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린 햇살

비린 햇살

4월의 햇살은 투명해서 숨을 곳이 없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참새의 부리에선

어제 누군가 뱉어낸 무관심이 뚝뚝 떨어진다

가장 작은 허기가 가장 낮은 곳을 쪼아대며

연명하는 정오의 비린내

 

길 위엔 제 몸의 무늬가 된

낡은 목줄을 감은 개 한 마리

체온을 기억하는 코끝이

온갖 것이 뒤섞인 바람 속에서

미열의 품을 찾아 킁킁거린다

 

대충 구겨 넣었던 포스트잇 한 장이

4월의 바람에 자꾸만 밀려 나와 팔랑거린다

 

끈기를 잃고 바닥을 뒹구는 기억이

가라앉고 싶은 침묵을 건드리면

줄에 매인 모든 존재는

밤새 식은 아스팔트를 견딘다

 

터지는 봄 꽃에

누군가는

하늘을 보고

누군가는

짓이겨진 이름표를 주우려

바닥으로 기운다

 

찰칵,

그리고 누군가는 팔을 뻗어

그 둘을 사각형에 가둔다

 

햇살의 찬란함은 그늘을 침범하지 않고

그늘의 서늘함은 빛을 가로막지 않는다

무엇도 서로의 계절에

함부로 뿌리 내리지 않는데

 

획을 잃어버린 이름 위로

무심하게 포개지는 분홍 꽃잎들

 

비누방울이

무지갯빛 숨을 부풀리다

터진 자리마다

끈적한 자국을 남기고

그 사이를

 

참새도

개도

나도,

뒤섞여 지나간다


기억의 이동과 소멸, 그 무심한 잔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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