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바닥에서 모나리자가 나를 보고 웃었어
귓전을 밀어붙이는 목소리
몸이 붙들린 사이
탈출한 눈길이
바닥 위로 미끄러지면
여기저기 숨어 있던 얼굴들이 고개를 들어
표정을 꺼내 놓아
장판 속 모나리자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벽지 속 스크루지 영감은
코를 늘어뜨린 채 눈을 굴리지
꼼짝 못 할 때마다 사방에서 살아나는 기묘한 극장
뚝,
끊어진 잔소리에
자유를 얻은 팔다리는 문을 박차고 나가
어떤 소리도 닿지 않는 곳으로
사뿐 걷다가
춤을 추다가
펄쩍 뛰어오르는데
언제 내 그림자가 이렇게 길어졌을까
놀라, 가던 길 돌아 집으로 내달렸건만
기다릴 줄 모르는
모나리자와 스크루지는
벌써 어느 장판 속으로
숨바꼭질하러 갔을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