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께 전하는 글진 geulzine의 뉴스레터 0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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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 날이 있다. 2014년 4월 16일. 그날, 내 아이는 뱃속에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고 다른 누군가의 아이는 깊은 바다로 가라앉고 있었다. 고위험군 산모였던 나는 임신 중독 검사를 받기 위해 서울대학교 병원을 찾았다. 금식을 한 채, 정해진 시간마다 액체를 마시며 아이를 위한 검사를 이어갔다. 검사를 마친 뒤 친정엄마와 식당에 앉아 늦은 식사를 하고 있을 때 티브이 화면에 뉴스 속보가 흘러나왔다. 뒤집힌 배와 구조 보트의 모습. 들고 있던 숟가락을 바닥에 떨구었다. 곧 전원 구조라는 자막이 떴다. 다행이라고,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집에 도착했을 때 그 보도는 사실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단원고 아이들과 많은 생명들이 차가운 바닷속에 남겨졌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한쪽에서는 생명이 자라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생명이 멈추고 있었다. 같은 날, 같은 나라에서. 열여덟을 키워 하루아침에 아이를 떠나보낸 가족들은 어떻게 그 시간을 견디고 있을까. 그날은 여전히 내마음 한가운데에 남아 있다.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by 이지선_햇살 좋은 창가 | |
겨울을 장롱 깊숙이 밀어 넣었다
입을 다물지 못하는 문을 뒤로 햇살의 눈인사를 유리창이 오해 가득 품으면 셔츠 한 장을 꺼내 몸에 걸친다 손목엔 지난 계절의 흔적이 잊었던 시절을 건드린다
골목 하나 돌아서자마 어귀를 지키고 있던 추위가 기다렸다는 듯 귓가를 서성이는데
하나, 둘, 셋을 세기도 전 어깨에 내려앉는 목련이 홑겹의 기억보다 무거울까
다시, 닫혀 있던 장롱문을 열고 게워 내듯 뱉어내는 외투 한 벌을 꺼내어 걸친다
그 무엇이 무엇을 한다 해도 해는 제 할 일만 할 뿐
한 손엔 벗은 옷가지를 들고 다른 한 손엔 하루의 균형을 잡은 채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어정쩡한 소매를 추스른다
by 마침 | |

트라우마와 PTSD 톺아보기
[특별편 - 정신건강 이야기] 안녕하세요. 갑자기 글이 올라와서 놀라셨죠? 오늘은 30일에 진행될 특별편을 미리 올렸습니다! 재난 트라우마에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국립정신건강센터(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는 국가적 재난 10주년을 맞이하여 2024년부터 트라우마 치유주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올해 2026년은 4월 20일(월) - 4월 24일(금)까지로 지정되어 있고, 마음안심버스 체험 등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은 국가트라우마센터( https://www.nct.go.kr/) 홈페이지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그럼, 준비한 특별편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정신건강 이야기 이번 특별편은 트라우마와 PTSD입니다. 트라우마는 특별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재난 현장에 있지 않았어도, 직접 피해를 입지 않았어도, 우리는 누구나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뉴스를 보며 잠을 설치고, 그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면 그것도 트라우마 반응입니다. 이런 반응이 오래 지속된다면, 혼자 버티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트라우마 치유주간이 존재하는 이유도,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당신의 마음이 혼자가 아니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by 김지혜_4등을 위한 글 
