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탈주 스캔들 (6) - 가족 같은 사이

6. 탈주 스캔들 (6) - 가족 같은 사이

“하여튼 우리 주 형사님, 너무 외골수예요.”

힘으로 어쩔 수 없을 거라 여기고 우회로를 찾은 건데, 아무래도 지레짐작이었던 듯한 상황이다.

“유연하게 살아도 괜찮아요. 그렇게 좋아하는 원칙에만 매달리지 마시고.”
“딱히 원칙에 매달린 게 아니라.”
“아니긴요. 가끔 보면 형사님은 감옥에 갇혀 지내던 나보다도 머리가 더 갇혀 있는 것 같거든요?”

어디 세상이 FM대로만 굴러가냐며 짚어내는 자식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당장 독방에 갇혀 있던 사형수라고만 여겨왔던 해진은 허점을 꿰뚫었으니까.

지금까지 배운 대로, 상식선에서만 구르던 인하로선 생각조차 못 미친 행동이어서.

“개자식 주제에 유능하죠?”
“아, 아니, 그게…….”

인하는 잠시 얼빠져 입이 굳어버렸고, 해진이 그런 인하의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 정리해 주면서 윙크했다.

 

*

 

“넌 안 불편해?”
“뭐가요?”
“손 말이야.”

한쪽 손이 수갑으로 묶이니 예상했던 것보다도 행동이 제한됐다. 각자 몸을 움직일 때마다 서로의 움직임을 느껴야 하는 상태였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풀 생각은 없었다.

“전혀요. 형사님께서 이래 놓은 건데 소중하기만 하죠.”

오히려 보살펴야 할 새 가족이 생긴 느낌인데, 낮게 덧붙이면서 빙그레 웃는 해진이었다.

“왜 자꾸 웃냐, 변태 같은 놈아.”
“보기만 해도 좋아서요.”
“…….”
“그래도 형사님께서 불편하시면 좀 거리를 둘게요.”
“아니, 야, 지금 거리를 두지 말라고 묶어둔 거잖아.”
“그것도 그러네.”
“언젠 믿어달라고 아주 구애에 생난리를 치더니, 이젠 또 점잔 빼는 시늉이냐.”
“아, 그건.”

해진이 안 묶인 쪽 손을 들어 뺨을 긁다가, 눈을 굴려 그들이 나란히 앉은 컨테이너 창고 천장을 응시했다.

조금 전 그들이 탈출한 양식장 수조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마침 창고가 하나 있었다.

방치된 지 오래된 것처럼 구석구석에 먼지 쌓인 창고 안에는 누군가가 쓰다 그대로 놔둔 듯 생활감이 느껴지는 물건 투성이었는데, 덕분에 그들은 지붕 있는 데서 숨을 고르는 중이었다.

심지어 허기지던 차에 소비기한이 넉넉하게 남은 비상식량을 조달해 간단하게 요리할 틈도 났다.

“음, 아무래도…… 믿는 만큼 뒤통수칠 가능성이 커지는 거잖아요. 가족 같은 사이였던 사람들은 그렇다 치고 진짜 가족도 여차하면 뒤통수치려 들던데.”

“세상 어떤 가족이 그래.”

인하는 문득 말을 멈췄다.

하긴, 인하가 알기로도 그런 사정을 가진 그였다.

정해진에겐 가족이 없었다. 선천적인 가족이야 아주 어릴 때 보육원에서 자랐으니 해진에겐 없는 거나 다름없을 테고, 후천적인 가족은 크게 뒤통수를 쳤으니까.

친아버지처럼 모시던 조직 우두머리에게나 형제자매처럼 지내던 조직원 동료에게 죄다 배신당했다고 했으니만큼, 새로 유대감을 형성할 뭔가가 필요해 보이는 상황.

“그래서 이런 게 좀 새삼스럽네요.”
“살만한가 보다. 그런 생각을 다 하고.”

같은 지붕 아래 나란히 앉아 요리가 다 되어도 푸석한 밥알을 씹고 있자니 이 정해진 자식이 다시 보였다.

소리를 거의 안 내면서 우물거리는 뺨, 큰 덩치와는 대조되게 어쩐지 때가 덜 묻은 것 같은 솔직한 행동이라든가, 교도소 식사 시간에 잠깐씩 짬을 내서 그를 들여다볼 때마다 그녀를 마주 보던 눈빛이 겹쳐 보였다.

“가족 복 없다는 얘긴 이쯤 해도 될 것 같고, 이제 형사님께서 따로 조사하시는 거 얘기를 해보면 어떨까요?”

이 자식이 그걸 어떻게, 무심코 놀라 그를 돌아본 인하는 찰나에 다시 자연스러운 표정을 만들어냈다.

“슬슬 관제탑 사람들이랑 어떻게 딜을 할지 의논할 타이밍이잖아요.”
“그건.”

그러나 짐승처럼 감이 뛰어난 이 자식 앞에선 발뺌 따윈 소용없었다.

“걱정 마세요. 나 모른 척할게요.”

[ 일단 그, 2B0082 자식을 더 자극하지 말고. ]

 

죽다 살아나 바닷물에서 허우적대던 인하에게 내려진 건, 뜻밖에도 업무 지시였다.

조금 전 미친 듯이 수조에서 벗어나다 빠트리기 전에 해진 몰래 관제탑 인력과 휴대폰으로 급하게 나눴던 대화였다.

떠올리던 인하는 속이 뒤집혀 이를 갈았다.

 

[ 아니, 난리난 거 CCTV로 못 보셨습니까. 저 지금 이 자식에게 납치당했고, 딴 사람 차도 아니고 차장님 차 훔쳐다가 역주행하다가 바다에 뛰어든 거라고요? ]

[ 야 인마, 나도 눈 달렸어. 말 안 해도 다 봤어. ]

 

다 보고 있었으면서 왜……!

 

[ 닦달 안 해도 알아서 감시탑에서 모니터링 잘하고 있으니까, 인하 네가 잠깐 전담으로 밀착 마킹 좀 해줘. ]

[ 그게 무슨 말씀……. ]

[ 안 그래도 원래 데리고 있던 놈이니 어려울 거 없잖아? ]

 

마른하늘에 날벼락 떨어지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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