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탈주 스캔들 (4) - 난 놈
*
“야, 2B0082.”
독방 2B 구역의 0082. 독방으로 소속 변경된 해진에게 붙여진 ‘수감번호’였다.
사실 해진은 이 번호가 내심 마음에 들었다. 왜냐면 해문 교도소 안에서 주인하가 그를 처음 보자마자 불렀던 호칭이라서.
“네가 제안한 거니까, 제대로 책임져.”
여기서 살아남을 건지, 끝을 볼 건지. 인하의 말에 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혹시라도 뒤통수칠 거 같으면 바로 내가 너 죽일 거니까, 명심하고.”
“좋아요.”
물론 셰익스피어 비극의 유명한 문구를 연상시킨단 점도 나쁘지 않았지만 그보다도 이 사람, 주인하 형사의 입으로 그렇게 불리는 걸 즐겼던 것 같다.
와중 급발진한 차 타이어가 우웅, 소리를 내며 크게 공회전을 했다. 가드레일 너머로 돌진한 차가 붕 뜨는 순간 해진은 뜨거워진 숨을 삼켰다.
“다시 한번 잘 부탁드려요, 형사님.”
여기까지가 바다로 향한 자동차 안에서 인하와 해진이 나눈 대화였다.

“미친 자식…….”
그대로 추락해 시커먼 물속으로 처박히기까지 몇 초가 영겁처럼 느껴졌다.
그새 인하의 온몸을 묶어뒀던 케이블 타이를 말끔히 풀어헤친 해진이 인하에게 씩 웃는다.
“됐고, 얼른 손이나 내밀어.”
좋든 싫든 이놈과 손을 잡아야 했다. 당장은 이 자식과 행동을 같이해야 하니까.
인하의 것보다도 훨씬 커다랗고 단단한 손을 꽉 틀어잡으면서, 인하는 바닷물이 들이치는 차 문을 열었다.
차체가 흔들린 바람에 카 오디오가 켜졌다. 마침 흘러나온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의 클라이막스 파트가 귀를 울리는 순간 해진이 인하에게 귀띔했다.
“맞다. 나도 원하는 거 있어요, 형사님.”
“뭔데.”
난데없는 말에 인하는 눈가를 찡그렸다.
“날 이름으로 불러 줄래요.”
“뭐?”
“지금 말고, 당신이 원할 때.”
인하는 다시 한번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정해진은 같은 방 쓰던 수감자 하나를 조진 놈이었다. 크게 사고를 치는 바람에 독방에 이송되어 온 그를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 한구석에 들었던 찜찜한 느낌은, 그가 놓은 덫에 걸려 발이 묶인 지금도 여전했다.
독방은 살벌했다. 당연히. 그 안에 가두는 수감자들에 대한 취급이란 인간과 짐승의 경계선 정도 됐고, 이름 대신 수감번호로 그들을 호칭했다.
그러나 2B0082, 그렇게 부를 때마다 싱긋 웃으며 그녈 보던 남자였다. 누가 어떻게 봐도 제 발로 들어선 놈이라 앞에서 내색은 안 했어도 목적이 궁금했는데, 말처럼 내가 목적인 줄은. 인하는 고개를 갸웃했다.
“야, 독방 담당이 나 하나야? 아니잖아?”
“그래도 형사님께서 독방을 담당하시긴 했잖아요?”
“아니, 그야 네가 하도 미친개처럼 다른 간수들을 물어댔으니까 어쩔 수 없이 내 전담이 된 거지.”
“과정이야 어쨌든 난 만족해요.”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었으니까.
*
“차량째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제 바다로 향합니다.”
해문 교도소 관제탑에서 탈옥한 사형수 2B0082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살피며 대응 대책을 마련하던 팀원들이 전부 놀라 서로를 마주 보았다.
“와, 주 간수님, 되게 과감하시네요.”
관제탑의 도감청 담당 팀원 하나가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교각을 질주하던 차가 45도로 확 방향을 트는 순간 작게 휘파람을 부는 사람도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팀원들 사이에서 남의일은 주먹을 말아쥐었다. 뱃속이 탈 난 것처럼 부글부글 끓었다.
주인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그 잘나디 잘난 네가, 매번 차갑고 고고한 네가 왜 그 자식과 손을 잡아?
그렇잖아도 지금 날씨도 심상치 않았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하늘이 맑았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두껍게 꼈다. 꼭 이른 봄처럼 변덕스러운 날씨였고, 살짝 열린 창문 너머로부터 축축한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어 들었다.
이어 인하가 어떤 사람이었냐는 팀원 하나의 물음에 의일은 미간을 찡그렸다.
“보다시피, 평소엔 안 그런 것 같아 보여도 할 땐 제대로 하는 사람이죠.”
필요할 땐 과감해지는 사람이었다. 비가 올락 말락 한 와중에 저렇게 사형수와 단둘이 바다에 뛰어들 수 있을 정도다.
그가 생각하는 주인하의 단점은 딱 하나, 원칙주의자라는 점이었다. 인하 나름대로 정해둔 선을 지키느라 결정이 간혹 느렸고, 그에 발목을 잡히기도 했다.
어디에나 있는 ‘난 놈’.
「이번에 특채로 들어온 사람이래.」
「실력파라고, 요즘 그런 애들이 드문데.」
「위에서 눈여겨본다는데. 어디 낙하산인가 싶어서 슬쩍 털어봐도 뭐가 안 나와.」
그래서 주목받는 주인하를 보며 의일은 ‘눈엣가시’라는 말을 실감했다. 자꾸 눈에 밟혔다. 그냥 좀 거슬리는 정도가 아니라 눈꺼풀 안쪽으로 들어간 가시처럼 따끔거렸다.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었다.
“의외로 좋게 말해주시네요.”
“뭐……, 뭐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