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그날의 기억

잊을 수 없는 그날의 기억
이미지 출처 : 그림책<너에게로 가는 길>(2022) ⓒ 2026. 이지선. All rights reserved.

기억 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 날이 있다.
2014년 4월 16일.

그날, 내 아이는
뱃속에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고
다른 누군가의 아이는
깊은 바다로 가라앉고 있었다.

고위험군 산모였던 나는 임신 중독 검사를 받기 위해 서울대학교 병원을 찾았다.
금식을 한 채, 정해진 시간마다 액체를 마시며 아이를 위한 검사를 이어갔다.
검사를 마친 뒤 친정엄마와 식당에 앉아 늦은 식사를 하고 있을 때 티브이 화면에
뉴스 속보가 흘러나왔다. 뒤집힌 배와 구조 보트의 모습.
들고 있던 숟가락을 바닥에 떨구었다. 곧 전원 구조라는 자막이 떴다.
다행이라고,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집에 도착했을 때 그 보도는 사실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단원고 아이들과 많은 생명들이 차가운 바닷속에 남겨졌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한쪽에서는 생명이 자라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생명이 멈추고 있었다.
같은 날, 같은 나라에서.
열여덟을 키워 하루아침에 아이를 떠나보낸 가족들은 어떻게 그 시간을 견디고 있을까.

그날은 여전히 내마음 한가운데에 남아 있다.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 2026. 이지선. All rights reserved.

이미지 출처 : 그림책<너에게로 가는 길>(2022) ⓒ 2026. 이지선. All rights reserved.

Read more

글진 뉴스레터 07호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님께 전하는 글진 geulzine의 뉴스레터 07호 FEATURE STORY 잊을 수 없는 그날의 기억 기억 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 날이 있다. 2014년 4월 16일. 그날, 내 아이는 뱃속에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고 다른 누군가의 아이는 깊은 바다로 가라앉고 있었다. 고위험군 산모였던 나는 임신 중독 검사를 받기 위해 서울대학교

By Newsletter
[특별편] 트라우마와 PTSD 톺아보기

[특별편] 트라우마와 PTSD 톺아보기

[특별편 - 정신건강 이야기] 안녕하세요. 갑자기 글이 올라와서 놀라셨죠? 오늘은 30일에 진행될 특별편을 미리 올렸습니다! 재난 트라우마에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국립정신건강센터(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는 국가적 재난 10주년을 맞이하여 2024년부터 트라우마 치유주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올해 2026년은 4월 20일(월) - 4월 24일(금)까지로 지정되어 있고, 마음안심버스 체험 등 다양한 행사들이

By 김지혜 - 4등을 위한 글
Extra. 스물여덟, 스물아홉, 서른이 된 사람들

Extra. 스물여덟, 스물아홉, 서른이 된 사람들

20○○년 ○월 손에 익은 일은 머리를 복잡하게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다. 가장 먼저 커피 머신을 켠다. 우리 카페에서 가장 비싼 놈이라던 사장님의 말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 같다. 제빙기 얼음이 잘 채워졌는지 확인하고, 전날 마감 아르바이트생들이 곳곳에 뒤집어 말려 놓은 집기들을 제자리에 가져다 둔다. 화장실 휴지를 일부러 안 채워 놓는 것이

By 이표(李表) - 표류일지
카페인 중독자의 하루

카페인 중독자의 하루

굳이 이걸 이 시점에 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쯤에서 접고 그냥 한 잔 시원하게 마셔버릴까 하는 생각을 참는 게 언제까지 가능할지 알 수 없다. 하루 종일 갈등 상황에 내팽개쳐진 기분이다. 대체 왜 이 고난을 사서 하는 건지 나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다. 마약이나 알코올도 아니고 그저 커피일 뿐인데. 시작은

By 윤명주 - 사적인 지각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