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포시 부는 봄바람
흙 속에 오래 머물러 있던 나는
살랑이는 봄바람을 타고 조용하게 새싹이 솟구쳐 오르는 순간을 꿈꾸고 있다.
노란색 꽃이 될지, 붉거나 자주색 꽃이 될지,
어떤 모습으로 피어날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조심스럽게 바깥으로 나가보려 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어쩌면 나는 화려한 꽃이 아니라 오래 자라는 나무일지도 모르니까.
계절을 몇 번이나 건너며 같은 자리를 지키는 소나무처럼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조용히 살아남는 나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로 했다.
겹겹이 쌓인 시간 속에서 다시 잎을 내고, 또 내며 반복하는 나를 믿어보고 싶다.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봄바람을 타고 자연의 섭리대로 흘러가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