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등을 위하여

4등을 위하여

당신은 4등인가요?

아마, ‘4등이면 좋은 거 아냐? 4등이라도 하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지겨운 4등이 싫은 사람들도 있겠죠.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4등이 있습니다.

4명 중 4등,
10,000명 중 순위권을 놓친 아쉬운 4등,
400등이지만 순위권 밖이면 모두 4등이라고 말하는 4등.

1등을 경험해 본 4등,
1등이 미운 4등,
어디서든 4등이지만 또 다른 4등을 부러워하는 만년 4등.

4등이든 1등이든 등수가 싫은 사람.
그리고 4등을 유지하기 위해 오늘을 버티고 있는 우리 모두.

이 글은 그런 4등들을 위한 글입니다.

우리는 늘 1등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무엇이 1등을 만드는가.
1등의 생각. 1등의 비법.

그리고 우리는 종종 2, 3등의 이야기도 듣습니다.
1등을 놓친 아쉬운 순위권.
다음에는 정상에 올라갈 2, 3등.

하지만, 4등의 이야기는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4등,
박수를 받지 못하고, 주목받지 못하고, 기억에도 없는 존재 4등.

4등의 이야기는 멋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1, 2, 3등보다 4등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저는 10년간 청소년을 만나온 상담사로서 수많은 4등을 만났습니다.

“저는 왜 이렇게 못할까요?”
“다른 애들은 다 잘하는데, 저만 안 돼요.”
“노력해도 소용 없어요.”

이 말들은 실패의 핑계가 아닙니다. 이미 충분히 애쓴 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

4등들은 1등이 아니어도 매일 아침 일어나 자기 자리를 지킵니다. 그리고 이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아이들도 그것을 지켜보는 우리들도 너무 쉽게 잊고 살아갑니다.

이 글은, 청소년을 위한 글이기도 하지만,
이 대단한 일들을 당연하게 하고 있는 어른들을 위한 글이기도 합니다.

한때 4등이었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4등으로 살아가며 그 시절의 기억을 아직 안고 있는 당신에게. 4등인 나를 존중해보고 싶은 당신을 위한 글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포기했다가 다시 시작하는 모든 4등을 응원하는 글입니다.

<4등을 위한 글>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 함께 시작해봅시다.

Read more

모든 이들의 첫사랑이 찬란하기를

모든 이들의 첫사랑이 찬란하기를

20대의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나 사귀는 사람 있어. 근데, 여자야.” 동성애가 뭔지 잘 몰랐던 시절이었다. 내가 아는 한, 친구는 동성애자가 아니었고. 당시에는 범성애자니 무성애자니 하는 말은 알지도 못했다. 보통 잘 알지 못하면 두려움부터 느끼게 마련이지만 나는 “어, 그래?” 했다. 친구의 상황을 충분히 알지 못했고 내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By 윤명주 - 사적인 지각변동
가족은 어디까지일까?

가족은 어디까지일까?

우리에게 가족은 어디까지일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한집에서 삶을 나누는 사람들, 나와 남편, 그리고 아이가 있겠지요. 그리고 그 바깥으로는 부모님과 형제자매, 할머니와 할아버지처럼 촌수로 이어진 관계들이 있겠지요. 남편을 기준으로 하면  어머니,아버지, 그 위로 이어지는 할머니까지 나를 기준으로 하면 엄마, 아빠까지 그런데 문득 궁금해져요.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의 범위는 모두 같을까요?

By 이지선 - 햇살 좋은 창가
축제가 끝난 뒤

축제가 끝난 뒤

[청소년 정신건강 칼럼] 체육대회가 끝난 운동장에는 종이 응원 도구 몇 개가 굴러다닌다. 하루 종일 울리던 음악은 멈췄고, 스피커에서는 잡음만 흐른다. 아이들은 하나둘 교문을 나선다. 반티 위에 겉옷을 걸치고, 친구들과 오늘 찍은 사진들을 확인하며 웃는다. “이 사진은 계속 봐도 웃겨” “내 표정 완전 이상해. 이거 반톡에 올린다.” 오늘은 분명 시끄럽고 즐거운

By 김지혜 - 4등을 위한 글
노트·수첩 : 思痕(사흔)

노트·수첩 : 思痕(사흔)

수첩은 밥이다. 나는 사랑하는 도구들에 밥이란 애칭을 붙인다. 적어야 살고 없으면 허기지는 그것.  누군가는 다 써버려야 사는 수첩을 나는 무지성으로 산다.  꽤 자주, 꽤 기꺼이.  반듯하고 단단한 하드커버를 보면 지나칠 수가 없다. 표지가 마음에 들면, 들춰서 내지를 확인한다.  가끔 당황할 때는 샘플도 없이 비닐로 꽁꽁 싸둔 노트를 발견했을 때다.  선이

By 서사이 - 도구의 사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