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편] 혼나는 데 익숙한 아이들 ADHD청소년
[특별편 - 정신건강 이야기]
학생 의뢰서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
“충동적인 행동으로 인해 대인관계 갈등이 잦으며,
반복적인 과제 미제출로 인한 학습의 어려움”
그런데 담임선생님은 의뢰서를 건네며 이렇게 덧붙였다.
“그래도 애가 정말 밝고, 장점도 많아요.”
문제 행동으로 의뢰되지만, 막상 만나보면 에너지가 크고 매력이 있는 아이들.
바로 ADHD 청소년들이다.
ADHD 청소년들은 학교와 가정에서 유난히 자주 지적받는다.
숙제를 빼먹고, 물건을 잃어버리고, 수업시간에 딴생각을 하고,
상대방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불쑥 말을 꺼낸다.
이 아이들을 보며, 어른들은 쉽게 말한다.
“왜 이렇게 산만해.”
“생각 좀 하고 행동해.”
하지만 상담실에서 만나는 ADHD 청소년들 중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해보려는 아이들도 많다.
다만, 하려고 해도 유지가 잘되지 않는 경험을 반복하는 것이다.
ADHD는 흔히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라고 불린다.
이름만 보면 단순히 집중을 못 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상태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 ADHD 청소년들을 만나보면 그들의 어려움은 훨씬 복합적이다.
어떤 아이는 해야 할 일을 계속 미루고,
어떤 아이는 생각나는 말을 참지 못해서 대인관계 문제가 생긴다.
또 어떤 아이는 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입하다가 정작 중요한 일을 놓친다.
겉으로 보이는 행동만 보면 단순히 산만하거나 게으른 성격처럼 보인다.
그래서 ADHD는 종종 성격 문제로 오해받는다.
게으르다, 끈기 없다, 덤벙댄다,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래서 ADHD 청소년들은 자신을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오랫동안 혼나고 지적받는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점점 타인의 반응에 예민해진다.
ADHD 청소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가 거절에 대한 민감함이다.
작은 지적에도 크게 위축되거나,
사소한 반응에도 자신이 미움받고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ADHD 청소년들은 하루에도 여러 번 자신의 부족함을 확인하게 된다.
숙제를 깜빡하고, 친구와의 약속을 잊고, 수업 흐름을 놓친다.
그리고 그때마다 “왜 또 그랬어?”라는 말을 듣는다.
반복되는 실패 경험은 결국 아이의 자존감을 흔든다.
겉으로는 밝고 장난스러워 보여도 속으로는 늘 눈치를 보고 있는 아이들이다.
하지만 ADHD를 단순하게 문제 행동으로만 바라보면, 놓치게 되는 부분도 생긴다.
ADHD를 가진 사람들 중에는
새로운 자극을 탐험하고, 낯선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서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남들이 지나치는 것을 새롭게 연결하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강점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
물론 이런 강점이 ADHD의 어려움을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ADHD는 학업, 또래관계, 일상생활 전반에 어려움을 만든다.
중요한 것은 ADHD를 무조건 미화하거나,
반대로 문제 행동으로만 바라보는 극단적인 태도가 아니다.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지 이해하려는 태도가 더 필요하다.
요즘은 유난히 ADHD라는 단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다.
집중이 안 되거나, 해야 할 일을 미루거나,
쉽게 지치는 경험 때문에 스스로 ADHD라고 생각하는 청소년들도 많다.
하지만 모든 집중력 저하가 ADHD는 아니다.
수면 부족, 불안, 우울, 디지털 과부하, 번아웃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만들 수 있다.
ADHD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끝없는 교정보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경험일지도 모른다.
“나는 왜 이럴까…” 대신
“나는 어떤 감각으로 세상을 살아갈까?”를 스스로 이해하는 것.
산만함과 충동성이라는 어려움이 있지만,
동시에 그것이 에너지이기도 하다는 것을 인지하기.
그리고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듬어 가는 경험.
그런 과정들이 ADHD 청소년이 사회라는 틀 속에서도
자신의 색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 ADHD 청소년들은 타인의 평가에 민감해지는 것이 아닌,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어쩌면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말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너는 문제가 많은 아이가 아니라, 조금 다른 리듬으로 살아가는 사람일 수 있어.”
그 말 한마디가 세상을 견디는 힘이 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