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옥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
“비행기를 배워 조선 총독부를 부수겠습니다.” 수천 킬로미터의 대륙을 홀로 가로질러 문을 두드린 이방 여인의 기백 앞에서, 마흔 살 군벌 총독의 완고한 빗장이 마침내 풀렸습니다. 윈난 육군항공학교의 견고한 금녀의 벽을 무너뜨린 이 호기로운 선언이, 고작 스물둘의 망명객 권기옥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는 태어난 순간부터 거절당한 존재였습니다. 1901년 평양, 아들이 아니라는
“비행기를 배워 조선 총독부를 부수겠습니다.” 수천 킬로미터의 대륙을 홀로 가로질러 문을 두드린 이방 여인의 기백 앞에서, 마흔 살 군벌 총독의 완고한 빗장이 마침내 풀렸습니다. 윈난 육군항공학교의 견고한 금녀의 벽을 무너뜨린 이 호기로운 선언이, 고작 스물둘의 망명객 권기옥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는 태어난 순간부터 거절당한 존재였습니다. 1901년 평양, 아들이 아니라는
[청소년 정신건강 칼럼] “더 이상은 못 하겠어요. 학교 그만둘래요.” 분 단위로 쪼갠 일과표,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은 순공 기록. 새벽까지 이어진 오답 노트와 스스로를 계속 점검하는 모습. 치열하게 살아온 그 아이는 플래너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 결국 자퇴를 선언했다. 목표하는 대학의 등급컷에서 멀어지고, 자신의 노력을 ‘가망 없는 실패’로 정의한 결과다.
안녕하세요, 글진입니다. 최근 저희 사이트의 일부 게시글에서 비정상적인 스크립트가 발견되어 안내드립니다. 먼저 이용에 불편과 걱정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운영 작가 계정의 비밀번호가 외부에 탈취되어, 누군가가 그 계정으로 다수의 글 하단에 악성 유도 스크립트를 몰래 삽입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스크립트는 글 상세 페이지에서 본문 내용을 가린 뒤, 마치 인증 절차인
“왜 살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 말을 듣자 목구멍에서 간질거리는 느낌이 올라왔다. 내가 말할 타이밍이지만 또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예감. 알량한 내 혓바닥이 저지를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난 후에 나는 그냥 입을 다물기로 결정했다. 위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오만이지. 속으로 생각했다. 암 진단을 받아 수술
스틸레토 힐(stiletto heel), 발끝이 뾰족한 구두로 또각또각 바닥을 울리며 바깥 세상을 향해 걷던 날들의 기억은 나를 알리는 일정한 방식이었다. 피나포어 에이프런(pinafore apron), 주름 장식이 달린 드레스 같은 앞치마를 두르고 가족의 밥을 짓고, 집안을 돌보며 보낸 시간은 또 다른 나로 무장하는 옷에 흔적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일하는 여성이었지요. 그러나
독서할 때 한가지 원칙이 있다. 책을 더럽히지 않을 것. 되도록 읽은 흔적조차 남기지 말 것. 어떤 이는 책에 남은 흔적과 역사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나는 반대다. 언제나 새 책 같은 책의 겉장을 넘길 때, 그리고 읽다가 '아, 처음 읽을 때도 바로 이 부분에 머물렀었지.', '아! 그땐 이해할 수
아마 애인을 계기로 몸담은 조직에서 손 씻고 나오고 싶어 했을 조직원이, 해진의 얘기를 들으면서 머릿속에 그려졌다. “형도 마지막에는 후련해 보였어요. 좋은 데 갔겠죠.” 후천적으로 형성된 유사 가족 놀이. 그럼에도 어지간한 선천적 혈연보다 지독했을 관계였다. 혈기 왕성한 나이의 짐승들은 발목 잡는 걸 끊어내려 서로의 발목을 물어뜯어야 했겠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6월의 해는 공평하지 않은 지 오래다 어떤 이는 어깨를 넘는 양산으로 해를 막고 어떤 이는 한 줌의 햇살이라도 긁어모으려 문을 열어젖힌다 일 년의 허리가 잘린다 숫자는 기어이 모든 것을 갈라 어떤 이는 여섯 달을 보냈고 어떤 이는 여섯 달을 남겼다 아는 이 일은 이곳을 그만둘 것이고 아는 이 이는 다른
사그라다파밀리아
성가족 성당,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중앙탑 '예수 그리스도의 탑'이 144년 만에 완공되었다. 건축가 가우디 사망 100주기에 맞추어 레오 14세 교황이 직접 참석해 축복식과 준공식을 진행했다. 생각보다 이른 ‘완공’ 소식에 놀랐다가 전체 완공은 아직 멀었다는 전망에 마음이 다시 가라앉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완공이면 좋은 게 아닌가. 왜
일곱 살 큰 딸이 태권도 학원에 다닐 때 일이다. 모처럼 승급 심사가 있는 날. 다른 학부모들과 함께 관람하려 체육관 바닥에 앉아 있을 때, 땀내 나는 지하 태권도장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불쾌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차였다. 편의점 앞에 파라솔과 함께 놓일 법한 플라스틱 의자가 구색 맞추기 용으로 몇 개 놓여있었는데
부끄러움을 가지고 살아간다. 아무것도 모른다. 익숙하지 않아 불안하다. 그렇지만 그냥 해본다. 이론만 배우기보다 실제로 해보며 배운다. 뒤로 미뤄봐도 어차피 누가 대신 해주지 않는다. 잘해서 빨리 하는 게 아니다. 모르니까 해치워 버리고, 시작했으니까 다시 하는 거다. 무언가를 한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다. 하지 않는다고 해도 방해되지 않는다. 해본다고 눈에 띄는 변화도
삼성동 코엑스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문구페어가 열린다기에 개막 당일 다녀왔다. 사전 티켓이 매진이라 인기를 예상했지만, 현장 체감온도는 그 이상이었다. 줄을 선 채로 발권만 1시간. 기다림 끝에 들어간 내부는 또 다른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일부 인기 브랜드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됐는데 대기 시간만 3시간이 넘는 곳도 있었다. 맛집만 줄 서는 거 아니다.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