문을 천천히 열고 입구에 섰다. 최대한 길게 손을 뻗어 불을 켜고 움직임과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작은 움직임도 들리지 않음을 확인한 후, 내가 가야 할 동선에 모든 물건을 장우산으로 넘어트렸다. 물건 뒤에 혹은 아래에 숨어 있을 그것들에게 도망갈 시간을 주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하나가 없어진다고 끝날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들의 출입을 모두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은 버린 지 오래였다. 언제나 누군가는 공생 상태로 함께 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저 내 눈에만 띄지 않기를. 도망갈 시간을 주었음에도 공생의 규칙을 어긴 자들에게 자비는 없을 테니. 가장 구석에 사각지대를 향해 가지런히 높여있던 실내화를 던졌다. 마지막으로 장우산으로 천장과 벽을 한 차례씩 두드렸다. 이걸로 나의 존재는 충분히 알렸다. -왜 안 들어가고 있어? -침입자가 있을 수도 있어. 기다려야 해. -뭐래.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들어와. 우리 집에 그런 거 없어. 나는 스치고 거침없이 들어가는 지은을 넋 놓고 쳐다봤다. 완전히 혼자 있음을 확신하는 저 말투. 낯설다. 어떻게 이런 세상에 저런 안정감을 가질 수 있지? 두드리지도 살피지도 않고 소파에 몸을 던지는 저 과감함은 어디서 오는 거지? 지은이는 진짜 자기 혼자만의 집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by 이안_이안의 숏텐츠 MORE>>>
by 이표_표류일지 20○○년 ○월
손에 익은 일은 머리를 복잡하게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다. 가장 먼저 커피 머신을 켠다. 우리 카페에서 가장 비싼 놈이라던 사장님의 말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 같다. 제빙기 얼음이 잘 채워졌는지 확인하고, 전날 마감 아르바이트생들이 곳곳에 뒤집어 말려 놓은 집기들을 제자리에 가져다 둔다. 화장실 휴지를 일부러 안 채워 놓는 것이 분명하다고 구시렁거릴 때쯤 짤랑, 하는 소리와 함께 사장님이 출근한다. 인사를 하고 난 후 청소기를 가지러 창고로 향한다. 사장님이 주방 쪽 오픈 준비를 마무리하는 동안 나는 카페 이곳저곳을 쓸고 닦아야 했다. 청소를 마치고 돌아오니 그날따라 주방 일이 더뎌 보였다. 사장님은 오븐을 켜놓지도 않고 휴대폰만 붙잡고 있었다. 정신없어 보이는 사장님에게 대신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휴학하는 동안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하던 카페는 오전 11시 어중간한 시간에 열었다. 나는 평일 오픈 아르바이트생이었고, 어차피 평일 손님은 주로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과 빙수를 먹으러 오는 중·고등학생들이었다. 그때까지는 혼자 조용한 시간을 즐기고 싶거나, 비밀스러운 만남을 원하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날따라 처음 방문한 손님이 많았다. 눈에 익지 않은 손님들이 처음 만들어보는 메뉴를 주문했다. 신경 쓸 게 많았다. <더 보기>
by 윤명주_사적인 지각변동 굳이 이걸 이 시점에 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쯤에서 접고 그냥 한 잔 시원하게 마셔버릴까 하는 생각을 참는 게 언제까지 가능할지 알 수 없다. 하루 종일 갈등 상황에 내팽개쳐진 기분이다. 대체 왜 이 고난을 사서 하는 건지 나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다. 마약이나 알코올도 아니고 그저 커피일 뿐인데. 시작은 그저 단순한 깨달음에서부터였다. 커피를 마신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머리가 아프고 하품이 나오면서 졸리기 시작한다. 그때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면 어느새 두통이 가라앉는다. 그 순간 ‘아, 내가 확실히 카페인 중독이 맞구나’싶다. 뭔가에 중독된다는 것이 산뜻한 기분은 아니다. 스스로의 의지로 통제가 안 되는 상황에 대한 공포감이 있는 나로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한때는 치매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렸고, 영화 <스틸 앨리스>는 차라리 공포영화에 가까웠다. 그러니 단순한 것이든 뭐든 뭔가에 중독된다는 게 달가울 리가 없다. 그래서 상태는 고려하지 않고 이참에 끊어보자 했던 것이다. 시작은 간단했는데 과정은 생각보다 힘들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축약되거나 미화된 부분이 바로 여기다. 현실은 사실 디테일에 있는데 말이다. 중독자가 몇 분 정도 괴로워하는 영상을 음악과 함께 그리는 건 사실 대단한 왜곡이다. 그렇게까지 격렬하지도 않고 영상미도 없고 지질하고 지루한 과정에 가깝다. 마약 중독자는 보통 몇 분 정도(영상에서) 괴로워하다 다음 장면에서 초췌하지만 말간 얼굴로 나타난다. 카페인 중독자의 경우는 어떨까. <더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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