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표(李表) - 표류일지

불안이 일상이 된 세대, 90년대생. 하루 종일 TV 앞에 있던 어린 시절을 지나며 보고·듣고·읽는 취향이 자연스럽게 쌓였다. 대중문화 속 장면을 빌려 사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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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드라마 《영 셸던》 공식 스틸컷 © CBS /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영셸던

바위를 굴리는 데 필요한 85% _ 드라마 《영 셸던》

‘환승 이직’에 성공했다. 지난 몇 년간 위장병을 앓아가며 애써왔던 게 무색할 만큼 나의 거취는 빠르게 정해졌다. 이력서도 제출하지 않았는데 간단한 지원 양식만 보고도 면접이 잡혔다. 내 일정에 다 맞춰주겠다 하여 기존 직장에 연차를 내지 않아도 됐다. 유달리 잘 본 것 같지도 않은 15분이 지나 이틀 후 합격 연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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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인스타그램 알림 화면 캡처

슬픔의틈새

ㅇㅇ님이 회원님의 스토리를 좋아합니다. _ 소설 《슬픔의 틈새》

ㅇㅇ님이 회원님의 스토리를 좋아합니다. 오랜만에 인스타그램 개인 계정에 ‘스토리’를 업로드했다. 곧바로 여러 명에게 DM(Direct Message)이 왔다. 경주 여행 갔나 보네. 누구랑 갔어. 재밌겠다. 비슷한 내용으로 시작한 대화는 곧바로 주말 약속을 잡거나 연말을 기약하며 마무리됐다. 내 소식에 관심을 보이고 먼저 메시지까지 건네주다니 새삼 고마웠다.   인스타그램 계정은 목적별로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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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디즈니플러스 공식 웹사이트 (직접 캡처)

뮤지컬

소장할 수 없는 것을 향하여 _ 뮤지컬 《레 미제라블》콘서트

디즈니 플러스 이용권이 끝나간다. 갱신 가격은 연간 9만 9천 원이다. 대여하는 대가로 한 달에 내는 여러 비용을 따져보았다. 밥 먹을 때 친구로 《모던패밀리》는 필수였다. 이 미국 시트콤을 소장할 경로가 없어 몇 년째 구독하고 있었다. 하긴, 어차피 플랫폼이 사라지면 없어질 반쪽짜리일 것이다. 결국 멤버십을 취소하기로 했다. ‘밥 친구’는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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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Photo by Marija Zaric / Unsplash

한로로

두 개의 봄 _ 음악 <벚꽃엔딩>과 <입춘>

지독한 더위가 한풀 꺾인 저녁, 피부에 닿는 바람이 서늘하다. 해가 지는 시간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아, 정말로 가을이 싫다. 이런 마음 때문일까. 도리어 봄노래가 생각난다.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을 재생했다. 장범준의 목소리가 진성에서 가성으로 변할 때마다 벚꽃잎이 내 눈앞에 흩날리듯 생생하다. 영상 댓글 창엔 저마다 노래와 관련된 추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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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 영화 《오디세이》 (Universal Pictures, Syncopy) Photo by 이표

오디세이

감히 세상을 다스리려 할 때 _ 영화《오디세이》

※ 현재 상영 중인 영화 《오디세이》의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방송사에서 취재 나온 기자가 다가와 인터뷰를 요청했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 유물이 전시된다는 소식에, ‘무도 키즈’ 이전 ‘홍은영 키즈’였던 또래 아이들이 현장을 가득 채웠다. 엄마는 등을 떠밀며 말했다. “신간 나올 때마다 서점으로 달려갔어요. 얘는 모르는 게 없으니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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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Photo by 이표

뜨개질

예쁜 쓰레기의 미학 _ 뜨개 인형

뜨개질을 취미라고 말할 수 있을 때쯤, 원칙을 하나 세웠다. 사용(使用)하지 않을 거면 뜨지 않는다. 실질적인 용도가 없으면 뜨지 않겠다는 말이다. 당연한 명제 같은데도 지키기 어렵다. 뜨개 웹사이트는 신상 실과 도안을 수시로 내놓고, 유튜브 알고리즘은 유행하는 ‘토마토 가방’ 도안으로 나를 안내한다. 하지만 내 옷걸이에는 이미 형형색색의 뜨개 가방이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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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 2026. 이표. All rights reserved. (십여 년 전 필자 사진)

