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것들 (1)
여긴 분명히 우주인데, 내 눈앞에 유영하는 저 유모차는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뒤집혀 흐르는 유모차를 봤지만 못 본 척한다. 커피로 열지 못한 아침이란, 내가 아직 깨어나지 못한 상태이니. 저리 흐르게 둔다. 나는 아직 수면 상태이다. 그래야만 한다. 저것은 지금까지 둥실거렸으니, 조금 더 둥실거린다고 지구가 파괴되진 않을 것이다.
나는 클린 스페이스 본사의 잔해 처리반 직원이다. 우주를 정복 하겠다고 인간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지구 못지않게 우주도 인간들의 쓰레기로 골치가 아프다. 우리는 인간들이 만들어 우주를 그리고 지구를, 결국엔 인간을 공격하게 된 쓰레기를 수거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회사의 직무가 그럴듯하지만, 우린 그냥 우주 환경미화원이다.
우주 소속도 정부 소속도 아닌 사설업체가 나름 공익을 실현한다며 광고하는 통에 지원자가 부쩍 많아졌다. 우주를 아직도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직함에 우주가 포함된 것만으로 매력적인 직업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신입사원들은 더럽고 오래된 쓰레기를 마주하고 나면 거의 90퍼센트는 연락도 없이 사라졌다. 그들이 마주해야 할 쓰레기는 우주선 폐기물 따위의 고철뿐만 아니라 우주에서 분해 되지 못하고 떠도는 시체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버려진 우주선 안에 생명체가 있는 건 더 위험한 상황이다.
일을 시작하기 전 아침 루틴으로 향이 좋은 커피가 필요하다. 태양의 빛을 한껏 받고 있는 푸른 지구를 구경하며 커피 한잔을 하기 위해 우주용 중력 커피 추출기 안에 텀블러를 장착하고 추출 버튼을 눌렀다. 뜨거운 물까지는 아니어도 커피가 우러나올 정도의 미지근한 물이 흘러 내리기 시작하고 있었단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 평화로운 시간은 거기까지였다.
우주선을 때리는 강한 충격으로 밀폐 상태로 지구 중력까지 만들며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천천히 흐르던 커피는 위, 아래, 좌, 우로 정신없이 흔들렸다. 텀블러에 담기던 커피가 밀폐 고무 패킹 틈으로 삐져나왔다. 진한 갈색의 방울 방울이 비눗방울처럼 퍼져갔다. 강한 충격에 밀려가는 우주선 벽면에 왼쪽 어깨가 세게 부딪쳤다. 코와 입을 막고 커피 추출기 옆에 비상용 액체 흡입 청소기를 잡아챘다. 갈색 방울들이 흡입구로 줄을 맞춰 들어왔다.
안전바를 양손으로 단단히 잡고 조종석 쪽으로 몸을 날렸다. 우주선 주변을 촬영하는 영상으로 화면을 전환했다. 충격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모든 외부 카메라 영상을 돌렸다. 다행히 우주선에 흠집만 있고 찢어지거나 구겨진 상처는 없었다.
오른쪽 F4번 카메라에 우주선 옆을 스치듯 부딪치고 지나가는 소형 우주선이 잡혔다. 우주선의 모양이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온갖 고철이 덕지덕지 붙은 우주선은 출입문을 담당하는 곳에는 주택 현관문이 붙어 있었고, 발사체에는 금관 나팔이 붙어 있었다. 어디서 저런 걸 다 우주로 가져왔는지 모를 고철들이 우주선 전체를 이루고 있었다.
-오. 마이. 갓. 저건 뭐야?
