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탈주 스캔들 (7) - 산 사람은 살아야지?
[ 예? 담당 인력을 투입하는 게 아니라 그럼…… 여보세요, 듣고 계십니까? ]
인하는 해진과 묶인 상황도 잊고 펄쩍 뛰었다.
“그래서, 어떻게 윗선이랑 딜을 하실 건데요?”
“입 좀 다물어. 결정해도 내가 결정할 문제거든.”
“아, 우리 형사님께서 또 귀엽게 고집을 부리시네.”
해진이 씩 웃으며 인하에게 고개를 까딱였다.
“그러면 이제부터 형사님께서 내 눈치 보는 거군요?”
“뭐야?”
“뭐야, 라뇨. 위에서 내 심기 거스르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야, 눈치를 봐도 네 쪽에서 내 눈치를 봐야지, 지금 무슨…….”
까악, 때마침 그들 머리 위 컨테이너 천장 쪽에서 울던 까마귀가 항구 쪽에서 날아온 갈매기 두어 마리가 날개를 들어 위협하는 것에 놀라 퍼드득거리며 날아갔다.
“그건 좀 억울하네요. 난 24시간 내내 형사님 눈치 열심히 보고 있는데요.”
“네가 퍽이나.”
난데없는 윗선의 지시를 되짚던 인하는 미간을 찡그렸다.
신경질적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데 손톱 끝에 수갑 사슬에 걸렸다. 하도 수갑 잘그락대는 소리를 듣다 보니 이제 환청으로 들릴 지경이었다. 진짜, 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젖은 머리를 헝클어대는 동안 옆에서 얌전히 수갑 찬 팔을 내어주던 해진이 뭐라고 말하려는 듯하다 그냥 같이 웅크려 앉는다. 젖은 몸이 마르자 옷이 뻣뻣해졌다.
인하는 다시 꼿꼿하게 허리를 폈다. 겨우 계획을 공범에게 털어놓을 결심이 섰다.
“사실은, 이 섬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거든?”
암만 이놈이 공범이어도 털어놓는 덴 용기가 좀 필요했다. 인하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난 그걸.”
“조사하고 계신다고요.”
“어?”
“알아요.”
“아, 안다고?”
놀라 반사적으로 목이 긁히는 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뭐 대수로운 일이냐는 듯 해진이 느긋하게 젖은 머리를 털어댔다.
“알 수밖에 없죠.”
“어떻게……?”
“저 형사님보다 여기 오래 있었거든요?”
“그래봤자 골방에 처박혀 있었던 거잖아.”
난 이 해문 교도소 근속 일수가 벌써 500일이 넘는다고. 그런데 어떻게.
“참고로 사형 선고 받기 전에도 여기 와봤어요.”
해진이 솔직하게 당황한 인하를 보며 씩 웃었다.
“그때는 뭐, 아시다시피 가족처럼 지내던 조직에서 따로 임무를 맡아 진행했던 게 있어서, 겸사겸사 형사님이 뭔가 쫓는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던 거고요. ”
요컨대 아는 만큼 보였다는 건가, 인하는 표정 없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운 좋게도 우린 이해관계가 맞물리네요. 이런 게 운명인가.”
혼자 골방에 갇혀 있는 와중에도 묘하게 침착하고 여유로워 보이던 게 그럼 다 이런 이유였겠네.
“운명은 무슨, 너랑 네 개 같은 가족들이 지금 일 꼬이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 거지?”
해진이 그쯤에서 풉, 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 혹시 윗선 사람들 중에 형사님 꼴보기 싫다고 담그려 하는 놈이 있는 것도 아시나요?”
아, 그건. 인하는 안 묶인 쪽 손을 내저었다.
“됐어, 그런 건. 어디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흔한 질투였다. 사람 사는 데라면 어디에서나 벌어지는 일이라 익숙했다.
“위에서 눈꼴시다고 괜히 트집 잡는 사람 몇 있는 거야 뭐, 신경 쓸만한 일 축에도 못 들지.”
그리고 딱히 인하를 거슬려 하는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디나 그렇듯이 교도소든 강력반이든 다 사람 사는 곳이었다. 친하게 지내던 동료라든가, 아니면 대충 좋은 사이였던 선후배라든가, 적당히 알고 지내던 지인 중에서도 인하가 열심히 일하고 실적 쌓는 걸 제대로 봐 주는 사람도 있으니 상관 없었다.
“우리 주 형사님께서 뭘 그렇게 열심히 조사하시나 궁금했는데, 여기 있는 커넥션을 마킹하셨던 거군요.”
“그래, 커넥션.”
해문 교도소 대내외로 있는 관계. 적당히 고인 사람들끼리 적당하게 형성한 관계라기보단 뭔가 찜찜한 게 더 걸렸다.
“사실 그런 유착 관계야 어디에나 있는 거긴 한데.”
“그런 거면, 뒤에서 사형수들 죽은 척 빼돌려 어디 장기라도 내다 파나요?”
“뭐?”
“아니면 뭐, 이미 죽은 사람이 아니라 산 죄수들을 내다 판다든가요. 어디 대학 병원이라든가, 글로벌 제약회사들이랑 협약 관계 맺어서 싱싱한 실험체로 공급하나?”
“갑자기 뭔 개소리야. 살벌한 말 할래?”
말은 했지만 숨겨진 게 있는 건 사실이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든,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든 마찬가지로 사람 사는 곳이었다.
“그래요, 완전히 개소리라는 말씀이시죠?”
“으음…….”
그래, 산 사람은 살아야지?
“아주 없는 말은 아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