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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아닌 행동-에멀린 팽크허스트 (Emmeline Pankhurst)

에멀린팽크허스트

말이 아닌 행동-에멀린 팽크허스트 (Emmeline Pankhurst)

영화 《에놀라 홈즈》를 보셨나요? 주인공 에놀라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엄마 유도리아 홈즈의 흔적을 추적합니다. 그 과정에서 마주한 진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교양 있는 귀족 부인인 줄 알았던 엄마는 런던의 외딴 창고에서 화약을 제조하고 주짓수를 배우며, 기존의 판을 뒤흔들 거사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엄마 유도리아는 세상의 차별에 온몸으로 맞서던 비밀 서프러제트

By 마침 - 명프로젝트 & 시필
방바닥에서 모나리자가 나를 보고 웃었어

방바닥에서 모나리자가 나를 보고 웃었어

귓전을 밀어붙이는 목소리 몸이 붙들린 사이 탈출한 눈길이 바닥 위로 미끄러지면 여기저기 숨어 있던 얼굴들이 고개를 들어 표정을 꺼내 놓아 장판 속 모나리자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벽지 속 스크루지 영감은 코를 늘어뜨린 채 눈을 굴리지 꼼짝 못 할 때마다 사방에서 살아나는 기묘한 극장 뚝, 끊어진 잔소리에 자유를 얻은

By 마침 - 명프로젝트 & 시필
10. 탈주 스캔들 (10) - 살살해요, 형사님

10. 탈주 스캔들 (10) - 살살해요, 형사님

“아, 모른 척 넘어가시는 줄 알았는데.” “그럴 수 있겠냐.” 인하는 허탈하게 한숨을 내쉬면서 좀 더 거리를 좁혀 다가온 해진을 곧게 응시했다. 낯선 데서 눈을 뜨자마자 수갑 하나로 해진과 묶여 있던 손목이 풀린 걸 눈치챘다. 처음엔 해진의 짓인가 싶었으나, 그랬으면 같이 배를 타는 대신 진즉 튀었을 것 같았고. “아시잖아요. 수갑 열쇠는

By 가넷베리Garnetberry - 가넷베리의 숏텐츠
마스킹 테이프 : 경계 너머

마스킹 테이프 : 경계 너머

나는 마스킹 테이프를 잘 모른다. 다이어리를 쓰지만, 기록할 뿐. 꾸미는데 재간도, 취미도 그다지 없다. 그럼에도 요즘 문구점에 들르면 으레 마스킹 테이프 코너 앞을 서성거리고, 마음에 드는 것을 만지작거리다, 지금 안 사면 다음 기회는 없을지 모른다고 합리화하며 기어이 한두 개를 들고나오곤 한다. 마치 마지막 남은 한정판 마스킹 테이프인 것처럼 하나둘 집으로

By 서사이 - 도구의 사생활
일상으로의 초대

일상으로의 초대

평일 오전 여섯 시, 젖은 머리를 대충 말리며 유부초밥 하나를 입안에 밀어 넣는다. 맛보다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다. 휴일 오전 열 시, 냉장고 속 같은 재료는 나를 위한 요리가 된다. 누구는 스팸 달걀말이를, 누구는 달걀부침 반숙을, 누구는 달걀찜을. 거창한 레시피도 아니고 비싼 요리도 아니다. 하루를 내 뜻대로 시작하는 사소한 선택일 뿐이다.

By 이지선 - 햇살 좋은 창가
뜨거운 가위를 내려놓기 전에

뜨거운 가위를 내려놓기 전에

[청소년 정신건강 칼럼] ‘필통에 있는 가위를 꺼내 친구에게 휘두름’ 학생 의뢰서에 적힌 내용이다. 교실 안에서 흉기라 불릴 만한 것을 휘두르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다. 그 날카로움은 타인을 향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기 자신을 향하기도 한다. 상담실에서 만난 아이는 의뢰서의 문장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순한 인상이었다. “왜 가위를 휘둘렀을까?” “친구가 수업 시간에 제

