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포시 부는 봄바람

살포시 부는 봄바람
이미지 출처 : 그림책<너에게로 가는 길>(2022) ⓒ 2026. 이지선. All rights reserved.

흙 속에 오래 머물러 있던 나는
살랑이는 봄바람을 타고 조용하게 새싹이 솟구쳐 오르는 순간을 꿈꾸고 있다.
노란색 꽃이 될지, 붉거나 자주색 꽃이 될지,
어떤 모습으로 피어날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이미지 출처 : 그림책<너에게로 가는 길>(2022) ⓒ 2026. 이지선. All rights reserved.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조심스럽게 바깥으로 나가보려 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어쩌면 나는 화려한 꽃이 아니라 오래 자라는 나무일지도 모르니까.
계절을 몇 번이나 건너며 같은 자리를 지키는 소나무처럼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조용히 살아남는 나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로 했다.

겹겹이 쌓인 시간 속에서 다시 잎을 내고, 또 내며 반복하는 나를 믿어보고 싶다.

이미지 출처 : 그림책<너에게로 가는 길>(2022) ⓒ 2026. 이지선. All rights reserved.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봄바람을 타고 자연의 섭리대로 흘러가려 한다.

이미지 출처 : 그림책<너에게로 가는 길>(2022) ⓒ 2026. 이지선. All rights reserved.

 

이미지 출처 : 그림책<너에게로 가는 길>(2022) ⓒ 2026. 이지선.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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