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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Vivian Maier

비비안마이어

비비안 마이어 Vivian Maier

"꿈이 있습니까?" 소셜 미디어 릴스를 넘기다 길 가는 이들에게 불쑥 꿈을 묻는 인플루언서의 영상을 보았다. 어느 정도의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꿈이라면 흔쾌히 들어주며 얼마 후 훈훈하게 콘텐츠를 마무리한다. 문득 길을 걷다 누군가 내 앞을 막아서며 꿈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대답할 수 있을까. 먹고사는 일에 치여

By 마침 - 명프로젝트 & 시필
우드 와이드 웹

우드 와이드 웹

[청소년 정신건강 칼럼] 숲속의 나무들은 혼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각자의 뿌리, 각자의 줄기, 각자의 잎. 서로 닿지 않은 채 홀로 견디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땅 아래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이다. 1997년 네이처지의 표지를 장식했던 시마드 삼림생태학 교수의 연구 내용에

By 김지혜 - 4등을 위한 글
중력을 잃은 언어 (7) - 하나

중력을 잃은 언어 (7) - 하나

미나의 개인 인큐베이터 안으로 두드리는 진동음이 빠른 박자를 만들었다. 새벽에 겨우 잠든 미나는 억지로 눈에 힘을 주어 빛을 받아들였다. 타미가 헤매는 미나를 억지로 부축하여 일으켰다.  - 아직 수면 시간인데 미안해요. 그런데 급해서요. - 아, 괜찮아요. 무슨일인데요? - 조이가 없어졌어요.  미나는 벼락을 맞은 듯 정신이 확 들어왔다. 정신없이 밀실로 달려갔다. 조이를

By 이안 -이 안의 숏텐츠
흔적. 남겨야 하는, 지워야 하는

흔적. 남겨야 하는, 지워야 하는

창가에 앉아 밝게 빛나는 종이를 바라본다. 짧게 이어가는 손길로 조심스레 스케치한다. 그려진 선을 따라 춤추듯 여러 빛깔로 덧칠한다. 마음이 머문 그림을 바라보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나만의 개성이 새겨진 그 흔적을 고스란히 남겨둔다. 눈을 돌려 햇빛이 깃든 거실 한가운데를 바라본다. 보이지 않던 발자국이 희미하게 드러난다. 탁자에 마시고 올려 둔 유리잔에 입술

By 이지선 - 햇살 좋은 창가
12. 탈주 스캔들 (12) -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것 같은 상황

12. 탈주 스캔들 (12) -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것 같은 상황

인하의 눈매가 미세하게 찡그려졌다. 그렇잖아도 몇 시간에 걸쳐 해진과 함께 주변을 싸그리 훑은 참이었다. 엔진실, 부엌과 세탁실 등등. 애초에 선장과 함께 탑승한 승무원이 묵으며 일정 기간 생활할 걸 상정하고 만들었을 공간인 게 뻔해 보인다. 그런데도 누가 생명체만 골라 증발시킨 것처럼 안에 사람이 없는 게 신기했다. 과장 좀 섞어 어디 인적

By 가넷베리Garnetberry - 가넷베리의 숏텐츠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나는 별 탈 없이 살아간다. 헤벌쭉 웃는 얼굴을 한 그저 밝은 사람, 그게 나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삶을 살아가며 누군가 겪는 일을 나도 한두 개쯤 경험하며 살아왔다. 작년에 쓸개 제거 수술받았지. 반복된 유산과 임신으로 치질수술도 두 번이나 받았지. 지천명을 내후년에 앞두고, 완경을 맞이했지. 아픔은 희미하게 남겨진 조각 하나뿐이길 바랐다. 말 주머니에

By 이지선 - 햇살 좋은 창가
이미지 출처 : ⓒ 영화 《오디세이》 (Universal Pictures, Syncopy) Photo by 이표

오디세이

감히 세상을 다스리려 할 때 _ 영화《오디세이》

※ 현재 상영 중인 영화 《오디세이》의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방송사에서 취재 나온 기자가 다가와 인터뷰를 요청했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 유물이 전시된다는 소식에, ‘무도 키즈’ 이전 ‘홍은영 키즈’였던 또래 아이들이 현장을 가득 채웠다. 엄마는 등을 떠밀며 말했다. “신간 나올 때마다 서점으로 달려갔어요. 얘는 모르는 게 없으니 물어보세요.

By 이표(李表) - 표류일지
복

복날

복

들끓는 한복판 남김없이 속을 도려내 비워낸 품 안에는 쓰고 달고 맵고 떫은 사방에서 여문 것들을 차곡차곡 들여앉혀 품은 것들이 흩어질새라 두 손 두 발 여미고 숨 한자락도 토하지 못하게 안으로 안으로 뼈는 살을 놓아주고 살은 제 모양을 내려놓으면 허물어진 것들 사이로 켜켜이 밴 것이 흘러나와 마침내 마주 앉은 이의 앞에

By 마침 - 명프로젝트 & 시필
원영적 사고 vs 정민적 사고

원영적사고

원영적 사고 vs 정민적 사고

유행이 한참 지났겠지만 원영적 사고에 대해 한마디 하겠다. 얼마 전까지 사람들은 대개 원영적 사고의 바탕이 삶을 대하는 좋은 태도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사고하는 장원영이라는 아이돌 가수를 칭송하는 얘기도 들렸다. 장원영에 대한 개인적 심상은 제쳐두고 만사에 긍정 회로를 돌리는 게 한국인들에게 유독 필요한 방식이라는 점은 나로서도 인정하는 바이다.

By 윤명주 - 사적인 지각변동
테시투라 - 다음 중 가장 적합한 대응을 고르시오

테시투라 - 다음 중 가장 적합한 대응을 고르시오

시선은 앞을 향해 있었지만 귀는 옆을 향해 열려 있었다. 식당 백반을 앞에 두고, 지인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도 옆 테이블의 깔깔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비꼼과 농담 사이, 그 대상이 나와 지인이었기 때문이었다. “밥을 다 먹었으면 빨리 나가든지 해야지, 괜히 손님 놓쳐 버렸네.” “언니처럼 주인 걱정까지 해주는 손님이 어딨어. 하하하.” 나는 아무

By 윤명주 - 사적인 지각변동
지금-여기, 당신이라는 숲의 온기

지금-여기, 당신이라는 숲의 온기

[청소년 정신건강 칼럼] 숲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위를 올려다보게 된다. 하늘을 향해 뻗은 키 큰 나무들. 그 아래로 햇빛을 조금씩 나눠 받으며 자라는 중간 키의 나무들. 그리고 땅 가까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바위와 흙 사이를 조용히 채우는 이끼. 숲은 키 큰 나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각자의 역할이 있다. 큰

By 김지혜 - 4등을 위한 글
포스트잇 : 편린

포스트잇 : 편린

나는 머릿속이 뒤죽박죽 할 때 포스트잇을 꺼내든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도, 당장 오늘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도.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것보다 눈앞에 모든 내용을 무당이 쌀점치듯 흩뿌려놓으면 확실히 고민과 갈등의 시간이 단축된다.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소재가 정해지고 취재가 끝나면 촬영구성안을 작성한다. 취재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노트북 화면

By 서사이 - 도구의 사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