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대로
정해진 모양 없이 그저 끄적이는 시간이 좋다.
손이 이끄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선을 긋다 보면,
어느새 무의식 속으로 조용히 스며든다.
그곳에서는 마음이 흐르는 쪽으로,
아무 거리낌 없이 고를 수 있다.
누구에게도 상처를 남기지 않는 선택을.
온전히 나만의 세계이기에 더 편안하다.
보이는 모든 색을 꺼내어 천천히 칠하고,
그 위에 다시 덧칠하며 조금씩 형태를 만들어 간다.
겉으로는 단순한 끄적임 같지만,
그 안에는 말로 다 하지 못한 나의 모습이 담겨있다.
선을 그리고 색을 입히고
고치고 다시 한번 고치고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느낌 그대로의 장면이 완성된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내 안에 있던 것을 조용히 꺼내어 놓는 일에 가깝다.
나는 그 시간이 좋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시 끄적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