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것들(2)

버려진 것들(2)
Photo by Guillermo Ferla / Unsplash

화장실 자동문 밖으로 나온 팔. 

 그래서 닫히지도 열리지도 못한 자동문은 그 애매한 자리에 멈춰 있었다. 억지로 열어젖힌 문 뒤에는 부패하려고 했지만, 부패 요소도 부족했던 우주에서 미라의 형태로 사라져 버린 생명이 구겨져 있었다.

 시체와 함께 쓰러져 있는 이동 보조 기구. 모양은 전동 휠체어와 비슷하지만 필요시 이족보행이 가능하게 설계된 기계. 몸이 불편한 채 어떻게 우주까지 왔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미 미라 상태가 된 시체는 정상인 부분과 비정상인 부분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지만, 쓰러져 있는 자세, 지워지지 않은 깊은 흉터, 그리고 주변 객체를 통해 유추할 수 있었다. 다리 쪽에 선명한 수술 선들, 일반적으로 꺾일 수 없는 다리 각도, 다리를 대신하는 보조 기구들. 그것들이 지구에서 대기권을 통과할때 발생하는 고중력에서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선물했을지 말하고 있었다.

이 몸으로 무슨 목적이 있어서 떠돌고 있었을까? 자연사가 먼저 였을까? 타살이 먼저 였을까? 자살 행위나 다름 없는 선택을 한 시체에게 물음표 공격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일을 키우지 않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 굳이 야근을 할 일은 만들지 않기로 했다.

 시체를 사진으로 남기고 지문을 채취했다. 지구에 사망 신고할 인적 사항을 남기는 것이다. 시체에 있는 인적 사항을 모두 데이터로 만들었으면 이제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테이프로 빈틈없이 몸 전체를 돌돌 말았다. 우주에서 행해지는 지구식 장례 절차였다. 우주 밖으로 던져지는 시체는 미세운석의 충돌로 얼마 버티지 못해, 산산이 부서진다. 특수 알루미늄으로 덮인 시체는 49일을 우주에 떠다닐 수 있다. 서서히 이 우주에서 소멸한다.

 사망 신고서에 소설을 쓰려면 그럴듯한 증거들이 많을수록 수월하다. 우주선이 가지고 있을 시체의 개인정보를 찾기 위해 뒤졌다. 허위로 사망 신고서를 쓰는데 재능이 없으니, 몸이 고생이다. 이놈의 우주해적들이 꼼꼼히도 가져갔다. 아무것도 없다. 

 흉기가 될 수도 있는 액체류가 쏟아져 사방을 끈적이게 만들고, 모든 쓰레기들이 뒤죽박죽 흩어져 있다. 전선들이 제자리를 잃고 서로 뒤엉켜 있다. 두리번거리는 시선 안에 어지러운 흔적들 밑으로 납작한 종이류의 모서리가 살짝 보였다.

-아버지! 이게 도대체 왜 이곳에!

 의자 밑으로 들어가려다 모서리 끝이 걸려 귀퉁이 하나만 삐져나온 사진 한 장을 꺼내 올렸다. 그 사진 속에 나의 아버지가 웃고, 내가 울고 있었다. 그 사진에는 ‘우리 아들 처음 걸음마 한 날.’이라고 적혀 있었다.

 오래된 기억이 지나갔다. 어쩌면 내가 이 일을 시작한 이유. 

 행성 이주가 결정되던 날. 우주 설계사였던 나의 어머니는 국가 프로젝트로 지구에 남아야 했다. 한 번도 온전히 내 엄마였던 적이 없던 사람은 끝까지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 버려진 기억. 지칠 때까지 한없이 울었던 기억은 성인이 된 후에도 새벽마다 그 시간 속에서 헤매게 했다. 

 이산가족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날을 난 너무 어려서 울음으로밖에 기억하지 못했지만, 아버지는 계속 기다리셨다. 꼭 올 거라고 그러니 기억하고 있으라고 가족 사진을 계속 보게 했다.

 ‘너의 어머니는 눈이 항상 피곤해서 쌍꺼풀이 아주 많았단다. 너의 어머니는 우주설계사지만, 우주선을 직접 만들기도 해서 손에 상처가 많았단다.’

 특히 왼쪽 검지 한마디가 우주선을 다듬다 함께 날아가 버렸다고 했다. 혹시 어머니를 못 알아보겠거든, 손의 상처로 찾아보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반복해서 말했다. 단단히 감아둔 알루미늄 테이프를 풀어 손을 확인했다. 그 손에 그 상처에 투박하게 새겨진 문신이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추억도 정도 없는 시체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니를 만나거든, 나 대신 안아주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전해주렴.’

