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잊고 지냈던 보통의 날
가족들이 모두 나간 시간, 상자 속 뒤죽박죽 쌓인 더미에서 하나둘 물건을 꺼냈다.
읽고 있던 책, 미술관 전시 정보 책자, 문제집, 이면지, 미술용품 등등…
그중에서 종이 뭉치를 발견했다.
작년 이맘때 수묵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팽개쳐둔 겹겹이 쌓인 화선지 꾸러미.
펼쳐본 하얀 한지에는 먹물로 끄적인 짧은 글이 있었다.
오늘은
첫째가 학교 잘 다녀오기를
둘째가 수학여행에서 안전하게 돌아오기를
셋째가 체육대회에서 추억을 쌓고 오기를
신랑이 스트레스 덜 받고 일찍 퇴근하기를.
나는 오늘도 살아가기를,
건강하기를, 웃음 짓기를,
사랑하기를, 가족과 함께하기를.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무탈하게 보내는 삶이 아니었을까?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안녕은 뒤로 한 채, 완벽한 사람이길 바라며 성과만을 고집한 것은 아닐까?
그런 나를 반성하게 하는 순간을 마주했다.
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가족에게,
“오늘 하루 수고했어요.”라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건 소소한 일상이었다고. 보통의 날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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