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일지: 불안 세대의 문화 기록
표류일지: 불안 세대의 문화 기록 <표류일지>는 시작을 미루고, 선택을 의심하며, 시대를 표류하는 한 90년대생의 문화 기록이다. 대중문화 속 장면에서 내게 필요한 말을 찾아낸다. 작가 소개 이표(李表, Ipyo) ipyo.writer@gmail.com 불안이 일상이 된 세대, 90년대생. 하루 종일 TV 앞에 있던 어린 시절을 지나며 보고·듣고·
표류일지: 불안 세대의 문화 기록 <표류일지>는 시작을 미루고, 선택을 의심하며, 시대를 표류하는 한 90년대생의 문화 기록이다. 대중문화 속 장면에서 내게 필요한 말을 찾아낸다. 작가 소개 이표(李表, Ipyo) ipyo.writer@gmail.com 불안이 일상이 된 세대, 90년대생. 하루 종일 TV 앞에 있던 어린 시절을 지나며 보고·듣고·
시-시-시-작! 동시에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공포가 폐부로 밀려 들어와 눈동자를 굴리며 입 밖으로 도망친 음정들을 줍느라 노래는 늘 허리가 끊겼고 ‘너는 꼭 부르다 말더라’라는 말은 주석처럼 달렸다 ‘꼭'이라는 부사에 갇혀 첫 음은 다시 떼지 않았고 오물조물 입술만 움직이며 침과 함께 삼켜버린 것들로 키가 자랐다 ’마침표를 찍을 수
1. 노트북 세대인 내가 다시 지우개를 드는 이유 나는 노트북 세대의 작가다. 하루 종일 노트북 앞에 앉아 문장을 쓰고 지우는 일이 나의 일상. Delete키는 나의 실수를 손쉽게 증발시킨다. 흔적도, 흉터도 남지 않는다. 단, 0.1초. 실수가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사라진다. 지움이 이토록 가벼워진 시대지만, 내 노트북 옆엔 언제나 백지와 연필 그리고
내게 시작은 장애물 달리기처럼 느껴진다. 하나를 넘으면 또 하나가 보이고, 그늘처럼 따라온다. 그래도 넘는 법을 조금씩 알게 된다. 급하게 뛰는 사람도 있고 먼저 앞서가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내 속도로 간다. 반복 속에서 나만의 걸음이 생기고 그 모습 그대로의 나를 조용히 받아들인다. 출발과 끝 사이, 그 긴 시간은 달려가야 할 대상이
살다 보니 강력계 형사란 게 입장이 그랬다. 일단 노동 강도가 센 편이라든가, 목숨 건 잠복근무를 밥 먹듯 하는 것치곤 박봉인 거라든가, 실수령액이 높게 찍히는 달이 있긴 해도 그럭저럭 먹고 살 정도라든가. 뭐 자잘한 거 말고도 직접적인 위협이 도사리고 있었다. 툭하면 밤길 조심하라는 둥 위협하는 폭력배들이 그녀 앞에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헤매다 보면, 땅으로 없어질 거 같은 중력이 느껴지는 날이 있어. 노는 것도 자는 것도 어떤 것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 시간을 묵묵히 기다리다 문득 깊은 물 속에 나를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여기는 도시라서 바다가 가까이 있지도, 강이 가깝지도 않았어. 그래서 어떻게 했는지 알아? 우리 집에서 5분 거리에
글진 geulzine의 뉴스레터 FEATURE STORY 발화, 사유가 세계가 되는 순간 우리의 사유는 종종 일출과 일몰이 구별되지 않는 붉은 수평선 위에 머문다. 지금 마음을 달구는 이 빛이 새로운 시작의 예감인지, 아니면 저물어가는 낙조의 잔향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함. 확신 없는 생각은 형태를 얻지 못한 채 머물고, 우리는 끝내 발화를 미룬다. 그리고
[강추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외출 시 방한용품을 착용하시고…] 연속된 문자 알림음을 따라 내 입김이 길게 이어진다. 내뱉은 숨이 곧장 얼어버릴 것만 같다. 옷을 벗은 나무들 사이에 열매 맺힌 나무는 몇 없다. 그곳에 맹금류인 새매 한 마리가 앉아 먹이를 찾아 헤매는 작은 새를 기다린다. 하지만 좀처럼 기회가 찾아오지 않자 이내 자리를 떠난다.
< 통신에 문제가 있어 답변드릴 수 없습니다. 고객센터에 문의하시기를 바랍니다. > 5G 통신 수신바를 확인 했다. 수신바5개가 모두 가득 채워져 있다. 다른 포털 사이트를 접속해 인터넷 접속 상태를 확인했다. 포털 사이트는 정상적으로 열리고 있었다. 혹시 쿠키에 저장된 페이지가 열리고 있는 상황인지를 확인하려고 다른 링크도 확인했다. 문제없었다. 다시 에이아이 답변 사이트에
사유
우리의 사유는 종종 일출과 일몰이 구별되지 않는 붉은 수평선 위에 머문다. 지금 마음을 달구는 이 빛이 새로운 시작의 예감인지, 아니면 저물어가는 낙조의 잔향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함. 확신 없는 생각은 형태를 얻지 못한 채 머물고, 우리는 끝내 발화를 미룬다. 그리고 이미 세상에 수많은 문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 망설임에 무게를 더한다.
햇살 좋은 창가에서 인사드립니다. 2026년이 어느새 흘러가고 있지만, 제게는 늘 3월쯤이 진짜 시작처럼 느껴집니다. 이제야 몸을 조금 펴는 사람도, 아직 망설이고 있는 사람도 괜찮습니다. 기지개를 한 번 크게 켜고, 새로운 한 해를 다시 맞이해 보아요. 늦은 건 아니에요. 지금이 딱 좋은 순간입니다. 나를 돌본다는 건 어쩌면 이렇게 잠시 멈춰 서서,
성공 공식을 찾아 헤매는 당신과 나에게 몇 시간째인지 모르겠다. 도파민 중독자처럼 숏츠만 들여다 보느라 할 일은 뒷전이다. 보고 있는 게 특별히 재미있거나 유익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타인의 성공 공식에 왜 이토록 집착하는 걸까. 나도 안다. ‘성공하는 법’, ‘억만장자의 모닝 루틴’ 같은 영상을 본다고 내가 억만장자가 되는 건 아니란 사실을.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