우주복을 입고 있어서 체온이 느껴지지도 않을 것이고, 악취가 나지도 않겠지만 머뭇거렸다.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고 아버지도 안 계시지만 그래서 아버지의 유언 따위는 무시해도 되지만 나를 세상에 배출했던 어머니라는 사람의 시체 옆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칭칭 감겨 얼굴도 볼 수 없는 그 시체에 허브 오일을 문질러 바르기 시작했다. 가장 색과 모양이 안 좋았던 부위는 한 번 더 덧발랐다. 둔탁한 우주복 안에 팔을 한껏 벌려 시체를 안았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내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사진 뿐이지만, 슬픔이라는 게 심장을 두드렸다. 죽는 날까지 그리워하며 하늘을 바라보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눈에 선했다. 떠나지 못하고 우릴 기다렸을 영혼을 보내주어야 했다. 그래서 외로이 아직도 기다릴 아버지에게 닿길 기도해야 했다.

 외부 배출 출구에 시체를 넣고 문을 닫았다. 아니 다시 열었다. 그리고 흉터 위에 내 이름이 있는 그 손을 잡고 잠시 기도를 했다.

-아버지가 아직도 기다립니다. 무사히 이번엔 만나길 바랍니다.

 어쩌면 살아있는 어머니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밤 꿈에서도 슬픈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나를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알루미늄이 우주의 윤슬처럼 태양의 빛을 우주선으로 반사시켰다. 그 반짝거림이 멀리 보이지 않을 때까지 본사의 신호를 무시했다.

-유진님, 괜찮으십니까? 우주선 이동 후 열 감지가 되지 않아서 연락드립니다. 본 우주선으로 10분 내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 도킹하신 우주선은 연구가 필요한 상태로 훼손 없이 우주정거장에 가져오시기 바랍니다. 우주선에서 생명체를 발견하셨습니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Read more

15. 탈주 스캔들 (15) - 취조는 때와 장소를 안 가리네

15. 탈주 스캔들 (15) - 취조는 때와 장소를 안 가리네

셋을 태운 보트가 외딴 무인도 해변에 선체를 마찰하며 멈춰서자마자 인하는 안도감에 푹 한숨을 내쉬었다. 폭발하는 크루즈에서 나와 물을 헤치고 다시 뭍으로 올 때까지 쌓인 긴장감이 상당했다. “에스코트할께요, 형사님.” “손 치워라…….” “가만히 좀 계시겠어요?” 인하가 반발하든 말든 해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에스코트했다. 보트 비상함에 다행히 소독약과 붕대 등등이 있어서, 응급처치하는 건

By 가넷베리Garnetberry - 가넷베리의 숏텐츠
기록하는 자의 태도

기록하는 자의 태도

여러 번의 북토크를 진행하는 동안 관객들이 내게 가장 궁금해 한 질문은 이거였다. “기록하시면서 구술자의 어떤 모순을 발견하셨나요?” 순간 멈칫했다. 인간의 모순에 관심이 많다는 후기를 쓴 게 화근이었다. 내 구술자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쩌렁쩌렁 귓가를 때렸다. 당사자를 곁에 두고 그의 뒤틀린 삶과 모순을 발가벗겨 전시하라는 요구. 웃자고 하는 얘긴가? 그렇다면 그에 걸맞게

By 윤명주 - 사적인 지각변동
이미지 출처: 드라마 《영 셸던》 공식 스틸컷 © CBS /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바위를 굴리는 데 필요한 85% _ 드라마 《영 셸던》

‘환승 이직’에 성공했다. 지난 몇 년간 위장병을 앓아가며 애써왔던 게 무색할 만큼 나의 거취는 빠르게 정해졌다. 이력서도 제출하지 않았는데 간단한 지원 양식만 보고도 면접이 잡혔다. 내 일정에 다 맞춰주겠다 하여 기존 직장에 연차를 내지 않아도 됐다. 유달리 잘 본 것 같지도 않은 15분이 지나 이틀 후 합격 연락을 받았다.

By 이표(李表) - 표류일지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손바닥을 펼쳐 휴대폰을 볼 공간조차 없었다. 불빛의 반사 때문에 손을 움직이다 보니 앞사람 팔꿈치를 건드렸다. 등을 찌르기도 하고 스치기도 했다. 앞사람과 뒷사람 사이 10센티미터 미만. 그 공간에 나를 밀어 넣었다. 낯선 사람들, 등짝의 뜨거움이 나에게도 전달됐다. 머리 위에서 불어오는 에어컨 바람조차 땀을 머금은 끈적한 뜨거움을 식히지 못했다.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By 이지선 - 햇살 좋은 창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