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 집어 말하기 어렵지만

콕 집어 말하기 어렵지만
ⓒ 2026. 이지선. All rights reserved.

ㄴ + ㅏ= 나
ㄴ + ㅓ= 너
나와 너의 차이, 겨우 모음 하나

바깥으로 삐쭉 나온 선,
그곳만 바라보던 ㅏ는

안으로 감춰진 선,
그곳에 숨어버린 ㅓ를
밖으로 끌어내려 했다.

하나의 단어로 똑같아지길 바라며
간격을 좁혔다가 넓혔다가
그렇게 서로의 선을 넘나들었다.

ⓒ 2026. 이지선. All rights reserved.

그렇게
나와 너를 담은 글자를 알아간다.
ㄴ+ㅏ+ㅓ = 내
나는 내가 되어간다.

이미지 출처 : 그림책<너에게로 가는 길>(2022) ⓒ 2026. 이지선. All rights reserved.

Read more

[정신건강의 날 특별편] 죽으려고 한 건 아니에요_청소년 자해를 이해한다는 것

[정신건강의 날 특별편] 죽으려고 한 건 아니에요_청소년 자해를 이해한다는 것

[특별편 - 정신건강 이야기] 10월 10일,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 오래 고민했다. 청소년 정신건강 칼럼을 쓰면서 언젠가는 꼭 다뤄야겠다고 생각해 온 주제가 있었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어머니와 함께 상담실에 찾아왔다. 아이는 커터칼로 손목을 그은 상태였다. 어머니께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이가 왜 죽으려고 할까요?” 하지만 자해를 한 아이의

By 김지혜 - 4등을 위한 글
그 남자의 사과법

그 남자의 사과법

세상에는 이런 걸 사과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혹시 내가 서운하게 한 것이 있다면 마음 푸세요.” 이게 왜 문제냐면 일단 자기 잘못에 대해 깨끗이 인정하는 태도가 없다는 것이다. “~한 것이 있다면”은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당신이 그렇다고 하니,라는 바탕이 깔려 있는 셈이다. 게다가 “서운하다”는 단어는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나

By 윤명주 - 사적인 지각변동
박완서의 시작이 없었다면

박완서의 시작이 없었다면

공모전의 계절이다. 칼바람이 맹위를 떨치는 겨울 신춘문예가 지나고, 코끝을 스치는 바람에도 엉겨 붙은 감정의 결정이 맺히기를 기다리는 공모전이 여기저기 열린다. 유려한 문체로 문단을 휘어잡는 젊은 작가들이 늘어나는 동안, 지천명을 앞둔 나는 문학 '학도'로만 몇 년째인지 모른다. 이렇게 기약 없는 일을 해도 되는 걸까, 끊임없이 의심하다가도 그 주저함을

By 마침 - 명프로젝트 & 시필
플라스틱 수선실 - 3. 4256번 로봇 수선

플라스틱 수선실 - 3. 4256번 로봇 수선

지철은 시큰거리는 무릎 관절을 매만지며, 몸을 일으켰다. 아침에 지철의 관절은 뼈와 뼈 사이에 자갈이 있는게 분명했다. 작은 움직임에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고, 소리만큼 통증도 요란했다. 경직이 풀리지 않은 오른쪽 다리를 끌고 프린터 앞으로 갔다. 출력이 끝난 4256번의 오른발을 프린터에서 떼어냈다. 오른발에 엉겨 있는 지지대용 플라스틱을 제거했다. 지지대가 있던 자리의 거친 부분을

By 이안 -이 안의 숏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