

당신의 성적 판타지가 궁금한 이유

다른 이유는 없었다. 나는 그저 그 여성의 의도가 정말 궁금했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대체 그렇게 옷을 (안) 입은 이유가 뭐예요?’라고 물었다간 옆의 남성에게 얻어맞을 게 뻔했다. 그래서 참았다. 애가 보는 앞에서 두들겨 맞을 순 없으니. 피부과에서 치료를 받는 애를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병원 대기실의 정적을 깨고 한 커플이 들어왔다. 사람들의

By 윤명주 - 사적인 지각변동

글진 뉴스레터 04호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님께 전하는 글진 geulzine의 뉴스레터 04호 FEATURE STORY 탈주 스캔들 (3) 같이 놔두면 사고치는 놈 둘이 공범이 되지 않겠냐고, 방금 해진이 인하에게 한 제안을 한 줄 요약하면 그랬다. 아득해진 인하에게 그의 시선이 고정됐다. “주 형사님께선 저에 대해서 얼마나 아세요?” “뭐?” 정작 인하를 선택지 앞에 몰아세우는 해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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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탈주 스캔들 (3) - 같이 놔두면 사고 치는 놈

3. 탈주 스캔들 (3) - 같이 놔두면 사고 치는 놈

우리 둘이 공범이 되지 않겠냐고, 방금 해진이 인하에게 한 제안을 한 줄 요약하면 그랬다. 아득해진 인하에게 그의 시선이 고정됐다. “주 형사님께선 저에 대해서 얼마나 아세요?” “뭐?” 정작 인하를 선택지 앞에 몰아세우는 해진은, 무슨 점심 메뉴라도 제안하는 것처럼 침착했다. “난 우리 주 형사님 꽤 잘 아는데.” 그리고 아까부터 그녀를 살살 긁어대고

By 가넷베리Garnetberry - 가넷베리의 숏텐츠
느낌 그대로

느낌 그대로

정해진 모양 없이 그저 끄적이는 시간이 좋다. 손이 이끄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선을 긋다 보면, 어느새 무의식 속으로 조용히 스며든다. 그곳에서는 마음이 흐르는 쪽으로, 아무 거리낌 없이 고를 수 있다. 누구에게도 상처를 남기지 않는 선택을. 온전히 나만의 세계이기에 더 편안하다. 보이는 모든 색을 꺼내어 천천히 칠하고, 그 위에 다시

By 이지선 - 햇살 좋은 창가
들켜도 지장 없음!

들켜도 지장 없음!

나는 내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었다. 누구나 사회적 자아인 페르소나를 지니고 산다고 하지만, 나는 페르소나를 '가식'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어느 날, "기왕에 가식을 떨거라면 위악이 아니라 위선을 떠는 게 왜 나빠?"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면을 쓰지 않고서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By 윤명주 - 사적인 지각변동
필름 플래그 : 나비, 날다

필름 플래그 : 나비, 날다

- 조용히 날아앉았다가, 흔적 없이 떠나기를  1. 고치- 나비가 될 수 있을까.  지금은 촬영에도 외장 하드가 사용되지만, 내가 한창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시절엔  ‘촬영 테이프’라는 것이 있었다. 보통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 60분에서 90분 짜리 테이프가 100개에서 150개 정도 쌓였다. 촬영 기간이 길어지거나 대작(大作 )인 경우엔 이 개수를 훨씬 뛰어넘기도

By 서사이 - 도구의 사생활
[특별편] 조현병에 대한 사실과 편견

[특별편] 조현병에 대한 사실과 편견

[특별편 - 정신건강 이야기] 첫 번째 특별편은 ‘조현병에 대한 사실과 편견’을 주제로 준비했습니다. 왜 하필 ‘조현병’이 주제일까요? 우리는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사람이 '조현병이었다'라는 기사를 종종 접합니다. 정신건강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그 표현이 만들어내는 오해를 누구보다 자주 마주하기에 그럴 때마다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조현병은 하나의

By 김지혜 - 4등을 위한 글
햇살이 깨운 시작, 그래도 괜히 웃어본다

햇살이 깨운 시작, 그래도 괜히 웃어본다

3월의 새 학기, 가족들을 보내고 난 뒤 집 안에 남은 아침 햇살이 나를 천천히 깨웠다. 창가에 앉아 집안을 한 번 둘러봤다. 햇살 속에서 어제는 보이지 않던 먼지들이 하나둘 떠다녔다. 아이들을 보내고 나면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시고 싶지만, 눈앞의 작은 먼지들이 나를 먼저 움직이게 했다. '그래, 이

