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 어느 겨울 날의 창경궁 탐조 기록

© 2026. 이표.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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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외출 시 방한용품을 착용하시고…]

 

연속된 문자 알림음을 따라 내 입김이 길게 이어진다. 내뱉은 숨이 곧장 얼어버릴 것만 같다. 옷을 벗은 나무들 사이에 열매 맺힌 나무는 몇 없다. 그곳에 맹금류인 새매 한 마리가 앉아 먹이를 찾아 헤매는 작은 새를 기다린다. 하지만 좀처럼 기회가 찾아오지 않자 이내 자리를 떠난다. 이제 작은 새 여럿이 포르르 날아온다. 먼저 용기 낸 ‘선구조(先驅鳥)’는 열매를 혼자만 누리지 않고 소식을 알린다. "이리 와, 이제 문제없어. 여기 먹을 게 많아."

 

 

아침 일찍 탐조 활동을 위해 집을 나섰다. 두꺼운 이불 속에서 잠을 자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릴 시간이다. 한파주의보가 발효된 맹렬한 추위 속에서도 탐조는 멈추지 않는다. 쌍안경을 목에 걸고, 가방에 『한국의 새』 도감과 따뜻한 물을 담은 보온병을 담았다. 최대한 뭉그적거렸지만 일단 밖에 나오니 서두르고 싶다. 콧속을 파고드는 맑고 시린 바람이 나를 환기했다. ‘출근길이었다면 끔찍했을 텐데.’ 같은 생각이 금세 사라졌다.

 

오늘 탐조 장소는 창경궁이다. 도심 한가운데 고궁은 밖과 유리된 세상이다. 누군가는 출근했을 평일 오전 9시, 고요함 속으로 향했다. 두꺼운 패딩과 온갖 방한용품으로 둘러싼 채 우리는 눈만 내놓고 서로에게 인사를 건넸다. 처음 보는 사람과 익숙한 사람들이 섞여 있다.

 

탐조는 웬만하면 같이 다니는 게 좋다. 보는 눈이 많아지고 그만큼 새를 발견하는 반경이 넓어진다. 모임을 나가면 인생 첫 탐조인 사람부터 '초고수'까지 모두 모여있다. 새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패딩 군단을 반길 리 없으니 모임의 최대 인원은 10명 정도가 적당하다. 사람들과 일부러 이야기를 나눌 필요는 없지만, 자연스레 대화가 오간다.

 

이전에 어디 가보셨나요? 오늘은 어떤 새를 보고 싶으신가요?

어떤 새를 좋아하시나요? 언제부터 탐조에 관심이 생기셨나요?

 

모두 자기만의 새가 있다. 누군가는 쉽게 볼 수 있어 친근한 새를, 누군가는 힘겹게 고생해서 본 새를 꼽는다. 나는 “오늘이 다섯 번째예요.”라고 말했다. 흔한 새도 귀하게 느껴질 때이므로, 지난 활동에서 보지 못했던 새를 오늘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똑같은 참새, 똑같은 오리로 보이던 새들이 이제는 다 다르다. 오늘은 유리딱새가 마음에 들었다.

 

추운 겨울에 만난 새들은 몸을 한껏 부풀려 작은 공 같다. 수컷들은 천적에게 보일 위험을 감수하면서 몸을 화려하게 꾸몄다. 조용한 아침 공기 너머로 오색딱따구리가 나무를 찍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쪽이요. 홍여새예요.”

 

누군가 손짓하며 무리를 불렀다. 우리는 서둘렀다. 선생님들에게 오늘 목표는 홍여새를 보는 것이었다. 누군가 창경궁 어디에서 목격했다는 정보를 공유했지만, 진짜로 볼 수 있을 줄은 몰랐다. 각종 멋진 장비를 꺼낸 선생님들은 미처 관찰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여기서 보면 더 잘 보여요. 이리로 와보세요.” 마치 새매가 떠난 자리를 차지한 박새들의 지저귐 같았다. 우리는 쌍안경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서로에게 속닥거렸다. “진짜 예쁘죠. 꼬리를 자세히 보세요. 색이 달라요.”

 

 

사람이 없어야 새를 보기 좋다. 우리는 새의 시간에 맞추어 따라다니지만, 작은 새들처럼 무리를 이룬다. 관심사로 이어진 사람들은 편안하다. 어느 것도 아쉽지 않다. 오늘 어떤 새를 보지 못했다면, 다음에 보면 된다. 철새는 내년에 다시 이곳을 찾아와줄 것이다. 항상 그 자리에 있는 텃새는 추우면 부풀리면 된다고 말해준다.

 

외출에 목적이 생겼다. 앞으로 만날 새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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