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뺏기 놀이

모래 뺏기 놀이
ⓒ 2026. 이지선. All rights reserved.


하나뿐인 나를 나눈다.

보육에 나누고,
돌봄에 나누고,
나를 찾는 일에 조금 남겨둔다.

아들딸 셋, 다정한 남편, 양가 부모님
전부를 가졌지만
정작 나를 찾는 일에는 남은 것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배고프다는 한마디에
학교 준비물을 챙겨야 한다는 말에
막힌 코를 연신 풀어대고
침을 삼키며 멍한 귀를 뚫어보려는 행동에
여기저기 쑤시고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한다는
답이 정해진 채 흘려보내는 전화 목소리에
내가 가진 모래 한 줌을 누군가의 손에 쥐여주고 나면 남은 나는 점점 줄어들었다.

깊은 잠보다는 쪽잠으로
차려진 밥상보다는 입안에 음식을 밀어 넣고 움직이는 것으로
느릿느릿 거닐기보다는 종종거리는 발걸음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빗어 넘기기보다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치우며
다려진 셔츠보다는 구김 있는 면티로
나를 찾는 일은 일상을 유지하는 일에 밀려나곤 했다.


나를 적당히 나누고 알맞게 남겨두는 일은
흘러내리는 모래알을 붙잡으려 애쓰는 마음이었다. 견디어 내는 과정이었다.

이제는 깃발이 쓰러지지 않도록
남아 있는 모래에 물을 뿌려가며 단단히 다진다.
나를 찾기 위해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끄적인다.

이미지 출처 : 그림책<밥 먹었니?> (2022) ⓒ 2026. 이지선.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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