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에 있어야 했다 _ 단편소설 <실패담 크루>
실패담은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 친구들에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하자마자 부끄러움이 밀려 들어왔다. 필명도 밝히고 책 제목과 연재처 링크를 공유했지만, 어떤 무리에게는 주저했다. 지나가는 말로 가볍게 꺼내려던 마음과 달리, ‘사실은,’ 같은 호흡을 넣어 무려 ‘선언’을 해버렸다는 점은 같았다. 유난스러운 나의 성격을 인정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감히 네가?
실패담은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 친구들에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하자마자 부끄러움이 밀려 들어왔다. 필명도 밝히고 책 제목과 연재처 링크를 공유했지만, 어떤 무리에게는 주저했다. 지나가는 말로 가볍게 꺼내려던 마음과 달리, ‘사실은,’ 같은 호흡을 넣어 무려 ‘선언’을 해버렸다는 점은 같았다. 유난스러운 나의 성격을 인정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감히 네가?
같은 내 얼굴이지만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이에게는 징징거리느라 울상인 얼굴로 어떤 이에게는 정신 놓고 웃는 주름진 얼굴로 어떤 이에게는 세상 이야기로 미간에 내 천(川)자를 그린 얼굴로 어떤 이에게는 책임감 가득한 다부진 얼굴로 어떤 이에게는 눈동자에 힘 잔뜩 빼고 멍한 얼굴로 어떤 이에게는 빛이 반짝반짝 배움 가득한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 했다. 그럼 회피하는 기술은 어떤가. 그 또한 신이 인간의 생존과 안위를 위해 준 것일까. 신의 선물이든, 생존하기 위한 뇌의 작용이든 하루치의 안정을 위해 나라는 인간이 선택하는 방식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가능한가 싶다. 내가 지금 조선시대로 타임슬립이라도 하게 된 건가. 당치 않은 놈들에게 맞지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님께 전하는 글진 geulzine의 뉴스레터 08호 FEATURE STORY 사랑의 밀도에 대하여 “아무런 내색 없이, 마음 놓고 그녀가 울 수 있도록 나는 스스로의 마음을 그녀의 눈물 밑에 펼쳐주었다. 따뜻한 벽난로를 등지고서도, 해서 내 마음은 한 장의 손수건처럼 자꾸만 젖어들었다. 젖고, 젖었으며... 내가 젖을수록 조금씩 말라가는 그녀의 눈물을
“아니, 그게요. 남 형사님은…….” 그동안 되게 주 간수를 거슬려 하시는 것 같길래, 뭐라 작게 우물쭈물하는 팀원에게 눈을 부라린 의일은 뭐라고 더 말 섞는 대신 고개를 돌렸다. 그들 앞에서 푸른 빛을 뿜는 관제탑 모니터 안에서 붉게 깜빡이는 인하 일행의 현 위치를 노려봤다. 그러다 그는 유독 새카맣게 때가 탄 부분을 발견했다. 얼룩인
“아무런 내색 없이, 마음 놓고 그녀가 울 수 있도록 나는 스스로의 마음을 그녀의 눈물 밑에 펼쳐주었다. 따뜻한 벽난로를 등지고서도, 해서 내 마음은 한 장의 손수건처럼 자꾸만 젖어들었다. 젖고, 젖었으며... 내가 젖을수록 조금씩 말라가는 그녀의 눈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마르고 따뜻해질 때까지, 언제까지고 나는 그녀의 고통을 흡수해주고 싶었다.” 『죽은 왕녀를
상실
[청소년 정신건강 칼럼] “선생님,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죠?” 아이들은 충분히 울고 나서야 비로소 이 질문을 꺼낸다. 상실을 인정했고, 잃어버린 것들을 위해 마음껏 울었다. 하지만 그다음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은 상실의 감정 속에 머문다. 상담실에서 만난 한 아이는 친구를 잃은 상실감 속에 몇 달째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선생님,
무언가를 갖고 싶은 소비 욕구가 올라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책을 사거나 빌린다. 책을 펼치고 앉아 있으면 괜히 더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누군가에게 “내 취미는 책 읽기예요.”라고 말할 때도 조금은 있어 보이는 것 같아서 좋다. 베스트셀러나 쉽게 읽히지 않는 책을 굳이 고르지는 않는다. 그저 내
여기 두 문장이 있습니다. "그의 문학은 나이로 치면 30대 중년여자, 피부로 치면 육욕에 거친, 지방질은 거의 다 말라 없어진 퇴폐하고 황량한 피부." 그리고 같은 작가를 두고 쓰인 또 다른 문장이 있습니다. "교훈 같은 흔적은 조금도 없으면서도, 자미있고, 그 자미가 결코 비열하지 않은 — 고상한 자미." 전혀 다른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님께 전하는 글진 geulzine의 뉴스레터 07호 FEATURE STORY 잊을 수 없는 그날의 기억 기억 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 날이 있다. 2014년 4월 16일. 그날, 내 아이는 뱃속에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고 다른 누군가의 아이는 깊은 바다로 가라앉고 있었다. 고위험군 산모였던 나는 임신 중독 검사를 받기 위해 서울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