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탈주 스캔들 (12) -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것 같은 상황
인하의 눈매가 미세하게 찡그려졌다. 그렇잖아도 몇 시간에 걸쳐 해진과 함께 주변을 싸그리 훑은 참이었다. 엔진실, 부엌과 세탁실 등등. 애초에 선장과 함께 탑승한 승무원이 묵으며 일정 기간 생활할 걸 상정하고 만들었을 공간인 게 뻔해 보인다. 그런데도 누가 생명체만 골라 증발시킨 것처럼 안에 사람이 없는 게 신기했다. 과장 좀 섞어 어디 인적
"짧게, 강렬하게, 신선하게" 재미 보는 당신을 위하여, 새 세상의 콘텐츠를 만드는 웹소설 작가, 가넷베리의 숏텐츠! *<블랙 로열티>, <내 아이를 훔친 밤> 등 웹소설 로로판 장르 장편 작품 6종과 단편 작품 6종으로 총 12종의 작품 출간, 올해도 n종의 계약작 출간 준비 중입니다.
인하의 눈매가 미세하게 찡그려졌다. 그렇잖아도 몇 시간에 걸쳐 해진과 함께 주변을 싸그리 훑은 참이었다. 엔진실, 부엌과 세탁실 등등. 애초에 선장과 함께 탑승한 승무원이 묵으며 일정 기간 생활할 걸 상정하고 만들었을 공간인 게 뻔해 보인다. 그런데도 누가 생명체만 골라 증발시킨 것처럼 안에 사람이 없는 게 신기했다. 과장 좀 섞어 어디 인적
흔하고 익숙한 복도식 아파트. 복도 끝에서 세 번째 집으로 들어가면 ‘삼촌’과 둘이 살았던 집이 나온다. 해외 출장이 잦았던 부모님을 대신해 자주 돌봐주셨던 분. 눈앞에 선명하게 시큰대는 한 사람을 떠올리던 인하의 눈가가 찡그려졌다. - 형사 일을 하겠다고? - 네, 이미 발령났어요. - 뭐라고? 진로를 결정한 뒤 말을 전하자 혀를 내두르는
(*BGM) 안녕하세요, GTV 라이브 쇼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오늘은 <탈주 스캔들>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우리의 주인공, 주인하 씨를 자리에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인하 씨! “아, 안녕하세요, 주인하입니다. 반갑습니다.” (인하가 마이크에 대고 인사를 하자마자 박수 소리가 세트장을 울린다. 어색한지 인하는 입매를 당겨서 웃는다. 무릎 위에 손을 올리고 소파에 앉아 셔츠 소매
“아, 모른 척 넘어가시는 줄 알았는데.” “그럴 수 있겠냐.” 인하는 허탈하게 한숨을 내쉬면서 좀 더 거리를 좁혀 다가온 해진을 곧게 응시했다. 낯선 데서 눈을 뜨자마자 수갑 하나로 해진과 묶여 있던 손목이 풀린 걸 눈치챘다. 처음엔 해진의 짓인가 싶었으나, 그랬으면 같이 배를 타는 대신 진즉 튀었을 것 같았고. “아시잖아요. 수갑 열쇠는
아마 애인을 계기로 몸담은 조직에서 손 씻고 나오고 싶어 했을 조직원이, 해진의 얘기를 들으면서 머릿속에 그려졌다. “형도 마지막에는 후련해 보였어요. 좋은 데 갔겠죠.” 후천적으로 형성된 유사 가족 놀이. 그럼에도 어지간한 선천적 혈연보다 지독했을 관계였다. 혈기 왕성한 나이의 짐승들은 발목 잡는 걸 끊어내려 서로의 발목을 물어뜯어야 했겠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역시, 그럴 것 같았어요.” 얽힌 이 중 교도소를 요양원 정도로 여기는 사람이 있었다. 큰 손이 큰 돈 낸 만큼 귀찮은 일 없게 평소 잘 처리하지만, 개 중 간혹 도를 넘는 경우도 있긴 했다. “근데 너 어째 많이 안다, 본 적도 없으면서?” “뭘 새삼. 나 알아주는 쓰레기통 출신이잖아요.” 장기 자랑하듯 해진이
[ 예? 담당 인력을 투입하는 게 아니라 그럼…… 여보세요, 듣고 계십니까? ] 인하는 해진과 묶인 상황도 잊고 펄쩍 뛰었다. “그래서, 어떻게 윗선이랑 딜을 하실 건데요?” “입 좀 다물어. 결정해도 내가 결정할 문제거든.” “아, 우리 형사님께서 또 귀엽게 고집을 부리시네.” 해진이 씩 웃으며 인하에게 고개를 까딱였다. “그러면 이제부터 형사님께서 내 눈치 보는 거군요?
“하여튼 우리 주 형사님, 너무 외골수예요.” 힘으로 어쩔 수 없을 거라 여기고 우회로를 찾은 건데, 아무래도 지레짐작이었던 듯한 상황이다. “유연하게 살아도 괜찮아요. 그렇게 좋아하는 원칙에만 매달리지 마시고.” “딱히 원칙에 매달린 게 아니라.” “아니긴요. 가끔 보면 형사님은 감옥에 갇혀 지내던 나보다도 머리가 더 갇혀 있는 것 같거든요?” 어디 세상이 FM대로만 굴러가냐며
“아니, 그게요. 남 형사님은…….” 그동안 되게 주 간수를 거슬려 하시는 것 같길래, 뭐라 작게 우물쭈물하는 팀원에게 눈을 부라린 의일은 뭐라고 더 말 섞는 대신 고개를 돌렸다. 그들 앞에서 푸른 빛을 뿜는 관제탑 모니터 안에서 붉게 깜빡이는 인하 일행의 현 위치를 노려봤다. 그러다 그는 유독 새카맣게 때가 탄 부분을 발견했다. 얼룩인
* “야, 2B0082.” 독방 2B 구역의 0082. 독방으로 소속 변경된 해진에게 붙여진 ‘수감번호’였다. 사실 해진은 이 번호가 내심 마음에 들었다. 왜냐면 해문 교도소 안에서 주인하가 그를 처음 보자마자 불렀던 호칭이라서. “네가 제안한 거니까, 제대로 책임져.” 여기서 살아남을 건지, 끝을 볼 건지. 인하의 말에 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혹시라도 뒤통수칠 거
우리 둘이 공범이 되지 않겠냐고, 방금 해진이 인하에게 한 제안을 한 줄 요약하면 그랬다. 아득해진 인하에게 그의 시선이 고정됐다. “주 형사님께선 저에 대해서 얼마나 아세요?” “뭐?” 정작 인하를 선택지 앞에 몰아세우는 해진은, 무슨 점심 메뉴라도 제안하는 것처럼 침착했다. “난 우리 주 형사님 꽤 잘 아는데.” 그리고 아까부터 그녀를 살살 긁어대고
빠앙. 찰나에 핸들을 확 꺾은 해진과 옆 좌석의 인하에게 찢어지는 듯한 클락션이 울려왔다. “미, 미친놈이…….” 정말로 간발의 차였다. 한 끗 차이로 사선을 넘나든 바람에 심장이 미친 듯이 쿵쿵 뛰었다. 세상에, 맞은편에서 오던 화물 트럭과 충돌할 뻔했다……. 상대는 몇 톤짜리 트럭이고 질량 차가 압도적이니 부딪혔으면 이 차는 확실하게 찌그러졌을 거다. 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