-클린 스페이스 본사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방금 괴상하게 생긴 우주선을 목격했습니다. 사진 전송할 테니, 지구에서 언제 발사되었는지 누구 소유 인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고물 우주선을 찍은 사진을 전송했다. 사진을 찍은 후에도 계속 지켜보고 속도 측정하는데, 저 우주선은 연료를 쓰지 않고 이동하고 있었다. 우주가 이끄는 대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유진님, 해당 우주선에 대한 정보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지구에서 확인 가능한 정보는 30년 전에 지구에서 발사된 기록 이 외에는 없습니다. 운전자에 대한 정보도 없습니다. 30년 전 이후에 지구로 복귀한 기록도 없습니다. 아마도 실종 우주선으로 관리 대상에서 제외된 우주선인 거 같습니다. 접근시 조심하십시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30년 전 해당 우주선의 제작자나 소유자 혹은 운전자에 대한 정보 계속 알아봐 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국가가 우주선을 발사하면서 해적 우주선이 생기기 시작했다. 저 우주선은 조용히 공격해야 하는 해적들이 머물기엔 너무 독특하고, 무엇보다 연료가 없이 흐르고 있다는 건 해적에게 공격을 받았거나 주인 없이 버려진 우주선일 확률이 높다. 30년 전 우주선이 아직 멀쩡한 상태로 우주를 돌고 있다면 연료는 없을 것이고, 생명 유지 장치도 동작이 불가능할터였다. 쓰레기 처리 대상 1순위에서 본 예제의 표본이었다.
조심스럽게 도킹을 시도했다. 우주선이 오합지졸이지만 갖출 건 다 갖추고 있었다. 외부 우주선 도킹 시스템도 문제없이 작동하고 있었다. 뭐, 좀 구겨지고 느슨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것도 아까 내 우주선과 부딪치면서 일그러진 부분인 거 같았다.
3번의 도킹 시도 끝에 드디어 철컥 소리와 함께 도킹 완료 메시지가 떴다. 내 이름이 진하게 새겨진 쇠 목걸이에 라벤더 오일을 문질렀다. 청소용 우주복을 다 입은 후 헬멧을 양손으로 두 번 쳤다. 나에게 내가 화이링을 외치는 혼자만의 의식. 혐오스러움에 놀라 도망치지 않도록, 두려움에 무릎 꿇지 않도록 다짐하는 의식이다.
출입문 앞에서 호흡을 깊게 마셨다. 배꼽까지 들어간 순수한 산소가 몸을 깨웠다. 우주 질서유지센터와 클린스페이스 회사에만 주어지는 모든 우주선 출입문 해지 카드를 고물 우주선의 제어 시스템에 넣었다. 스르륵 열리는 내 우주선과 달리 한 뼘 길이로 열리다 멈추길 반복하며 덜컥거리는 문이 힘겹게 열렸다.
입구에 들어가기 전 고개를 살짝 숙였다. 연료가 없음에도 문이 열려주는 것에 감사를 전했다. 30년 전 우주선임에도 중요한 동작은 태양열로 유지하고 있었다. 내 발이 고물 우주선으로 들어서자, 정체되어 있던 악취에 내 우주선은 출입문이 자동으로 닫히고 정화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우주복으로 들어올 수 없는 썩은 내가 이상하게 입으로 들어온 듯 신물이 올라왔다. 냄새가 나지 않는데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을 일반인은 모를 것이다.
천천히 한발씩 내딛었다. 먼지와 끈적거리는 액체가 뒤섞인 내부는 냄새가 안나면 이상한 상황이었다. 보는 것만으로 온갖 냄새가 내 눈에, 그리고 내 피부에 달라 붙었다. 이런건 로봇을 시키면 좋으련만 돈을 아끼자고 사람보다 비싼 로봇 대신 회사는 사람을 투입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주선 안에는 움직이는 생명체는 감지 되지 않았다. 바닥에 끈적거리는 액체를 성분 분석 키트에 넣었다. 석유찌꺼기와 미량의 혈액. 해적들이 남기는 일반적인 횡포의 흔적이었다. 걸을때마다 신발에 붙는 그것들이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듯 했다. 천천히 메인 조정실을 지나 코너를 돌았을 때, 나는 주저앉을 뻔했다. 당할때마다 매번 놀라서 화가 났다. 좁은 공간 밖으로 축 늘어진 팔이 색을 잃고 복도를 향해 삐져나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