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탈주 스캔들 (15) - 취조는 때와 장소를 안 가리네

15. 탈주 스캔들 (15) - 취조는 때와 장소를 안 가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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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을 태운 보트가 외딴 무인도 해변에 선체를 마찰하며 멈춰서자마자 인하는 안도감에 푹 한숨을 내쉬었다. 폭발하는 크루즈에서 나와 물을 헤치고 다시 뭍으로 올 때까지 쌓인 긴장감이 상당했다.

“에스코트할께요, 형사님.”
“손 치워라…….”
“가만히 좀 계시겠어요?”

인하가 반발하든 말든 해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에스코트했다. 보트 비상함에 다행히 소독약과 붕대 등등이 있어서, 응급처치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몇 대 패야 말을 듣나?”
“패요. 패라고. 나도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니까.”

소독약을 적신 솜으로 인하의 상처를 수습하면서 해진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사형 판정난 몸인데 뭐가 무섭겠어요?”

알코올이 상처에 닿자 따끔따끔한 열감이 돌았다. 기묘하게 느껴지는 다정함에 인하는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봐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걸 한동안 놔두니 또 어지간히 기어오르려는 것 같은데.

“언니는 해진 오빠가 싫어요?”
“어?”
“이름도 안 부르잖아요.”

조개껍데기를 기웃대다 말고 그들을 돌아본 묘안의 눈빛은 순수하고 맹랑했다. 인하는 대답하려다 목이 간질거려 헛기침을 했고, 해진은 웃음을 참느라 살짝 어깨를 움찔했다.

“어디서 봤는데, 이런 걸 원칙 뭐라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 범집행 대상자에게 사사로운 호칭 같은 거 안 붙이셔, 우리 반듯한 원칙주의자 형사님은.”
“아, 맞아요, 원칙주의자!”
“굴러들어온 꼬맹이가 나보다 낫네. 솔직하게 직진하는 게.”

씩 웃은 해진이 상처 부위가 덧나지 않게 소독을 마무리했다. 인하와 눈이 마주치자 그가 가볍게 윙크했다.

“그래도, 이름으로 불릴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형사님?”
“…….”

늘 의뭉스럽거나 그녀를 비웃는 줄이나 알았던 그의 입가에 걸린 웃음기를 발견했다. 인하는 멈칫했다가 괜히 멋쩍고 쑥쓰러워져서 시선을 돌렸다. 따스한 숨결이 한결 간지럽게 와 닿았다. 가깝게 느껴졌다.

“방심했네요. 그새 귀여워지고, 걱정하지 않으셔도 보는 사람도 없으니까…….”
“어떻게 알아?”
“네?”
“보는 사람이 없는진 어떻게 아냐고. 섬 전체를 다 둘러본 것도 아닌데.”

인하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새 또 피곤해졌는지 눈을 반쯤 감은 묘안의 뺨을 쿡쿡 찌르던 해진이 순간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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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무인도라고 확신하는 이유가 있다는 거지?”

겉보기에는 야트막한 덤불에 이어 굵직한 나무들이 우거진 평범한 섬.

“어, 하하…… 형사님 취조는 때와 장소를 안 가리네요. 잠깐 방심하니까 또 낭떠러지야.”
“딴 소리 말고 대답이나 해.”

동지니, 동료니, 잠깐 장난스러워졌던 분위기가 다시 팽팽해졌다. 이래저래 휘말리는 바람에 묻어뒀던 현실감이 다시 수면 위로 비집고 올라와 꿈틀댔다.

“예전에 제가 이 일대 왔다 갔다 거렸다는 말씀 드렸었죠?”

픽 웃은 해진이 인하를 눈짓하더니 이끌었다. 백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서 멈춘 그는 덤불을 가리켰다.

아니, 덤불 속에 교묘하게 숨은 군용 안테나와 잘려나간 철망 흔적을. 시간이 지나면서 흔적이 일부 지워졌지만, 인위적으로 관리되는 통제구역이라는 증거물이었다. 인하는 눈치채자마자 헛숨을 삼켰다.

“설마, 해문 교도소 사각지대…….”
“누가 미리 뚫어놓은 루트죠, 여긴.”
“뭐?”
“사형수들을 죽은 척 빼돌리거나, 아니면 코인 삼아 거래를 할 때마다 접선 장소가 필요하잖아요.”

그게 이 섬이라고. 범죄자들을 죽은 척 빼돌리거나, 물자를 주고받던 접선 장소…….

바닷바람이 불었다. 평범한 숲으로 교묘하게 위장한 숲속을 휘휘 쓸면서 그들에게 들이닥쳤다.

상층부의 감시망은 떨어진 게 아니다. 어쩌면 능력을 테스트해보고 싶은 걸 수도, 어쩌면 처음부터 그들을 제거하려는 게 목적일 수도 있겠지만, 여길 자력으로 탐색해 살아나가야 한다는 목적만은 확실했다.

“이제 좀 실감나요, 형사님?”

바람이 해진의 눈가를 덮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겼고, 드러난 검은 눈에 선명하게 빛이 돌았다.

“우리가 진짜 공범이란 게?”

가까워진 그를 보면서 인하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우리를 여기 떨구어 놓는 것도 모자라, 바짝 붙들어 놓은 뭔가에 대한 윤곽이 잡힌다. 새삼 상처 입은 몸이 따끔댔다.

교도소 내부에 있을 때부터 눈에 밟혔던 유착 관계, 커넥션이 이 곳을 거점 삼아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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