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루틴이 내 인생을 구해주지 않는 이유

성공 공식을 찾아 헤매는 당신과 나에게

 몇 시간째인지 모르겠다. 도파민 중독자처럼 숏츠만 들여다 보느라 할 일은 뒷전이다. 보고 있는 게 특별히 재미있거나 유익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타인의 성공 공식에 왜 이토록 집착하는 걸까.

나도 안다. ‘성공하는 법’, ‘억만장자의 모닝 루틴’ 같은 영상을 본다고 내가 억만장자가 되는 건 아니란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이 무한의 루프에서 뛰어내리지 못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일론 머스크나 앤드루 후버만 같은 유명인들의 루틴과 그들이 말하는 성공의 공식에 경도된 사람들이 많다. 영상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이유는, 그게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영상을 무한 클릭하는 이유는 뻔하다. 험하고 지루한 길을 피하고 싶은 거다. 결과가 두려운 나머지 일의 실행은 가능한 미루고 싶다. 그렇다고 예능이나 연예인 가십이나 쫓고 있으면 자괴감은 더욱 깊어질 뿐. 그러니 동기 부여나 생산성 관련 영상을 보며 ‘적어도 난 도파민을 충족시켜 주고 있는 건 아냐’라고 생각해 버린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타인의 미라클 모닝이나 성공을 불러오는 모닝 루틴 같은 걸 따라 해 봐야 내가 억만장자가 될 일은 없다. 내가 자괴감에 빠져드는 지점은 성공한 사람, 그러니까 돈 많은 사람이 어떤 인간이든지에 관계없이 그들이 말하는 게 곧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실이다. 일론 머스크가 돈 많고 인공위성 날리는 기술에 특화된 사람인 건 알겠지만 과연 다른 분야에서도 그런가? 그가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인물이라고 해서 그가 하는 말이 곧 진리인가?

게다가 이들의 성공에는 분명히 운이 작용했을 것이다. ‘운이 좋아 성공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교과서로 공부했어요” 했던 수능 만점자의 인터뷰를 듣는 것 같겠지. 뻔한 말이긴 해도 사실은 사실이다. 사람들이 이 말에 끌리지 않는 이유는 ‘운’은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운’보다는 그래도 뭔가 좀 비벼볼 수 있는 ‘성공 공식’에 몰두하는 것이다.

더 나쁜 건 나의 하찮은 인생이 성공 공식의 부재와 미라클 모닝의 미실행에 따른 결과라고 퉁쳐 버리는 지점이다. 그들은 말한다. 내가 제대로 하지 않는 이유는 절실함이 없기 때문이라고. 나의 실패는 전적으로 나의 무능과 노오~력 부족 탓이라고. 일론 머스크가 성공한 건 그의 천재성과 완벽한 루틴 때문이라는 말처럼 들린다. 한 사람의 성공이 단순히 공식에 따른 결과가 아닐 텐데 모든 걸 납작하게 만들어 버린다.

 일론 머스크는 “당신이 어떤 일을 하는데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면 그 일은 그만두라”고 말했단다. 위로가 필요해 유튜브를 배회하던 나는 막돼먹은 인간에게 되려 한 방 맞은 느낌이었다. 과연 그런가. 스티븐 프레스필드는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에서 “네가 그 일을 진짜 중요하게 생각할수록, 그 일을 하지 못하게 막는 내면의 저항감도 커진다”고 했다. 그러니까 내가 글 한 줄 안 쓰고 매일 숏츠만 보고 있는 건 글쓰기가 내 업이기 때문인 거다. 그렇기에 나의 루틴은 그 거대한 저항감을 이겨내고 책상 앞에 앉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여야 한다.

스티븐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에서 ‘정신 승리 오진다’는 말이 떠다니는 건 사실이다. 그간의 탐구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와 나는 다른 결을 지닌 사람이다. 내 본업을 뒤로 미루고 찾아 헤맨 건 나에게 적용될 수 없는 ‘가짜 구원’일 뿐이다. 스프린터와 마라토너의 훈련법이 같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의 루틴과 나의 것이 같아야 할 이유는 없다.

 대운이 올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당연한 말을 전시하는 유튜버도 종종 보았다. 하지만 명리학에서 말하는 대운은 10년 단위로 운의 흐름이 바뀌는 시기를 말하고, 누구에게나 온다. 세간의 오해처럼 ‘좋은 운’을 말하는 게 아니다. 좋은 쪽으로 운의 흐름이 바뀌더라도 집구석에 가만히 있으면 어떤 대운이 온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대운을 예비하는 바람직한 방법은, 평소에 자신을 갈고닦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에게 맞는 모닝 루틴이나 나이트 루틴을 만들어 가는 건 의미가 있다. 하루하루 ‘나라는 그릇’의 크기를 조정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성공하려면 운이 따라줘야 하지만 루틴을 따라 성실하게 살다 보면 적어도 자기효능감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가끔 현타가 오기도 하지만 뭐, 인생의 재미란 다이내믹에서 비롯되는 것 아니겠나.

 그렇게 유튜브 폐인으로 지내다 보니, 새해가 한참 지났다. 글 한 줄 쓰지 못한 채로. 성공은 언감생심이지만 할 일은 분명하다. 겨울에 꽃이 피지 않는다고 나무를 베지 않는 것처럼, 그저 오늘도 꾸역꾸역 써내려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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