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남겨야 하는, 지워야 하는
창가에 앉아 밝게 빛나는 종이를 바라본다.
짧게 이어가는 손길로 조심스레 스케치한다.
그려진 선을 따라 춤추듯 여러 빛깔로 덧칠한다.
마음이 머문 그림을 바라보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나만의 개성이 새겨진 그 흔적을 고스란히 남겨둔다.

눈을 돌려 햇빛이 깃든 거실 한가운데를 바라본다.
보이지 않던 발자국이 희미하게 드러난다.
탁자에 마시고 올려 둔 유리잔에 입술 자국이 선명하다.
남겨진 얼룩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린다.
나에게 흠일지 모르는 그 흔적을 지워버린다.

햇살이 좋은 어느 날, 내가 만든 흔적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무엇을 지워야 했는지, 무엇을 남겨둬야 했는지...
여전히 어떤 모습이 나에게 강점이 되는 흔적인지, 약점이 되는 흔적인지는 이해하지 못한다.
마음에 질문이 남는다.
당신은 어떤 흔적을 남기고 싶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