By 김지혜 - 4등을 위한 글
찬물에 속옷을 담그는 시간 _ 드라마《증언들》

증언들

찬물에 속옷을 담그는 시간 _ 드라마《증언들》

피가 샜다. 이불에 묻지 않아 천운이었다. 찬물에 속옷과 잠옷 바지를 담갔다. 짜증이 밀려왔다. 20년 넘도록 반복해 왔는데도 조금만 방심하면 이런 일이 생긴다. 나는 주기가 불규칙한 편이다. 캘린더 앱을 켜는 행위는 그저 습관일 뿐, 실제로는 몸의 신호로 시작일을 가늠했다. 이번엔 장마가 문제였다. 언제 산뜻했냐는 듯, 7월이 되자 내가 잘 아는 습한

By 이표(李表) - 표류일지
실패를 포장하는 진화생물학적 방식

실패를 포장하는 진화생물학적 방식

당장 이번 주에 마감해야 할 원고가 없다는 건 생각보다 큰 공간을 일상에 만들어 냈다. 집안에 좋은 기운을 들인다는 목표로, 대체 언제 열었는지도 모를 신발장을 정리하고, 출근하는 날마다 배달 음식으로 때웠던 날들을 반성하며 밀프렙이라는 시스템 도입에 품을 들일 수 있었다. 고작 한 주 뿐이었는데도 가슴을 누르고 있던 돌덩이를 치워버린 기분이었다. 그럴

By 윤명주 - 사적인 지각변동
운명의 올가미를 푸는 사적인 방법

운명의 올가미를 푸는 사적인 방법

한때 아주 유행했던 드라마에서 건진 대사가 하나 있었다. “운명은 신이 던지는 질문이고 그 답은 인간들이 찾는 것이다.” 운명론인지, 개척론을 따를 것인지, 그런 고민을 20대 내내 했었다. 답을 찾지 못한 채 그저 마지못해 살았고, 심한 자괴감에 시달렸다. 인간은 결코 신이 내린 운명의 덫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실험실 쥐에 불과하다며, 나를 상자

By 윤명주 - 사적인 지각변동
기분 전환 좀 해볼까?

기분 전환 좀 해볼까?

세탁물이 한쪽으로 쏠렸다는 UE(불균형) 에러 코드가 깜빡였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청소기를 돌리다가도 번번이 멈춰 서서 세탁기를 확인하느라 나의 외출 계획에 자꾸만 잡음이 났다. 집안일을 마치고 삼청동 미술관 무료 전시를 관람하려던 계획에 실타래가 엉켜 풀리지 않았다. 햇살 가득한 거리를 선글라스를 끼고 거니는 여행자를 상상했다. 여행 목적지를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으로

By 이지선 - 햇살 좋은 창가
글라스펜 : 빛에 현혹

글라스펜 : 빛에 현혹

첫눈에 든 생각은 단 하나였다. 과연 글씨가 써질까.  바디 전체가 영롱한 유리다. 끝으로 갈수록 섬세하게 꼬여 있는 팁과 투명하게 빛을 투과하는 몸체.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처럼 아름답지만, 실용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 도구.  17세기 베네치아에서 탄생했다는 글라스펜은 태생부터 빛에 가까운 도구였다.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든 베네치아 유리 장인들은 빛을 다루는 사람들이었다.  장인 중 누군가는

By 서사이 - 도구의 사생활
중력을 잃은 언어(3) - 서울에서 우리

중력을 잃은 언어(3) - 서울에서 우리

움직이는 이송용 침대 위, 미나는 리듬을 입으로 세며 환자의 흉부에 규칙적으로 체중을 실었다. 정신없이 펄럭거리는 머리카락 사이, 분주한 시선 끝에 검은 그림자가 걸렸다. 반복적인 동작에 스치듯 담긴 검은색이 정지화면 같았다. 미나와 환자를 실은 침대는 빠르게 응급실로 들어갔다. -하, 맥박 잡혔어요. 권 교수님 호출하고, 흉부 엑스레이 준비해 주세요. 미나는 기름이 흐르는

By 이안 -이 안의 숏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