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화, 사유가 세계가 되는 순간
우리의 사유는 종종 일출과 일몰이 구별되지 않는 붉은 수평선 위에 머문다. 지금 마음을 달구는 이 빛이 새로운 시작의 예감인지, 아니면 저물어가는 낙조의 잔향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함. 확신 없는 생각은 형태를 얻지 못한 채 머물고, 우리는 끝내 발화를 미룬다. 그리고 이미 세상에 수많은 문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 망설임에 무게를 더한다. 이 침묵을 걷어내는 유일한 방법은, 모호함 속에서 나만의 서사를 발견하고 이름을 붙여주는 일이다. "희망은 좋은 거야. 어쩌면 가장 좋은 것일지도 몰라. 그리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원고에서 발견했다면 빨간 펜으로 가장 먼저 삭제 당했을 문장. 『쇼생크 탈출』의 이 진부한 앤디의 말이 명대사가 된 것은 표현의 새로움 때문이 아니었다. 숟가락으로 벽을 파고 어둠과 오물을 통과한 시간을 끄집어냈기 때문이다. 사유가 아무리 웅숭깊어도 발화되지 않는다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면에만 고여 있는 생각은 형체 없이 흩어지지만, 서사의 무게를 지닌 채 문장으로 태어난 생각은 지나온 시간을 증명하는 흔적으로 남는다. 그러니 모호함도 진부함도 두려워말라. 두려워 할 것은 오직 침묵이다. 붉은 수평선 위에서 충분히 머물렀다면, 이제는 말할 차례다. 그 붉은 빛은 일몰인가, 일출인가.
by 마침_명프로젝트 & 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