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손바닥을 펼쳐 휴대폰을 볼 공간조차 없었다.
불빛의 반사 때문에 손을 움직이다 보니 앞사람 팔꿈치를 건드렸다.
등을 찌르기도 하고 스치기도 했다.
앞사람과 뒷사람 사이 10센티미터 미만.
그 공간에 나를 밀어 넣었다.
낯선 사람들, 등짝의 뜨거움이 나에게도 전달됐다.
머리 위에서 불어오는 에어컨 바람조차 땀을 머금은 끈적한 뜨거움을 식히지 못했다.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사람들은 더 많이 밀려들었다.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매일 출근지옥철에서 발끝으로 겨우 자리를 지키며 버터낸다고 그는 말했었다.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그를 바라보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이야기를 들을 땐 같은 시간, 같은 길을 오가며 겪는 그 괴로움을 몰랐다.
대형 병원 진료를 위해 지하철에 오른 그날 아침, 나는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지하철 안과 밖,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왔다.
나는 안도감에 후유, 숨을 길게 내쉬었다.
쪼그라든 몸을 곧게 세우며 움츠렸던 어깨를 폈다.
손을 앞으로 쭉 뻗어 휴대폰 메모장에 그날 잠시 겪은 느낌을 끄적였다.
그 괴로움을, 내가 매일 겪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얼마나 고마운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