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밤하늘 아래, 너와 나
강아지풀이 가득한 낙산성곽길 위에서
하늘을 바라봤다.
빛나는 건 붉게 물든 건물과
노랗게 물든 흥인지문뿐이었다.
둥근달은 짙은 어둠 속 어딘가로 숨어버렸다.
풍성한 보름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려던 나는 고개를 떨궜다.
좁고 울퉁불퉁한 흙길,
발끝이 자꾸만 돌부리에 걸렸다.
앞서가던 너는 잠시 멈춰 뒤를 돌아보았고,
뒤따르던 나는 네 손에 이끌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성곽을 비추는 불빛 아래
우리 그림자는 위로, 아래로 흔들렸다.
살갗을 스치는 바람에 서늘함이 묻어났다.
차가운 밤공기가 내려앉은 그곳에서
나는 따스한 빛을 머금은 네 손을 끝내 놓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