By 이지선 - 햇살 좋은 창가
어디에든 있다

어디에든 있다

한참 전, <무한도전>의 어떤 특집 편에서 여러 분야의 패널들이 출연해 프로그램이 나아갈 방향 따위를 이야기하던 걸 기억한다. 어차피 예능 프로그램이니 패널들이 했던 발언의 사실 여부나 신빙성을 따지는 건 별로 의미 없겠지만 아직까지 머릿속에 남아있는 발언이 하나 있다. 프로그램이 장기화되면서 유재석을 비롯한 출연자들이 분명 힘에 부치는 구성을 소화해내고

By 윤명주 - 사적인 지각변동
카레

카레

-사랑이 뭐야?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감정이긴 해? 유니콘 같은 거 아니야? -내가 이렇게 사랑하고 있는데, 안 보여? 나한텐 네가 전부인데 오늘도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시큰둥한 질문에도 활기찬 답변이 돌아오는 그를 신기해하는 중이었다. 내 앞에는 언제나 말라비틀어진 낙엽이 굴러다니는데, 그의 앞에는 꽃길만 있었는지. 그에게서 분홍색 단어들이 흘러나와,

By 이안 -이 안의 숏텐츠
진심. 질식해도 좋을

진심. 질식해도 좋을

넌 늘 물을 찾았어   네 좁은 목구멍을 모르고 미어지게 밀어 넣은 나만의 진심에 가슴을 쳤지   뽀얀 살결 속 서슬 푸른 비수를 숨긴 이들처럼 나마저 독을 품었다면 너는 나를 달리 대했을까   무해하다는 이유로 파헤쳐도 좋을 이름이 된 나,   못난 침묵이라 하지 말기를   자줏빛 수의를 입고 어둠 속에서 견딘 시간은   지상의 설탕을

By 마침 - 명프로젝트 & 시필
8년이나 걸릴 순 없으니까  _ 영화 <설득>

8년이나 걸릴 순 없으니까 _ 영화 <설득>

인생의 갈림길이 많아질수록,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같은 후회가 많아진다. 더군다나 그 선택이 다른 사람의 설득 때문이라면 후회는 원망으로 바뀐다. 나에게는 그것이 제주행이었다.   몇 년 전 나는, 쉼 없이 일했던 직장을 그만두기로 했다. 작은 규모의 직장이었기에, 내가 발전하는 만큼 함께 성장하는 것이 눈으로 보였다. 그게 재밌어서 힘든 줄도 몰랐다. 그렇게

By 이표(李表) - 표류일지

글진 뉴스레터 02호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글진 geulzine의 뉴스레터 02호 FEATURE STORY 너의 쓰디쓴 밤을 나는 알고 있다 : 아류라 불리던 것들의 뜨거운 반란 1. 나는 아류다  나는 만년필의 아류다.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불렀고, 나 또한 그 시선을 부정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내가 태어난 이유이자 숙명이었으니까. 내 고향은 일본. 내가 바다 건너 한국까지 진출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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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등의 용기는 조용하다.

4등의 용기는 조용하다.

[청소년 정신건강 칼럼] 첫 만남 이후 일주일. 아이는 여전히 교실 구석에 앉아있다. 쉬는 시간이 되면 누군가 말을 걸어주길 기대하지만, 친구들은 이미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모여 앉는다. 아이는 말 대신 주변 눈치만 살핀다. 결국, 아이는 책상에 엎드린다. ‘역시 나는 안돼.’ ‘나는 여기에 어울리지 않아.’ 아이는 그렇게 스스로 자책을 한다. 그러던 어느

By 김지혜 - 4등을 위한 글
트라디오 스타일로펜 : 너의 쓰디쓴 밤을 나는 알고 있다

트라디오 스타일로펜 : 너의 쓰디쓴 밤을 나는 알고 있다

- 아류라 불리던 것들의 낮은 반란 1. 나는 아류다 나는 만년필의 아류다.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불렀고, 나 또한 그 시선을 부정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내가 태어난 이유이자 숙명이었으니까. 내 고향은 일본. 내가 바다 건너 한국까지 진출했다는 건, 그만큼 내 존재가치가 인정받았다는 의미겠지. 나를 처음 만났을 때 사람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넌

By 서사이 - 도구의 사생활
2. 탈주 스캔들 (2) - 좀 즐겨봐요

2. 탈주 스캔들 (2) - 좀 즐겨봐요

빠앙. 찰나에 핸들을 확 꺾은 해진과 옆 좌석의 인하에게 찢어지는 듯한 클락션이 울려왔다. “미, 미친놈이…….” 정말로 간발의 차였다. 한 끗 차이로 사선을 넘나든 바람에 심장이 미친 듯이 쿵쿵 뛰었다. 세상에, 맞은편에서 오던 화물 트럭과 충돌할 뻔했다……. 상대는 몇 톤짜리 트럭이고 질량 차가 압도적이니 부딪혔으면 이 차는 확실하게 찌그러졌을 거다. 누가

By 가넷베리Garnetberry - 가넷베리의 숏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