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째인지 모르겠다. 도파민 중독자처럼 숏츠만 들여다 보느라 할 일은 뒷전이다. 보고 있는 게 특별히 재미있거나 유익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타인의 성공 공식에 왜 이토록 집착하는 걸까.
나도 안다. ‘성공하는 법’, ‘억만장자의 모닝 루틴’ 같은 영상을 본다고 내가 억만장자가 되는 건 아니란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이 무한의 루프에서 뛰어내리지 못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일론 머스크나 앤드루 후버만 같은 유명인들의 루틴과 그들이 말하는 성공의 공식에 경도된 사람들이 많다. 영상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이유는, 그게 돈이 되기 때문이다. <더 보기>
내 어린 시절 연필은 늘 결핍의 상징이었다. 침을 묻혀 꾹꾹 눌러 써도 금방 닳아버리는 흑심(芯), 그 작은 손가락이 아릴 정도로 짧아지면 볼펜 깍지를 끼워 생명을 끝까지 연장하던 몽당연필. 기다란 국산 연필 한 자루도 호사였던 내게, 연필 뒤에 분홍색 모자를 쓰고 초록색 띠를 두른 ‘지우개 달린 연필’은 도구가 아니라 신분이었다. 그것은 지우개를 잃어버릴 걱정이 없는 아이들, 즉 ‘여유’를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었다.
1858년, 미국의 하이먼 리프먼이 연필 끝에 지우개를 심어 넣었다. 세상은 이를 혁신이라 불렀지만, 내 어린 세계에서 그 혁신은 차가운 우월감에 가까웠다.
5G 통신 수신바를 확인 했다. 수신바5개가 모두 가득 채워져 있다. 다른 포털 사이트를 접속해 인터넷 접속 상태를 확인했다. 포털 사이트는 정상적으로 열리고 있었다. 혹시 쿠키에 저장된 페이지가 열리고 있는 상황인지를 확인하려고 다른 링크도 확인했다. 문제없었다. 다시 에이아이 답변 사이트에 접속했다.
< 통신에 문제가 있어 답변드릴 수 없습니다. 고객센터에 문의하시기를 바랍니다. >
-진짜, 어쩌라는 거야? 오늘 일 어떻게 하라고 유료 사용자한테 이딴 식이야?
-왜요? 에이아이 말하는 거죠? 어젯밤 12시부터 접속이 안 되더라고요. 지난달 해고 된 CS직원들 회사가 긴급 호출해서 오늘 다 아르바이트하러 왔어요.
연속된 문자 알림음을 따라 내 입김이 길게 이어진다. 내뱉은 숨이 곧장 얼어버릴 것만 같다. 옷을 벗은 나무들 사이에 열매 맺힌 나무는 몇 없다. 그곳에 맹금류인 새매 한 마리가 앉아 먹이를 찾아 헤매는 작은 새를 기다린다. 하지만 좀처럼 기회가 찾아오지 않자 이내 자리를 떠난다. 이제 작은 새 여럿이 포르르 날아온다. 먼저 용기 낸 ‘선구조(先驅鳥)’는 열매를 혼자만 누리지 않고 소식을 알린다. "이리 와, 이제 문제없어. 여기 먹을 게 많아."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