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겨울을
장롱 깊숙이 밀어 넣었다
입을 다물지 못하는 문을 뒤로
햇살의 눈인사를
유리창이 오해 가득 품으면
셔츠 한 장을 꺼내
몸에 걸친다
손목엔 지난 계절의 흔적이
잊었던 시절을 건드린다
골목 하나 돌아서자마
어귀를 지키고 있던 추위가
기다렸다는 듯 귓가를 서성이는데
하나, 둘, 셋을 세기도 전
어깨에 내려앉는 목련이
홑겹의 기억보다 무거울까
다시,
닫혀 있던 장롱문을 열고
게워 내듯 뱉어내는
외투 한 벌을 꺼내어 걸친다
그 무엇이 무엇을 한다 해도
해는 제 할 일만 할 뿐
한 손엔 벗은 옷가지를 들고
다른 한 손엔 하루의 균형을 잡은 채
이럴 수도,저럴 수도 없는
어정쩡한 소매를 추스른다
난 언제쯤
끝 단까지 평온한
온도를 걸칠 수 있을지
채 녹지 않은 그늘 위로
분홍을 밀어 올린 것들이
허공에 나부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