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수선실 - 3. 4256번 로봇 수선
지철은 시큰거리는 무릎 관절을 매만지며, 몸을 일으켰다. 아침에 지철의 관절은 뼈와 뼈 사이에 자갈이 있는게 분명했다. 작은 움직임에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고, 소리만큼 통증도 요란했다. 경직이 풀리지 않은 오른쪽 다리를 끌고 프린터 앞으로 갔다. 출력이 끝난 4256번의 오른발을 프린터에서 떼어냈다. 오른발에 엉겨 있는 지지대용 플라스틱을 제거했다. 지지대가 있던 자리의 거친 부분을
이안 작가.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평생 살 줄 알았다. 책이 좋아서 읽다보니 어느새 쓰고 있다. 심심하고 무료한 일상에 짧지만 깊은 단편 소설.
지철은 시큰거리는 무릎 관절을 매만지며, 몸을 일으켰다. 아침에 지철의 관절은 뼈와 뼈 사이에 자갈이 있는게 분명했다. 작은 움직임에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고, 소리만큼 통증도 요란했다. 경직이 풀리지 않은 오른쪽 다리를 끌고 프린터 앞으로 갔다. 출력이 끝난 4256번의 오른발을 프린터에서 떼어냈다. 오른발에 엉겨 있는 지지대용 플라스틱을 제거했다. 지지대가 있던 자리의 거친 부분을
하루를 시작할 이유를 찾을 수 없던 계절이 있었다. 가장 어두운 구석 그곳이 지철의 자리였다. 비가 지질하게 땅 위에 발라지기만 하던 날, 역 주변엔 유독 사람이 많았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날은 오히려 근처 공원으로 숨어 들었다. 비를 확실하게 피하는 것보다 사람을 확실하게 피하는 쪽을 선택하는 편이 나았다. 공원을 들어설 때부터 지철의
4256번 로봇이 끌차에 실려 들어왔다. 잔뜩 부서진 발가락에 전선들이 튀어나온 형태가 심각해 보였다. 지철은 마감 팻말을 입구에 던지듯 걸었다. 오늘도 민국은 허락 없이 수선실로 들어왔다. "뭐야, 오늘 접수된 건 해주는 거죠? 나 4257번인데." "4256번 부서진 부위가 너무 심해." "에이, 내 것까지만 해줘요." "장담
미나의 개인 인큐베이터 안으로 두드리는 진동음이 빠른 박자를 만들었다. 새벽에 겨우 잠든 미나는 억지로 눈에 힘을 주어 빛을 받아들였다. 타미가 헤매는 미나를 억지로 부축하여 일으켰다. - 아직 수면 시간인데 미안해요. 그런데 급해서요. - 아, 괜찮아요. 무슨일인데요? - 조이가 없어졌어요. 미나는 벼락을 맞은 듯 정신이 확 들어왔다. 정신없이 밀실로 달려갔다. 조이를
코마 상태인 조이가 말을 한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이주는 도망치듯 무언가를 찾으러 간다며 달려 나갔다. 밀실 상태 등이 붉게 번쩍거렸고, 조이의 몸이 뒤틀렸다. 이번엔 진통제를 투약했지만, 경직이 쉽게 풀리지 않았다. 바이털 수치를 확인하는 사이 조이와 눈이 마주쳤다. 텅 비어 있는 눈동자가 말하고 있다고 느낀 건 처음이었다. - 조이씨,
우주선 발사 카운트가 시작되었다. 인간은 요단강을 건널때 가장 귀한 기억이 재생된다고 했다. 미나는 우주선 발사할 때마다 그랬다. 이번 영상의 주인공도 규리였다. 이륙 직전 규리와의 통화에서 대답도 없이 악을 쓰며 우는 규리에게 미나는 화를 냈다. - 엄마, 목소리 지금밖에 못 듣는데 계속 울기만 할 거야? 규리야! 규리야. 엄마 규리한테 할 말
-조이씨가…… 아직도 격리 치료실에 있어요? -이번 프로젝트는 팀장의 시신 수습을 대외적인 목표로 삼고 있지만, 사실은 조이의 문제를 풀려고 진행되는 프로젝트입니다. 조이씨 상태는 철저히 비밀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 의사를 밝히셔야, 조이씨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타미의 말투엔 힘이 실려있었고, 어느 때보다 차분했다. 눈만 크게 뜨고 있는 미나에게 타미는
움직이는 이송용 침대 위, 미나는 리듬을 입으로 세며 환자의 흉부에 규칙적으로 체중을 실었다. 정신없이 펄럭거리는 머리카락 사이, 분주한 시선 끝에 검은 그림자가 걸렸다. 반복적인 동작에 스치듯 담긴 검은색이 정지화면 같았다. 미나와 환자를 실은 침대는 빠르게 응급실로 들어갔다. -하, 맥박 잡혔어요. 권 교수님 호출하고, 흉부 엑스레이 준비해 주세요. 미나는 기름이 흐르는
-조이씨, 조이! 조이! 미나는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멍하니 서서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눈의 깜박임이 비정상적인 속도로 불규칙하게 움직였다. 무심히 구급상자를 챙겨 든 팀장은 미나를 바라봤다. -정신 차려. 흔한 일이야. 훈련받은 거 기억하지? 그대로 하면 돼. 별일 아니야. 빨리 오라는 팀장의 손짓에도 미나는 반응이 없었다. 팀장은 한숨을 쉬며 손에 든
단어들이 내려가지 못하고 둥실둥실 떠다닌다. 누군가에게 닿지 못하고 뜬구름처럼 흐른다. 수신자도 발신자도 잃어버린 이곳에선 소리로 만들어진 언어라는 건 무용했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우주복에 자막을 달아버렸다. 딱 그만큼 무거워진 우주복을 입고 단어들을 발사했다. -팀장님, 보이십니까? 제 뫌이 보이쉽니까? -이건 우리가 모두 청각장애인이 된 거 같은 기분이군. -에이 그건 좀 심한 뫌
화장실 자동문 밖으로 나온 팔. 그래서 닫히지도 열리지도 못한 자동문은 그 애매한 자리에 멈춰 있었다. 억지로 열어젖힌 문 뒤에는 부패하려고 했지만, 부패 요소도 부족했던 우주에서 미라의 형태로 사라져 버린 생명이 구겨져 있었다. 시체와 함께 쓰러져 있는 이동 보조 기구. 모양은 전동 휠체어와 비슷하지만 필요시 이족보행이 가능하게 설계된 기계. 몸이 불편한
여긴 분명히 우주인데, 내 눈앞에 유영하는 저 유모차는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뒤집혀 흐르는 유모차를 봤지만 못 본 척한다. 커피로 열지 못한 아침이란, 내가 아직 깨어나지 못한 상태이니. 저리 흐르게 둔다. 나는 아직 수면 상태이다. 그래야만 한다. 저것은 지금까지 둥실거렸으니, 조금 더 둥실거린다고 지구가 파괴되진 않을 것이다. 나는 클린 스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