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햇볕에 달궈진 골목을 뛰어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가장 먼저 찾았던 것은 냉장고 속 수박이었다. 칼이 닿자 ‘쩍’ 소리를 내며 갈라진 수박은 여름을 통째로 품은 듯 붉은 속살을 드러냈다. 한 조각을 베어 물면 턱끝으로 차갑고 달콤한 물이 흘러내렸다. 어린 시절 무더위를 이겨내는 보양식은 시원한 수박이었다. 그때 그 시절 어른들은 나와는 정반대였다. 흑염소탕,
책 읽는 엄마, 책 짓는 엄마. 마음을 담아 덧칠해가는 그림과 이야기를 전합니다.
햇볕에 달궈진 골목을 뛰어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가장 먼저 찾았던 것은 냉장고 속 수박이었다. 칼이 닿자 ‘쩍’ 소리를 내며 갈라진 수박은 여름을 통째로 품은 듯 붉은 속살을 드러냈다. 한 조각을 베어 물면 턱끝으로 차갑고 달콤한 물이 흘러내렸다. 어린 시절 무더위를 이겨내는 보양식은 시원한 수박이었다. 그때 그 시절 어른들은 나와는 정반대였다. 흑염소탕,
평일 오전 여섯 시, 젖은 머리를 대충 말리며 유부초밥 하나를 입안에 밀어 넣는다. 맛보다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다. 휴일 오전 열 시, 냉장고 속 같은 재료는 나를 위한 요리가 된다. 누구는 스팸 달걀말이를, 누구는 달걀부침 반숙을, 누구는 달걀찜을. 거창한 레시피도 아니고 비싼 요리도 아니다. 하루를 내 뜻대로 시작하는 사소한 선택일 뿐이다.
세탁물이 한쪽으로 쏠렸다는 UE(불균형) 에러 코드가 깜빡였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청소기를 돌리다가도 번번이 멈춰 서서 세탁기를 확인하느라 나의 외출 계획에 자꾸만 잡음이 났다. 집안일을 마치고 삼청동 미술관 무료 전시를 관람하려던 계획에 실타래가 엉켜 풀리지 않았다. 햇살 가득한 거리를 선글라스를 끼고 거니는 여행자를 상상했다. 여행 목적지를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으로
스틸레토 힐(stiletto heel), 발끝이 뾰족한 구두로 또각또각 바닥을 울리며 바깥 세상을 향해 걷던 날들의 기억은 나를 알리는 일정한 방식이었다. 피나포어 에이프런(pinafore apron), 주름 장식이 달린 드레스 같은 앞치마를 두르고 가족의 밥을 짓고, 집안을 돌보며 보낸 시간은 또 다른 나로 무장하는 옷에 흔적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일하는 여성이었지요. 그러나
부끄러움을 가지고 살아간다. 아무것도 모른다. 익숙하지 않아 불안하다. 그렇지만 그냥 해본다. 이론만 배우기보다 실제로 해보며 배운다. 뒤로 미뤄봐도 어차피 누가 대신 해주지 않는다. 잘해서 빨리 하는 게 아니다. 모르니까 해치워 버리고, 시작했으니까 다시 하는 거다. 무언가를 한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다. 하지 않는다고 해도 방해되지 않는다. 해본다고 눈에 띄는 변화도
넘어질 듯한 순간에 누군가 손을 내밀어요 흔들리는 나를 잡아줘요 일상에서 도움의 손길로 담장을 만들고 그 안에서 나를 일으켜줘요 따뜻한 햇살이 토닥토닥 하루의 빈틈을 채워요 나를 만들어요 나는 혼자가 아니에요 곁에 있어 주는 당신 덕분에 오늘도 웃어요
우리에게 가족은 어디까지일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한집에서 삶을 나누는 사람들, 나와 남편, 그리고 아이가 있겠지요. 그리고 그 바깥으로는 부모님과 형제자매, 할머니와 할아버지처럼 촌수로 이어진 관계들이 있겠지요. 남편을 기준으로 하면 어머니,아버지, 그 위로 이어지는 할머니까지 나를 기준으로 하면 엄마, 아빠까지 그런데 문득 궁금해져요.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의 범위는 모두 같을까요?
부부의날
순정으로 불타는 사랑으로 그러다가 전우애로 그러다가 애증으로 그러다가 측은함으로 다시 애정으로 다시 사랑으로 다시 전우애로 그러다가 미움으로 다시 애정으로 부부는 A였다가 B였다가 A+B, A-B, A*B, A/B 사칙연산을 하고 혼합계산을 하는 답을 찾고 만들어가는 사이.
학부모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작자의 마음입니다. 저와는 다르게 키우시는 부모가 많음을 알지만, 필자가 느낀 쉽지 않은 심정을 전달하고 싶어서 표현해 봤습니다.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고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부모가 되었다. 그것도 3명의 아이를 가진 부모가. 내가 과연 이 어린아이들을 책임질 수 있을까? 매 순간 고민한다. 먹고 자고 싸고, 기본 생존에 필요한
가족은 또 다른 나, 자신인 듯 나와는 다른 존재이다. 나인 듯 닮아 있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은 사람들이다. 서로 다른 A와 B가 만나 DNA로 연결된 생명체 A∩B를 만든 인연이다. 밑바탕이 같은 뿌리를 이루고, 그 안에서 각자의 가지를 펼치며 자라난다. 외모도 습관도 조금씩 닮아가고 또 달라지며 서로의 모양을 만들어 간다. 가족은
같은 내 얼굴이지만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이에게는 징징거리느라 울상인 얼굴로 어떤 이에게는 정신 놓고 웃는 주름진 얼굴로 어떤 이에게는 세상 이야기로 미간에 내 천(川)자를 그린 얼굴로 어떤 이에게는 책임감 가득한 다부진 얼굴로 어떤 이에게는 눈동자에 힘 잔뜩 빼고 멍한 얼굴로 어떤 이에게는 빛이 반짝반짝 배움 가득한
무언가를 갖고 싶은 소비 욕구가 올라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책을 사거나 빌린다. 책을 펼치고 앉아 있으면 괜히 더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누군가에게 “내 취미는 책 읽기예요.”라고 말할 때도 조금은 있어 보이는 것 같아서 좋다. 베스트셀러나 쉽게 읽히지 않는 책을 굳이 고르지는 않는다. 그저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