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질식해도 좋을
넌 늘 물을 찾았어
네 좁은 목구멍을 모르고
미어지게 밀어 넣은
나만의 진심에
가슴을 쳤지
뽀얀 살결 속
서슬 푸른 비수를 숨긴 이들처럼
나마저 독을 품었다면
너는
나를 달리 대했을까
무해하다는 이유로
파헤쳐도 좋을 이름이 된 나,
못난 침묵이라
하지 말기를
자줏빛 수의를 입고
어둠 속에서 견딘 시간은
지상의 설탕을 빚어내는
달콤한 농축이며
마침내 네 허기를 채울
나의, 가장 뜨거운 온기이니
나는 고구마를 싫어했다. 구황작물을 자발적으로 선택해 본 적이 없다. 누군가 건네면 성의를 봐서 마지못해 한 입 베어 무는 것, 그것이 내가 고구마에 내어준 예의의 전부였다.
그 견고한 취향에 균열이 생긴 건 체감온도가 영하 17도까지 내려간 어느 겨울날이었다. 아파트 앞 노상, 새빨간 바구니에 담긴 고구마 앞에 발이 멈췄다. 마침 저녁을 가볍게 때우려던 참이라 적당한 허기를 채울 것이 필요했다. 그렇게 한 바구니를 사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손가락 두 개를 합친 듯한 크기의 고구마 네 알을 삶았다. 늘 한 끼 분량만 구입하는 내게 남겨진 고구마들의 보관법은 꽤 성가신 숙제였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이, 감자는 싹을 틔우면 독을 품어 금새 먹을 수 없게 되지만, 고구마는 줄기인 고구마순까지 아낌없이 내어주지 않는가? 자신을 지키는 독 하나 없이, 제 몸을 온통 내어주는 무력하고 지독한 진심이라니. 그 마음을 몰라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야속했을까.
고구마가 다 익었다. 갓 삶아낸 고구마 한 입에 우유 한 모금을 곁들이니 꿀맛이다. 그동안 답답하다, 못생겼다, 맛없다 구박해서 미안했다, 고구마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