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주 - 사적인 지각변동

오늘 당신의 마음에는 어떤 지각변동이 있었나요?

윤명주 - 사적인 지각변동
모든 이들의 첫사랑이 찬란하기를

모든 이들의 첫사랑이 찬란하기를

20대의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나 사귀는 사람 있어. 근데, 여자야.” 동성애가 뭔지 잘 몰랐던 시절이었다. 내가 아는 한, 친구는 동성애자가 아니었고. 당시에는 범성애자니 무성애자니 하는 말은 알지도 못했다. 보통 잘 알지 못하면 두려움부터 느끼게 마련이지만 나는 “어, 그래?” 했다. 친구의 상황을 충분히 알지 못했고 내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By 윤명주 - 사적인 지각변동
소용없다는 말을 넘어

소용없다는 말을 넘어

중학교 때 체육 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우리 반에 체육 선생님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다. 오래 전 일이고 졸업 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그 애 이름과 얼굴이 또렷이 기억이 난다. 우리가 친한 사이였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다. 다만 그 애는 2차 성징을 비교적 빨리 겪었고, 그래서 우리보다 더 일찍 당황스러움을 경험해야

By 윤명주 - 사적인 지각변동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순간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순간

버스의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 할머니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 본다. 품이 넉넉한 스커트를 입고 모자까지 갖춰서 쓰고 있다. 할머니와 함께 해 온 세월만큼 여러 번 빨아 입은 티가 나는 옷이다. 비싼 옷은 아니지만 주름이 잘 가는 치마라 다림질도 꼼꼼하게 했으리라. 바닥에 앉아 다림질을 하는 할머니 모습을 그려본다. 할머니는 옷에 맞춰 신은

By 윤명주 - 사적인 지각변동
한 줌의 예의

한 줌의 예의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 했다. 그럼 회피하는 기술은 어떤가. 그 또한 신이 인간의 생존과 안위를 위해 준 것일까. 신의 선물이든, 생존하기 위한 뇌의 작용이든 하루치의 안정을 위해 나라는 인간이 선택하는 방식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가능한가 싶다. 내가 지금 조선시대로 타임슬립이라도 하게 된 건가. 당치 않은 놈들에게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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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밀도에 대하여

사랑의 밀도에 대하여

“아무런 내색 없이, 마음 놓고 그녀가 울 수 있도록 나는 스스로의 마음을 그녀의 눈물 밑에 펼쳐주었다. 따뜻한 벽난로를 등지고서도, 해서 내 마음은 한 장의 손수건처럼 자꾸만 젖어들었다. 젖고, 젖었으며... 내가 젖을수록 조금씩 말라가는 그녀의 눈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마르고 따뜻해질 때까지, 언제까지고 나는 그녀의 고통을 흡수해주고 싶었다.” 『죽은 왕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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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중독자의 하루

카페인 중독자의 하루

굳이 이걸 이 시점에 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쯤에서 접고 그냥 한 잔 시원하게 마셔버릴까 하는 생각을 참는 게 언제까지 가능할지 알 수 없다. 하루 종일 갈등 상황에 내팽개쳐진 기분이다. 대체 왜 이 고난을 사서 하는 건지 나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다. 마약이나 알코올도 아니고 그저 커피일 뿐인데. 시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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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피고 지고

벚꽃이 피고 지고

고등어조림이 뚝배기 위에서 지글지글 끓고 있었다. 내가 생선 가시와 씨름하는 동안 앞에서는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짜고 벌인 전쟁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함께 강습을 듣는 사이였다. “일부러 분유 공장 같은 데만 골라서 공격했다잖아.” “선생님, 그거 어디서 봤어요? 아무리 트럼프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해도 미국이 그렇게 만만한 나라가 아니야. 미국 사람들 프로테스트 하는 거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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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성적 판타지가 궁금한 이유

당신의 성적 판타지가 궁금한 이유

다른 이유는 없었다. 나는 그저 그 여성의 의도가 정말 궁금했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대체 그렇게 옷을 (안) 입은 이유가 뭐예요?’라고 물었다간 옆의 남성에게 얻어맞을 게 뻔했다. 그래서 참았다. 애가 보는 앞에서 두들겨 맞을 순 없으니. 피부과에서 치료를 받는 애를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병원 대기실의 정적을 깨고 한 커플이 들어왔다. 사람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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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켜도 지장 없음!

들켜도 지장 없음!

나는 내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었다. 누구나 사회적 자아인 페르소나를 지니고 산다고 하지만, 나는 페르소나를 '가식'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어느 날, "기왕에 가식을 떨거라면 위악이 아니라 위선을 떠는 게 왜 나빠?"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면을 쓰지 않고서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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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든 있다

어디에든 있다

한참 전, <무한도전>의 어떤 특집 편에서 여러 분야의 패널들이 출연해 프로그램이 나아갈 방향 따위를 이야기하던 걸 기억한다. 어차피 예능 프로그램이니 패널들이 했던 발언의 사실 여부나 신빙성을 따지는 건 별로 의미 없겠지만 아직까지 머릿속에 남아있는 발언이 하나 있다. 프로그램이 장기화되면서 유재석을 비롯한 출연자들이 분명 힘에 부치는 구성을 소화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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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서늘한 시작

다 큰 성인 남자가 어깨를 들썩이며 훌쩍거리고 있다. 아이처럼, 굳이 자기의 눈물을 감출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도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순간, 이럴 때 주의를 기울이는 건 예의가 아닌 듯했다. 부인인 듯한 여성이 남편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여성의 목소리에도 물기가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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