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 명프로젝트 & 시필

마침내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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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린 햇살

비린 햇살

4월의 햇살은 투명해서 숨을 곳이 없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참새의 부리에선 어제 누군가 뱉어낸 무관심이 뚝뚝 떨어진다 가장 작은 허기가 가장 낮은 곳을 쪼아대며 연명하는 정오의 비린내   길 위엔 제 몸의 무늬가 된 낡은 목줄을 감은 개 한 마리 체온을 기억하는 코끝이 온갖 것이 뒤섞인 바람 속에서 미열의 품을 찾아 킁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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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질식해도 좋을

진심. 질식해도 좋을

넌 늘 물을 찾았어   네 좁은 목구멍을 모르고 미어지게 밀어 넣은 나만의 진심에 가슴을 쳤지   뽀얀 살결 속 서슬 푸른 비수를 숨긴 이들처럼 나마저 독을 품었다면 너는 나를 달리 대했을까   무해하다는 이유로 파헤쳐도 좋을 이름이 된 나,   못난 침묵이라 하지 말기를   자줏빛 수의를 입고 어둠 속에서 견딘 시간은   지상의 설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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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니 멘델스존

파니 멘델스존

"나는 예술가가 아니다. 나는 여성이다. 여성은 창조하는 존재가 아니라 창조된 것을 돌보는 존재이다." 파니의 일기 中 (1836년)  결혼행진곡의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 많은 분에게 익숙한 이름일 듯합니다. 오늘은 그 누이인 파니 멘델스존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파니는 네 살 터울의 남동생 펠릭스와 함께 당대 최고의 스승들에게 음악을 배웠고, 두 남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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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작

시 작

시-시-시-작! 동시에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공포가 폐부로 밀려 들어와   눈동자를 굴리며 입 밖으로 도망친 음정들을 줍느라 노래는 늘 허리가 끊겼고 ‘너는 꼭 부르다 말더라’라는 말은 주석처럼 달렸다   ‘꼭'이라는 부사에 갇혀 첫 음은 다시 떼지 않았고 오물조물 입술만 움직이며 침과 함께 삼켜버린 것들로 키가 자랐다   ’마침표를 찍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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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화, 사유가 세계가 되는 순간

사유

발화, 사유가 세계가 되는 순간

우리의 사유는 종종 일출과 일몰이 구별되지 않는 붉은 수평선 위에 머문다. 지금 마음을 달구는 이 빛이 새로운 시작의 예감인지, 아니면 저물어가는 낙조의 잔향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함. 확신 없는 생각은 형태를 얻지 못한 채 머물고, 우리는 끝내 발화를 미룬다. 그리고 이미 세상에 수많은 문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 망설임에 무게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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