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플래그 : 나비, 날다
- 조용히 날아앉았다가, 흔적 없이 떠나기를 1. 고치- 나비가 될 수 있을까. 지금은 촬영에도 외장 하드가 사용되지만, 내가 한창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시절엔 ‘촬영 테이프’라는 것이 있었다. 보통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 60분에서 90분 짜리 테이프가 100개에서 150개 정도 쌓였다. 촬영 기간이 길어지거나 대작(大作 )인 경우엔 이 개수를 훨씬 뛰어넘기도
- 조용히 날아앉았다가, 흔적 없이 떠나기를 1. 고치- 나비가 될 수 있을까. 지금은 촬영에도 외장 하드가 사용되지만, 내가 한창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시절엔 ‘촬영 테이프’라는 것이 있었다. 보통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 60분에서 90분 짜리 테이프가 100개에서 150개 정도 쌓였다. 촬영 기간이 길어지거나 대작(大作 )인 경우엔 이 개수를 훨씬 뛰어넘기도
조현병
[특별편 - 정신건강 이야기] 첫 번째 특별편은 ‘조현병에 대한 사실과 편견’을 주제로 준비했습니다. 왜 하필 ‘조현병’이 주제일까요? 우리는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사람이 '조현병이었다'라는 기사를 종종 접합니다. 정신건강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그 표현이 만들어내는 오해를 누구보다 자주 마주하기에 그럴 때마다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조현병은 하나의
"이 책의 모든 위대한 부분은 그녀의 것이다. 그녀가 없었다면 이 책은 결코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 《자유론》 헌사 中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주장이라 불리는 책,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하지만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면 나오는 놀랍고도 솔직한 고백을 세상은 160년 동안 이 문장을 밀의 '과한 사랑&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글진 geulzine의 뉴스레터 03호 FEATURE STORY 진심. 질식해도 좋을 넌 늘 물을 찾았어 네 좁은 목구멍을 모르고 미어지게 밀어 넣은 나만의 진심에 가슴을 쳤지 뽀얀 살결 속 서슬 푸른 비수를 숨긴 이들처럼 나마저 독을 품었다면 너는 나를 달리 대했을까 무해하다는 이유로 파헤쳐도 좋을 이름이 된 나,
3월의 새 학기, 가족들을 보내고 난 뒤 집 안에 남은 아침 햇살이 나를 천천히 깨웠다. 창가에 앉아 집안을 한 번 둘러봤다. 햇살 속에서 어제는 보이지 않던 먼지들이 하나둘 떠다녔다. 아이들을 보내고 나면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시고 싶지만, 눈앞의 작은 먼지들이 나를 먼저 움직이게 했다. '그래, 이
한참 전, <무한도전>의 어떤 특집 편에서 여러 분야의 패널들이 출연해 프로그램이 나아갈 방향 따위를 이야기하던 걸 기억한다. 어차피 예능 프로그램이니 패널들이 했던 발언의 사실 여부나 신빙성을 따지는 건 별로 의미 없겠지만 아직까지 머릿속에 남아있는 발언이 하나 있다. 프로그램이 장기화되면서 유재석을 비롯한 출연자들이 분명 힘에 부치는 구성을 소화해내고
-사랑이 뭐야?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감정이긴 해? 유니콘 같은 거 아니야? -내가 이렇게 사랑하고 있는데, 안 보여? 나한텐 네가 전부인데 오늘도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시큰둥한 질문에도 활기찬 답변이 돌아오는 그를 신기해하는 중이었다. 내 앞에는 언제나 말라비틀어진 낙엽이 굴러다니는데, 그의 앞에는 꽃길만 있었는지. 그에게서 분홍색 단어들이 흘러나와,
넌 늘 물을 찾았어 네 좁은 목구멍을 모르고 미어지게 밀어 넣은 나만의 진심에 가슴을 쳤지 뽀얀 살결 속 서슬 푸른 비수를 숨긴 이들처럼 나마저 독을 품었다면 너는 나를 달리 대했을까 무해하다는 이유로 파헤쳐도 좋을 이름이 된 나, 못난 침묵이라 하지 말기를 자줏빛 수의를 입고 어둠 속에서 견딘 시간은 지상의 설탕을
인생의 갈림길이 많아질수록,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같은 후회가 많아진다. 더군다나 그 선택이 다른 사람의 설득 때문이라면 후회는 원망으로 바뀐다. 나에게는 그것이 제주행이었다. 몇 년 전 나는, 쉼 없이 일했던 직장을 그만두기로 했다. 작은 규모의 직장이었기에, 내가 발전하는 만큼 함께 성장하는 것이 눈으로 보였다. 그게 재밌어서 힘든 줄도 몰랐다. 그렇게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글진 geulzine의 뉴스레터 02호 FEATURE STORY 너의 쓰디쓴 밤을 나는 알고 있다 : 아류라 불리던 것들의 뜨거운 반란 1. 나는 아류다 나는 만년필의 아류다.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불렀고, 나 또한 그 시선을 부정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내가 태어난 이유이자 숙명이었으니까. 내 고향은 일본. 내가 바다 건너 한국까지 진출했다는
등교거부
[청소년 정신건강 칼럼] 첫 만남 이후 일주일. 아이는 여전히 교실 구석에 앉아있다. 쉬는 시간이 되면 누군가 말을 걸어주길 기대하지만, 친구들은 이미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모여 앉는다. 아이는 말 대신 주변 눈치만 살핀다. 결국, 아이는 책상에 엎드린다. ‘역시 나는 안돼.’ ‘나는 여기에 어울리지 않아.’ 아이는 그렇게 스스로 자책을 한다. 그러던 어느
- 아류라 불리던 것들의 낮은 반란 1. 나는 아류다 나는 만년필의 아류다.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불렀고, 나 또한 그 시선을 부정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내가 태어난 이유이자 숙명이었으니까. 내 고향은 일본. 내가 바다 건너 한국까지 진출했다는 건, 그만큼 내 존재가치가 인정받았다는 의미겠지. 나를 처음 만났을 때 사람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