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진 뉴스레터 04호
1. 고치- 나비가 될 수 있을까. 지금은 촬영에도 외장 하드가 사용되지만, 내가 한창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시절엔 ‘촬영 테이프’라는 것이 있었다. 보통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 60분에서 90분 짜리 테이프가 100개에서 150개 정도 쌓였다. 촬영 기간이 길어지거나 대작(大作 )인 경우엔 이 개수를 훨씬 뛰어넘기도 했다. 촬영이 끝나면 영상을 문자로 옮기는 ‘프리뷰 작업’에 들어간다. 촬영 영상의 내용과 현장음, 그리고 인터뷰를 기록한 프리뷰 노트는 프로그램의 뼈대를 만드는 기본 데이터다. 촬영 시간과 현장음의 밀도 그리고 인터뷰의 길이에 따라 테이프 1개당 A4 용지 30장 분량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렇게 100개에서 150개의 프리뷰가 쌓이면, 두꺼운 백과사전 두세 권에 맞먹는 분량이 된다. 작가는 촬영테이프와 프리뷰 노트를 앞에 두고, 이야기를 짜기 위한 면밀한 분석에 들어간다. 나는 이 지난한 작업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하나의 의식을 치르곤 했다. 프리뷰 노트 가장자리에 촬영 테이프 번호에 맞춰 필름 플래그를 붙이는 일이었다. 작가들은 이 필름플래그를 ‘나비’라고 불렀다. by서사이_도구의 사생활
정해진 모양 없이 그저 끄적이는 시간이 좋다. 손이 이끄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선을 긋다 보면, 보이는 모든 색을 꺼내어 천천히 칠하고, 선을 그리고 색을 입히고
나는 그 시간이 좋다. by 이지선_햇살 좋은 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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