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당신이라는 숲의 온기
[청소년 정신건강 칼럼]
숲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위를 올려다보게 된다.
하늘을 향해 뻗은 키 큰 나무들.
그 아래로 햇빛을 조금씩 나눠 받으며 자라는 중간 키의 나무들.
그리고 땅 가까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바위와 흙 사이를 조용히 채우는 이끼.
숲은 키 큰 나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각자의 역할이 있다.
큰 나무는 그늘을 만들고, 중간 나무는 바람을 막고, 이끼는 땅의 수분을 붙잡는다.
낙엽을 분해하는 버섯, 씨앗을 옮기는 바람, 뿌리 사이에 사는 작은 벌레까지.
저마다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숲을 지탱한다.
숲은 모두가 큰 나무로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하지만 상담실에서 만난 아이들은 자신의 자리를 부끄러워한다.
“저는 눈에 띄는 게 없어요.”
“특별한 것도 없고, 그냥 있는 것 같아요.”
‘그냥 있는 것 같다.’는 말.
하지만 자리를 지키기 위해 버티며,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대단한 일이다.
숲 속에 있는 바위를 보면 틈새에는 이끼가 존재한다.
화려하지 않고, 주목받지 못하지만 그 자리에 항상 존재하는 이끼.
누구도 이끼를 보러 숲에 오지 않는 외로운 자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끼가 없는 숲은 금방 메말라버린다.
토양의 수분을 붙잡고, 작은 생명들의 휴식처가 되어주고, 바위가 풍화되는 속도를 늦춘다.
이끼는 조용하지만 숲의 균형을 지키는 존재다.
그리고 그런 존재가 바로 4등이다.
4등은 자주 자신을 숲의 이방인이라 생각한다.
1등이라는 큰 나무 옆에서, 보잘것없는 작은 존재.
저 나무처럼 될 수 없기에 필요 없는 존재.
하지만 숲은 당신을 필요하다고 말하며, 그 존재 자체로 품는다.
숲의 모든 구성원들은 ‘지금-여기’에 존재한다.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지금-여기’에 존재하는 자신을 ‘알아차릴 때’ 비로소 진짜 자기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반대로 알아차리지 못한 감정들은 ‘미해결 과제’로 남아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을 보지 못하게 가린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이 숲의 이방인이 아닌 ‘지금-여기’의 구성원임을 알아차리는 것.
그리고 그 존재만으로 숲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
그 알아차림이 시작될 때, 진짜 당신의 삶이 시작될 수 있다.
숲은 당신에게 ‘넌 필요 없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당신이 지금-여기에 존재하며, 당신만의 방식으로 숲을 지탱하고 있음을 숲은 이야기한다.
그래서 숲의 모습은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임을 알아차리도록 비춰준다.
<4등을 위한 글>
모두가 큰 나무일 필요는 없습니다.
이끼도, 버섯도, 작은 풀도 숲의 구성원입니다.
당신도 이미 그 안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