이반일리치의죽음

고통과 고독 _ 소설《이반 일리치의 죽음》

근데 네 발은 왜 그렇게 깨끗하고 예뻐? 옛날 드라마 대사가 한동안 밈(meme)이었다. 발레하는 동생의 위선을 꼬집은 언니를 누가 더 똑같이 따라 하는지 보며 깔깔 웃었다. 한편, 내 기억 하나와 연결되어 억울한 감정이 일순 치솟곤 했다. 겉으로 깨끗한 발도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국토대장정에 참가했을 때 내 발은 끝까지 깨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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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선을 넘지 말 것 _ '혼코노'

혼코노

적정선을 넘지 말 것 _ '혼코노'

어느 평일 퇴근 시간, 지하철역 근처 사거리 보행자 신호가 한꺼번에 초록빛을 냈다. 모든 방향 차량이 멈춘 거리 위, 사람들이 사방팔방으로 건너갔다. 대각선 방향을 향해 발을 떼었을 때, 난데없는 고함이 들렸다. 사람들이 일제히 바라본 곳에는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말쑥한 옷차림의 여성이 있었다. 그는 허공을 향해 있는 힘껏 소리쳤다. 정확히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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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에 속옷을 담그는 시간 _ 드라마《증언들》

증언들

찬물에 속옷을 담그는 시간 _ 드라마《증언들》

피가 샜다. 이불에 묻지 않아 천운이었다. 찬물에 속옷과 잠옷 바지를 담갔다. 짜증이 밀려왔다. 20년 넘도록 반복해 왔는데도 조금만 방심하면 이런 일이 생긴다. 나는 주기가 불규칙한 편이다. 캘린더 앱을 켜는 행위는 그저 습관일 뿐, 실제로는 몸의 신호로 시작일을 가늠했다. 이번엔 장마가 문제였다. 언제 산뜻했냐는 듯, 7월이 되자 내가 잘 아는 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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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뤄진 완공, 뼈만 남은 물고기 _ 소설《노인과 바다》

사그라다파밀리아

미뤄진 완공, 뼈만 남은 물고기 _ 소설《노인과 바다》

성가족 성당,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중앙탑 '예수 그리스도의 탑'이 144년 만에 완공되었다. 건축가 가우디 사망 100주기에 맞추어 레오 14세 교황이 직접 참석해 축복식과 준공식을 진행했다. 생각보다 이른 ‘완공’ 소식에 놀랐다가 전체 완공은 아직 멀었다는 전망에 마음이 다시 가라앉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완공이면 좋은 게 아닌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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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역승도 승이다 _ 해외 축구 프리미어리그

프리미어리그

꾸역승도 승이다 _ 해외 축구 프리미어리그

꾸역승도 승이다. 우당탕 골도 골이다. 토트넘 홋스퍼는 시즌 마지막 경기를 1:0으로 이기고서야 겨우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확정 지었다. 6만 2천 관중석이 꽉 찼다. 처참한 경기를 차마 두고 보지 못하겠다던 팬들은,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경기장을 찾았다.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축하하던 그 길에 다시 서서 선수들을 맞이하고 힘을 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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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파밍한 나라는 유물 _ 동묘시장과 풍물시장

동묘시장

시장에서 파밍한 나라는 유물 _ 동묘시장과 풍물시장

현금 3만 원을 들고 주말 동묘시장에 갔다. 한 다큐멘터리에 나왔다며 엄마가 방문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어버이날이 하루 전이었으니 군말 없이 따랐다. 뉴트로 열풍과 함께 전통시장이 ‘힙’해진 것은 꽤 오래전이지만, 그중 동묘시장은 최근까지도 흐름이 유지되고 있었다. 내심 한번은 방문해 보고 싶기도 했다.   동묘시장에 가까워지자 그 시장의 원래 주인이었던 어르신들은 물론, 1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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