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그대로

느낌 그대로
ⓒ 2026. 이지선. All rights reserved.

정해진 모양 없이 그저 끄적이는 시간이 좋다.

손이 이끄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선을 긋다 보면,
어느새 무의식 속으로 조용히 스며든다.
그곳에서는 마음이 흐르는 쪽으로,
아무 거리낌 없이 고를 수 있다.
누구에게도 상처를 남기지 않는 선택을.
온전히 나만의 세계이기에 더 편안하다.

보이는 모든 색을 꺼내어 천천히 칠하고,
그 위에 다시 덧칠하며 조금씩 형태를 만들어 간다.
겉으로는 단순한 끄적임 같지만,
그 안에는 말로 다 하지 못한 나의 모습이 담겨있다.

선을 그리고 색을 입히고
고치고 다시 한번 고치고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느낌 그대로의 장면이 완성된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내 안에 있던 것을 조용히 꺼내어 놓는 일에 가깝다.

나는 그 시간이 좋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시 끄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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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너에게로 가는 길>(2022) ⓒ 2026. 이지선.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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