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탈주 스캔들 (1) - 미친 개새X
살다 보니 강력계 형사란 게 입장이 그랬다.
일단 노동 강도가 센 편이라든가, 목숨 건 잠복근무를 밥 먹듯 하는 것치곤 박봉인 거라든가, 실수령액이 높게 찍히는 달이 있긴 해도 그럭저럭 먹고 살 정도라든가.
뭐 자잘한 거 말고도 직접적인 위협이 도사리고 있었다. 툭하면 밤길 조심하라는 둥 위협하는 폭력배들이 그녀 앞에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그럼 ‘전직’ 강력계 형사는 좀 입장이 낫나?
글쎄, 그 질문에 주인하는 대답을 망설였다. 물론 어릴 때부터 형사는 그녀의 꿈이자 목표였고, 100% 만족스럽진 않아도 어느 정도는 이뤘다고 할 수 있었고, 20대 초에 검도 특채로 들어가 거의 십 년 가까이 일했으니 이만하면 충분히 사회에 이바지했고.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전직할 마음을 먹은 와중 영 개운치는 않았다. 인하가 연줄로 추천받았던 한직들은 여럿 있었으나 개중 그녀가 고른 곳은 해문(海門) 교도소 간수 일이었다.

다도해(多島海) 중 외딴곳의 무인도였던 곳에 수십 년 전 건설된, 한국의 알카트라즈라고 불리는 해문 교도소는 세상과 단절된 공간이었다. 인간 실격에 가까운 사형수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봐야 하는 일이었지만 워라밸을 따져보면 형사 일보다 몇 배쯤 더 나았다.
최소한 뒤에서 위협당할 일은 더 없었다. 거기에 30대 초반에 산전수전 다 겪은 그녀에게 어지간한 일은 역치 미만이다.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
“당장 이거 안 풀어?”
그러나 탈옥한 사형수와 나란히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는 건, 암만 그녀라도 기함할 일이었다.
기가 막혔다. 평소처럼 철창 너머로 갇혀 있는 이 남자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그녀 쪽이 자동차 조수석에 묶여 있었으니까.
“개자식아, 이거 얼른 풀-”
이를 갈며 외치던 그 순간 조수석에 구겨진 인하의 가죽 재킷 안주머니 휴대폰에서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렸다.
잠긴 화면 안에서 시뻘건 긴급 문자가 강렬한 불빛을 내뿜고 있었다.
[ [긴급] 해문 교도소에서 사형수 1명 탈옥, 대응 경보 3단계로 진입…… ]
팔도 다리도 케이블 타이로 묶여버린 바람에 미리 보기 이상으로는 문자를 확인할 수 없었다. 조수석에서 온몸을 버둥대는 인하를 곁눈으로 확인한 남자가 고개를 까딱였다.
“음, 방금 욕하는 목소리는 좀 꼴리네요.”
곁들여지는 무심한 웃음은 확실하게 조소였다.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사형수로 갇혀 있던 남자는 그새 변장까지 마쳐서 이젠 영락없는 회사원이었고.
“너 이 자식, 대체 어떻게 탈출한 건데.”
“궁금해요?”
그냥 감방도 아니고 크게 사고친 바람에 독방에 있던 남자였다.
사방 한 평 정도에 식사도 용변도 전부 통제 하.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아슬아슬한 공간에 홀로 오래 갇혀 있으면 정신이 나가기 마련인데.
“자세한 방법은 영업 비밀이라, 맨입으로 막 알려주기엔 좀 그런데.”
“이 자식이…….”
“솔직히 이렇게 우리 형사님과 데이트할 생각뿐이었거든요, 내가.”
이 미친 개새끼는 그녀 덕분에 평온하게 맨정신을 유지했다며 짖어댈 뿐이다.
늘 해가 닿지 않는 그늘의 독방이 아닌 오후의 햇볕 아래에 나선 남자, 정해진은 위협적이리만치 눈에 띄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외견이 호감형이란 거다.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결코 사회에 풀어놔선 안 될 짐승은 넥타이까지 번듯하게 갖춘 채 정상인 행세를 했다.
“입 좀 닥치고.”
막아야 했다. 어떻게든.
아무리 욕을 하고 소리쳐도 그는 커다란 손바닥으로 핸들을 감싸 쥔 채 빙긋 웃을 뿐이었다. 느른하게 방심한 듯 보여도 허점이 거의 없다. 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그의 팔뚝에는 힘줄이 도드라진 채였다.
그래, 완력 차는 있겠지만 놈이 방심한 새 제압을 하면, 그러나 인하는 핸들을 잡은 그를 노려보며 동선을 짜다 말고 경악했다. 앞 유리 너머 맞은편 차량이 가까워진다.
“야, 개새끼야, 얼른 U턴 안 해?”
“내가 한번 뭘 정하면 직진뿐이라.”
“아니, 미친-!”
“그럼 대답해요.”
차체가 미친 듯이 흔들리는 가운데 남자는 눈만 굴려 그녀를 담아냈다.
인하의 동공이 확장됐다. 찰나에 두 목숨이 걸린 미친 제안이 이어졌다.
“나랑 데이트할래요?”
남자의 눈빛이 맞은편에서 돌진하는 차량의 헤드라이트 불빛을 반사하며 번뜩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