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문 교도소 다큐 미공개 클립] HM_Bzone_2B0082_uncut.mp4

[해문 교도소 다큐 미공개 클립] HM_Bzone_2B0082_uncut.mp4
ⓒpixabay

“안녕하세요.”

뜬금없이 건네진 인사에 사복 차림으로 해문 교도소 식당을 살펴보던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돌아봤다.

“어, 안녕하세요?”

해문 교도소 수감자들이 쌓아둔 식판을 정리하던 한 남자가 가까워졌다.

“지금은 생활 운동 시간 아닌가요?”

일단 걸려온 인사에 화답하긴 했는데, 해문 교도소의 수감자와 말을 섞어도 되는지 어떤지 자세히 전달 받지 못했다.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아닌가.

“맞아요. 그런데 원래 담당이었던 분이 급하게 집안일로 휴가를 쓰셨거든요.”
“아하. 그랬군요.”

잠시 망설이는 제작진의 시선이 남자가 걸친 무채색에 가깝게 짙은 갈색 수감복에서 멈췄다.

“보시다시피 사람이 많다보니 매 끼니가 전쟁입니다. 쌓인 식판 정리해야 하는데 인력이 모자라서 손을 좀 빌려달라고 하시더라고요.”

평소 행실 바른 모범수의 특혜 중 하나라고, 좁은 활동이 조금쯤은 더 넓어진다고, 짤막하게 설명을 덧붙인 남자는 수감복 왼쪽 가슴에 달린 명찰을 톡, 가볍게 들고 있던 플라스틱 식판 모서리로 짚었다. ‘2B0082’라고 적혔다.

“그렇군요.”

사전 전달사항은 물론 기본 대응 매뉴얼에도 없던 상황.

제작진 일부가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 눈짓했다가 말을 걸어온 남자를 다시 돌아봤다가 했다. 일부는 방금 촬영하려던 B구역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런데 어디 취재진이신가봐요.”
“네, 맞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의 일상을, 다큐로 담는 중이에요.”

정확히는 해문 교도소 수감자 교화 프로그램의 실용성을 짚는 게 목적인 다큐멘터리였다.

“운이 좋으시네요. 원래는 외부 카메라가 이 일대까지 들어오진 못하거든요.”

주의사항으로 들었던 대로 해문 교도소는 구획 분리가 철저하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쪽은 독방인데, 들어가시려면 따로 허가가 필요하고, 동행인이 있어야 하거든요.”

남자가 턱짓으로 가리킨 곳은 교도소 몇 개 구역 중 B구역 쪽이었다. 묵직한 삼중 철문 너머는 낮에도 볕이 잘 들지 않는 독방 구역.

“어, 이거.”

그때 카메라 렌즈가 살짝 흔들렸다. 모서리가 둥근 식판이 겹겹이 쌓인 식당의 벽면을 잡던 영상이 블러 처리 한 것처럼 뿌옇게 됐다.

“왜 이러지……?”

갑자기 낭패였다. 노이즈가 낀 화면을 보던 제작진의 얼굴에 곤란한 빛이 어렸다.

“배터리가 부족한 거 아니야?”
“여기서 이러면 안 되는데.”
“제가 한번 볼까요.”

그때 흔쾌한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미처 저지할 새도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 남자가 제작진 쪽으로 더 다가와선 걸리는 부분을 짚었다.

“여기 일대에 전파 차단 장치가 있거든요.”
“저, 전파 차단 장치요?”
“아마 자세한 건 간수님들께 설명 들으셨을 것 같은데…… 하하, 마침 딱 알고 오셨네요?”

단정하게 빗어넘긴 중단발, 목 끝까지 단추를 단단히 채워 올린 간수복, 서류철을 든 차가운 인상의 여자가 다가와 취재진에게 인사를 건넸다.

“2B0082, 작업 시간 끝났으면 다시 본인 구역으로 돌아가서 맡은 일과 진행합니다.”
“알겠습니다. 주 혀, 아니, 간수님?”

주 간수라고 불린 여자의 등 뒤를 쫓아가는 남자의 입가에는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무심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마침 다시 불이 들어온 카메라가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담았다. 좁고 긴 철창 복도 쪽으로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pixabay

“방금 남자 말이에요.”
“수감자?”
“네, 어째 분위기가 좀 묘하지 않았어요?”

그들이 사라진 복도를 멍하니 바라보던 조연출이 오디오 장비를 챙겨 메며 PD에게 물었다.

“묘하다고. 어떤 게?”
“그게, 사형 선고받은 강력범이란 거잖아요. 좀 전에 명찰 색 보니까, 근데 말하는 거나 행동하는 거나 어쩐지 생각보다 평범한 느낌이라서요.”

뷰파인더에 찍힌 영상을 확인하던 PD는 미간을 찡그렸다. 복도 어둠 속으로 걸어가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쭉길쭉했는데, 간수를 따라 복귀하는 남자의 얼굴을 재생하다가 아까는 놓쳤던 부분을 찾아냈다.

“어, 어?”

카메라를 정확하게 보는 새카만 눈.
미소 짓고 있는 컷에서 화면을 멈췄던 PD는 일시정지했던 화면을 클로즈업했다.

“이건 언제 찍혔대요.”
“그러게…….”

찰나에 화면 속에 잡힌 남자는 카메라를 보며 편안하게 웃고 있었다. 자세히 확대해보니 양 눈동자만 뚝 떼서 합성한 것처럼 서늘했다.

“이, 이쯤 하면 여기선…… 원하는 씬 뽑힌 것 같은데, 그쵸……?”

남자의 그림자는 곁에서 거리를 두고 걷는 간수의 그림자를 삼킬 것처럼 길었다. 끝도 없이 길게 늘어진다. 심연이 머지 않은 광경이었다.

“어어, 그러네.”

장면 점검을 마친 PD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쯤에서 철수하기로 결정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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