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의 치열함 VS 깊이의 치열함
[청소년 정신건강 칼럼]
“더 이상은 못 하겠어요. 학교 그만둘래요.”
분 단위로 쪼갠 일과표,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은 순공 기록.
새벽까지 이어진 오답 노트와 스스로를 계속 점검하는 모습.
치열하게 살아온 그 아이는 플래너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 결국 자퇴를 선언했다.
목표하는 대학의 등급컷에서 멀어지고, 자신의 노력을 ‘가망 없는 실패’로 정의한 결과다.
“이렇게 노력해도 안 되면, 저는 가망이 없어요.”
그 아이가 그만두고 싶었던 것은 공부가 아닌, 나를 없애는 방식의 경쟁이었다.
나는 아이에게 조용히 물었다.
“만약 네 소원이 내일 당장 이루어진다면 어떤 모습일 것 같아?”
“OO대학교 심리학과 대학생이요.”
“그럼 네가 원하는 것은 서울의 OO대학이니? 아니면 심리학과니?”
그 청소년은 한참을 고민했다.
“사실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심리학이에요. 사람 마음이 궁금해요.
그런데 그것을 하려면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을 가야 할 것 같아서요.”
우리는 긴 대화를 나누었다.
타인이 정해준 서열에 나를 맞추는 높이의 경쟁과,
내가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찾아가는 깊이의 경쟁에 대한 탐색이 이어졌다.
그 결과 그 청소년은 학교를 낮추고, 학과 선택을 더 견고히 했다.
“선생님. 그런데, 이건 도망치는 것 아닐까요? 목표를 낮췄잖아요.”
“목표를 낮춘 것이 아니야, 나에게 맞춘 거지.”
목표를 나로 변경하자 변화가 일어났다.
같은 책상, 같은 책, 같은 시간. 하지만 바뀐 방향.
똑같이 공부했지만 느낌이 달랐다.
숨 막히는 치열함이 생기 있는 몰입으로 변했다.
그리고 이 아이는 목표보다 조금 낮은 대학이었지만 원하는 과에 진학했다.
지금은 과 대표도 맡고, 장학금도 받으면서 행복하게 다음 단계의 나를 준비하고 있다.
이 에피소드는 남들이 정해준 1등이 되는 것이 유일한 성공이 아님을 말해준다.
남보다 높은 곳을 향한 ‘높이’의 경쟁이 아닌, 내가 숨 쉴 수 있는 ‘깊이’의 경쟁 또한 성공이다.
그렇다면 4등에게 필요한 올바른 방향의 치열함은 무엇일까?
우선, 목표를 현실에 맞춰야 한다.
4등의 실력으로 1등의 목표를 따라가려고 하면 계속 좌절만 쌓인다.
나에게 맞는 목표를 세울 때 비로소 해낼 수 있다는 유능감이 싹튼다.
그리고 4등의 속도를 인정해야 한다.
4등은 1등보다 느릴 수 있다. 하지만 멈춘 것이 아니다.
빠르지 않아도 조금씩 가고 있다. 눈에 띄지 않아도, 쌓이고 있다.
그런 나를 믿어주고 나만의 속도로 계속 가야 한다.
현실은 여전히 치열하고, 경쟁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나를 지키는 치열함을 선택해야 한다.
1등처럼 빠르지 않아도,
2등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3등처럼 눈에 띄지 않아도,
괜찮다.
당신만의 속도와 깊이로 살아가는 치열함은, 결코 당신을 없애지 않는다.
오히려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시킬 것이다.
<4등을 위한 글>
오늘도 당신의 속도로 묵묵히 걸어가는
깊은 발자국을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