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을 잃은 언어(4)
-조이씨가…… 아직도 격리 치료실에 있어요? -이번 프로젝트는 팀장의 시신 수습을 대외적인 목표로 삼고 있지만, 사실은 조이의 문제를 풀려고 진행되는 프로젝트입니다. 조이씨 상태는 철저히 비밀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 의사를 밝히셔야, 조이씨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타미의 말투엔 힘이 실려있었고, 어느 때보다 차분했다. 눈만 크게 뜨고 있는 미나에게 타미는
이안 작가.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평생 살 줄 알았다. 책이 좋아서 읽다보니 어느새 쓰고 있다. 심심하고 무료한 일상에 짧지만 깊은 단편 소설.
-조이씨가…… 아직도 격리 치료실에 있어요? -이번 프로젝트는 팀장의 시신 수습을 대외적인 목표로 삼고 있지만, 사실은 조이의 문제를 풀려고 진행되는 프로젝트입니다. 조이씨 상태는 철저히 비밀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 의사를 밝히셔야, 조이씨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타미의 말투엔 힘이 실려있었고, 어느 때보다 차분했다. 눈만 크게 뜨고 있는 미나에게 타미는
움직이는 이송용 침대 위, 미나는 리듬을 입으로 세며 환자의 흉부에 규칙적으로 체중을 실었다. 정신없이 펄럭거리는 머리카락 사이, 분주한 시선 끝에 검은 그림자가 걸렸다. 반복적인 동작에 스치듯 담긴 검은색이 정지화면 같았다. 미나와 환자를 실은 침대는 빠르게 응급실로 들어갔다. -하, 맥박 잡혔어요. 권 교수님 호출하고, 흉부 엑스레이 준비해 주세요. 미나는 기름이 흐르는
-조이씨, 조이! 조이! 미나는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멍하니 서서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눈의 깜박임이 비정상적인 속도로 불규칙하게 움직였다. 무심히 구급상자를 챙겨 든 팀장은 미나를 바라봤다. -정신 차려. 흔한 일이야. 훈련받은 거 기억하지? 그대로 하면 돼. 별일 아니야. 빨리 오라는 팀장의 손짓에도 미나는 반응이 없었다. 팀장은 한숨을 쉬며 손에 든
단어들이 내려가지 못하고 둥실둥실 떠다닌다. 누군가에게 닿지 못하고 뜬구름처럼 흐른다. 수신자도 발신자도 잃어버린 이곳에선 소리로 만들어진 언어라는 건 무용했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우주복에 자막을 달아버렸다. 딱 그만큼 무거워진 우주복을 입고 단어들을 발사했다. -팀장님, 보이십니까? 제 뫌이 보이쉽니까? -이건 우리가 모두 청각장애인이 된 거 같은 기분이군. -에이 그건 좀 심한 뫌
화장실 자동문 밖으로 나온 팔. 그래서 닫히지도 열리지도 못한 자동문은 그 애매한 자리에 멈춰 있었다. 억지로 열어젖힌 문 뒤에는 부패하려고 했지만, 부패 요소도 부족했던 우주에서 미라의 형태로 사라져 버린 생명이 구겨져 있었다. 시체와 함께 쓰러져 있는 이동 보조 기구. 모양은 전동 휠체어와 비슷하지만 필요시 이족보행이 가능하게 설계된 기계. 몸이 불편한
여긴 분명히 우주인데, 내 눈앞에 유영하는 저 유모차는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뒤집혀 흐르는 유모차를 봤지만 못 본 척한다. 커피로 열지 못한 아침이란, 내가 아직 깨어나지 못한 상태이니. 저리 흐르게 둔다. 나는 아직 수면 상태이다. 그래야만 한다. 저것은 지금까지 둥실거렸으니, 조금 더 둥실거린다고 지구가 파괴되진 않을 것이다. 나는 클린 스페이스
문을 천천히 열고 입구에 섰다. 최대한 길게 손을 뻗어 불을 켜고 움직임과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작은 움직임도 들리지 않음을 확인한 후, 내가 가야 할 동선에 모든 물건을 장우산으로 넘어트렸다. 물건 뒤에 혹은 아래에 숨어 있을 그것들에게 도망갈 시간을 주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하나가 없어진다고 끝날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들의 출입을
더듬더듬 어두운 공간에서 동공이 확장되어 물체의 윤곽이 또렷해지길 기다렸다. 끝없는 까만 복도 안에 우린 숨을 죽였다. 유월이 내 옆에, 호야가 내 품에 있었다. 경계 자세로 몸이 잔뜩 굳어 있는 호야를 가방 안에 넣었다. 어두운 복도를 유월과 나는 되도록 빨리 숨을 죽이며 발소리도 없이 움직였다. 까만 복도 끝에 있는 문 사이로
-사랑이 뭐야?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감정이긴 해? 유니콘 같은 거 아니야? -내가 이렇게 사랑하고 있는데, 안 보여? 나한텐 네가 전부인데 오늘도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시큰둥한 질문에도 활기찬 답변이 돌아오는 그를 신기해하는 중이었다. 내 앞에는 언제나 말라비틀어진 낙엽이 굴러다니는데, 그의 앞에는 꽃길만 있었는지. 그에게서 분홍색 단어들이 흘러나와,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헤매다 보면, 땅으로 없어질 거 같은 중력이 느껴지는 날이 있어. 노는 것도 자는 것도 어떤 것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 시간을 묵묵히 기다리다 문득 깊은 물 속에 나를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여기는 도시라서 바다가 가까이 있지도, 강이 가깝지도 않았어. 그래서 어떻게 했는지 알아? 우리 집에서 5분 거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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