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나를 꼬드겨

가을바람이 나를 꼬드겨
ⓒ 2026. 이지선. All rights reserved.

가을이 내게 손짓한다.
따갑게 내리쬐던 여름 햇볕은 가고,
따스하게 감싸는 가을 햇살이 내게 손짓한다.
밖으로 나오라고.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
살랑살랑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짙어진 초록 잎이 나를 부른다.

내게 가을은 유혹의 계절,
자연 속에서 책도 읽고
풍경을 감상하는 그런 매혹적인 계절이다.

귓가에 스치는 바람, 살갗에 닿는 햇살
하늘은 아래로 숙였던 내 고개를 자꾸만 위로 향하게 하고
바람은 치맛자락을 좌우로 춤추게 한다.
사방의 초록은 어디를 보아도 내 눈을 편안하게 한다.

이 계절이 나를 꼬드긴다.
발길이 닿는 대로 걷고 또 걸으라고.
익숙하게 다니던 길이 아닌,
조금 낯설고 망설여지는 골목길을 따라 걸어보라고.

ⓒ 2026. 이지선. All rights reserved.

미지 출처 : 그림책<너에게로 가는 길>(2022) ⓒ 2026. 이지선. All rights reserved.

Read more

15. 탈주 스캔들 (15) - 취조는 때와 장소를 안 가리네

15. 탈주 스캔들 (15) - 취조는 때와 장소를 안 가리네

셋을 태운 보트가 외딴 무인도 해변에 선체를 마찰하며 멈춰서자마자 인하는 안도감에 푹 한숨을 내쉬었다. 폭발하는 크루즈에서 나와 물을 헤치고 다시 뭍으로 올 때까지 쌓인 긴장감이 상당했다. “에스코트할께요, 형사님.” “손 치워라…….” “가만히 좀 계시겠어요?” 인하가 반발하든 말든 해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에스코트했다. 보트 비상함에 다행히 소독약과 붕대 등등이 있어서, 응급처치하는 건

By 가넷베리Garnetberry - 가넷베리의 숏텐츠
기록하는 자의 태도

기록하는 자의 태도

여러 번의 북토크를 진행하는 동안 관객들이 내게 가장 궁금해 한 질문은 이거였다. “기록하시면서 구술자의 어떤 모순을 발견하셨나요?” 순간 멈칫했다. 인간의 모순에 관심이 많다는 후기를 쓴 게 화근이었다. 내 구술자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쩌렁쩌렁 귓가를 때렸다. 당사자를 곁에 두고 그의 뒤틀린 삶과 모순을 발가벗겨 전시하라는 요구. 웃자고 하는 얘긴가? 그렇다면 그에 걸맞게

By 윤명주 - 사적인 지각변동
이미지 출처: 드라마 《영 셸던》 공식 스틸컷 © CBS /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바위를 굴리는 데 필요한 85% _ 드라마 《영 셸던》

‘환승 이직’에 성공했다. 지난 몇 년간 위장병을 앓아가며 애써왔던 게 무색할 만큼 나의 거취는 빠르게 정해졌다. 이력서도 제출하지 않았는데 간단한 지원 양식만 보고도 면접이 잡혔다. 내 일정에 다 맞춰주겠다 하여 기존 직장에 연차를 내지 않아도 됐다. 유달리 잘 본 것 같지도 않은 15분이 지나 이틀 후 합격 연락을 받았다.

By 이표(李表) - 표류일지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손바닥을 펼쳐 휴대폰을 볼 공간조차 없었다. 불빛의 반사 때문에 손을 움직이다 보니 앞사람 팔꿈치를 건드렸다. 등을 찌르기도 하고 스치기도 했다. 앞사람과 뒷사람 사이 10센티미터 미만. 그 공간에 나를 밀어 넣었다. 낯선 사람들, 등짝의 뜨거움이 나에게도 전달됐다. 머리 위에서 불어오는 에어컨 바람조차 땀을 머금은 끈적한 뜨거움을 식히지 못했다.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By 이지선 - 햇살 좋은 창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